"정부 경고에도 동상이몽 장세"..7·10대책 이전 수준으로 뛴 서울 아파트값 [부동산360]

2021. 6. 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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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폭 지속 확대, V자 상승에 힘 실어
주간 상승률 11개월 만에 최고치로
매물 부족에 규제 완화 기대감 맞물려
매수심리도 한 주 만에 다시 반등..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서울 아파트 가격은 실질가격 기준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조정을 받기 이전 고점에 근접했다.” (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정부의 이런 경고성 발언에도 서울 아파트값이 주간 기준으로 11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보이며 ‘V자’ 반등에 힘을 더하고 있다. 정부는 고점을 언급하며 집값 하락을 내다봤으나, 시장은 반대로 움직이는 일명 ‘동상이몽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매물 부족에 더해 서울 곳곳에서 개발 기대감도 확산하고 있어 당분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를 실었다.

서울 강동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헤럴드경제DB]

4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5월 31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11% 올라 전주(0.10%)보다 상승폭을 확대했다. 이는 지난해 7·10 대책 직전인 7월 첫째 주(0.11%) 이후 약 11개월 만에 가장 높다.

서울 아파트값은 뚜렷한 V자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2·4 공급대책 발표 직후 매주 상승폭이 둔화했으나, 4·7 재보궐선거를 계기로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이 커지면서 오름폭을 키우기 시작했다. 주간 상승률은 3월 마지막 주 0.05%에서 0.07→0.08→0.09→0.10→0.11%로 서서히 높아졌다.

서울시가 재건축 단지의 과열을 막기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 규제에 나섰으나, 주요 단지에서는 호가가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시장이 이번 규제를 추후 재건축 사업 규제 완화를 위한 ‘포석’으로 인식한 탓이다. 여기에 실수요자가 선호하는 중저가·소형의 집값 상승세도 맞물렸다고 부동산원은 설명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피한 노원구는 이번 주 0.22% 올라 8주 연속으로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상계·중계동 재건축 추진 단지와 중저가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 강세가 이어진 영향이다. 송파구(0.16→0.19%), 서초구(0.18→0.18%), 강남구(0.13%→0.16%) 등 강남권에서도 오름세가 계속됐다.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는 한 주 만에 다시 반등했다. 이번 주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4.6으로, 전주(104.3)보다 0.3포인트 높아졌다. 이 지수는 부동산원이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공급 비중을 지수화(0~200)한 것으로, 100을 넘어 높아질수록 매수심리가 강하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집값 급등 피로감이 상당한 가운데서도 심화한 매물 부족 현상이 시장을 비정상적인 형태로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이달 1일에는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강화와 양도소득세 중과가 이뤄졌다. 정부는 세 부담을 우려한 다주택자의 매물이 풀리면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봤으나, 시장에선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졌다. 다주택자가 매도보다는 증여나 버티기를 택하면서 과세기준일을 앞두고 매물이 줄고 집값 상승이 나타난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주택시장의 비수기는 6월과 10월인데, 5월 말에 이런 추세가 나타났다는 건 계절적인 수요를 뛰어넘어 시장에 불안 요소가 있다는 것”이라며 “정부는 고점을 말하지만 시장은 부족한 매물과 재건축 규제 완화에 주목하면서 동상이몽 장세가 나타났다”고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가 공공주도로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려고 하고, 실수요자를 위한 세제·대출 정책도 내놓으면서 개발 기대감이 높은 곳은 물론 중저가 단지 등에서 신고가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올해는 낮은 거래량 속에 가격 강보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최근 불안해진 전셋값이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지난주 0.04%에서 이번 주 0.06%로 오름폭이 커졌다. 서초구가 반포동 재건축 단지 이주수요로 인해 0.16%에서 0.26%로 상승폭을 확대한 영향이 크다. 이주수요가 주변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동작구(0.06→0.10%)는 물론 강남구(0.02→0.04%), 송파구(0.02→0.09%)도 오름폭이 커졌다.

서초구는 지난달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이 0.15~0.20% 수준으로, 4월(0.08~0.13%)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는데 여기에는 전셋값 상승도 한몫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대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셋값이 뛰자 전세를 끼고 주택을 사는 갭투자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고 전했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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