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온 튀김+고온 에어.. 10분이면 '뚝딱 멘보샤'

최보윤 기자 2021. 6. 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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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수셰프' 박민혁 셰프의 치즈 멘보샤
피자 배달부서 7성급 호텔 셰프로
지금도 화장실 청소 등 솔선수범

벽돌색 다세대 주택이 모여있는 서울 마포구 성산동 작은 골목길. 조용한 풍경만큼이나 작은 표지판 ‘kick’(킥)은 소박해 보인다.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지나칠 법한 공간. 가끔 잘못 내려주신 것 같다며 택시 기사와 승강이를 벌이는 손님도 있다. 의구심 가득한 표정으로 문을 여는 순간, 긴장감은 사르르. 좌석이래봐야 모두 스무 석. 하지만 지난 3월 문을 연 이래 와인바 킥은 연일 만석이다. 치즈 멘보샤, 들기름 비빔면, 춘장육면, 숯불 우대갈비 등 1만원 내외 음식과 3만원대부터 시작하는 가성비 와인으로 인기다.

방금 구운 멘보샤를 반 가르니 바사삭 하는 소리와 함께 뽀얀 치즈가 속살을 나타내며 김을 모락모락 낸다. 여기에 보통 고수꽃을 올려 장식한다. 뒤에는‘킥’의 또 다른 인기 메뉴인 들기름 비빔면. 막국수에 들기름과 간장, 새우, 날치알, 설탕, 궁채, 사과, 양파 등을 넣어 버무린 뒤 루콜라 꽃을 올리는 게 포인트!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만나는 사람 열이면 열 실패할 거라며 말렸죠. 주택가 뒷골목에 ‘와인바’라니,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라고 생각했나 봐요. 오기가 나더군요. 남들이 안 하니까 더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와인바 ‘킥’을 이끄는 박민혁 셰프 겸 대표(40)는 “언제나 도전해보라던 스승님들 덕에 안주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좋은 스승이 좋은 제자를 만난다.

박민혁 셰프는 다섯 살 때부터 할머니 손에서 컸다. 어려운 집안 형편, 어려서 헤어진 어머니의 얼굴은 이후 본 적이 없다. 이따금 만나던 아버지 역시 고등학교 때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홀로 남은 손자를 애지중지하는 할머니의 따뜻한 밥상이 가장 큰 위로였다.

“사실 그때는 밥 한 끼의 중요성을 크게 몰랐던 것 같아요. 남들처럼 번듯하게 외식하고 싶었고, 쿰쿰한 내음을 풍기는 젓갈 같은 걸 왜 먹는지 이해하지 못했으니까요. 없는 형편에 매일 아침 저녁 뜨스운 밥 해주시는 게 그렇게 고맙다는 걸 제가 요리사가 돼 보고야 알았어요.”

그때는 모터사이클 레이서가 되고 싶었다. 소년 가장이 된 그는 오토바이를 사겠다는 일념에 피자집 주방과 배달 일을 하며 4년을 버텼다.

‘손맛’에 대한 갈증이 생긴 것도 그때였다. 한식 조리사였던 아버지 덕분에 주방 일엔 익숙했다. 대학 등록금 낼 형편이 못 됐던 그는 한남직업전문학교에 들어갔다. 당시 만난 김지응 교수(현 전주대)의 소개로 조우현 셰프(현 대한민국 12대 조리명장·현재 총 14명 조리명장 있음)의 식당(당시 양식당 ‘한그린’)에 취업할 수 있었다. 조우현 명장은 막내급인 그에게 “늘 공부하라”고 격려해준 스승. 실력은 있지만 ‘전문대 졸 이상’이라는 지원 자격 때문에 탈락한 것을 안타까워하며 야간 전문대학까지 다니게 해줬다. 하루 18시간 꼬박 일하던 도제식 시스템에서 상상도 못 하던 ‘혜택’이었다. 그 덕에 국내 6성급인 W호텔에 입사해 실력을 쌓았고, 2007년 7성 급인 두바이 버즈 알 아랍 호텔 양식당 셰프가 됐다. “꿈에 그리던 진귀한 식재료들이 냉장고에 넘쳐나는데 여기가 천국인가 싶더라고요.” 2년을 일한 뒤 한국에 들어와 10년간 10개가 넘는 다양한 외식 브랜드를 열었다. 2018년 ‘사운즈한남' 총괄 셰프를 맡으며 ‘일호식’ ‘세컨드키친’ 등을 성공시켰다. 그 사이 대학 겸임 교수도 됐고 박사 학위도 땄다. 한시도 멈추지 않았다.

◇궂은일 도맡는 최전방 공격수 되고파

와인바 ‘킥’의 대표 메뉴 중 하나는 치즈 멘보샤. 사실 우연한 발견이다. 좋아하는 멘보샤를 조금 다르게 먹을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어린 시절 피자 가게의 그 ‘치즈’를 떠올렸다. 바삭한 식빵의 감칠맛과 쫄깃하게 씹히는 새우살, 쭈욱 늘어나는 치즈까지 더해진다면 색다를 것 같았다. “피자 배달부였다”고 당당히 소개하던 자신의 ‘역사'를 새겨 넣는 것이기도 했다. 쪽파를 넣은 땅콩 소스에 찍으면 감칠맛이 더 난다 .황금빛 식빵의 색감을 위해 140도 저온으로 3~4분 튀기고 180도 고온 에어프라이어에서 3~4분 돌리는 것이 셰프의 킥(셰프의 특장점을 나타내는 신조어)이다. 고온으로 오래 조리하면 빵이 타고, 저온에선 기름을 잔뜩 먹는다.

빠르게 레시피를 ‘뚝딱’ 완성해 자신의 유튜브 ‘공격수 셰프’에 올렸더니 며칠 만에 조회수 3만이 넘었다. ‘공격수 셰프’는 친한 후배 요리사이자 143만 구독자를 자랑하는 인기 유튜버 ‘승우아빠’에 출연했을 때 축구를 좋아한다는 그에게 붙은 별명이다. “유튜브에서 보고 왔다”는 손님이 절반을 넘었다. “고객들이 대표 메뉴로 승격시켜준 경우죠. 사실 음식 잘 만드는 사람은 정말 많아요. 고객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음식 외의 어떤 방식으로 차별화하며 만족을 줄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해야 해요.”

21년 차 요리사인 그는 지금도 쓰레기 분리배출·화장실 청소를 도맡아한다. 그가 좋아하는 스타 스트라이커가 팀 내 궂은일을 도맡아하기 때문이란다. “예전엔 ‘무조건 양식'만 외쳤는데 입맛이 변하는지, 사람이 자란 건지, 어느덧 발효 음식이나 향신료의 깊은 맛을 알게 되더라고요. 어릴 적 할머니가 지어주신 집 밥이 입안에서,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아요.”

<문화부> 와인바킥_멘보샤_들기름비빔막국수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박민혁 셰프의 ‘뚝딱’ 치즈 멘보샤

재료 : 간 새우살 40g(2.5마리 정도), 후추, 소금, 쪽파, 식빵 두 장, 스트링 치즈

①새우살에 후추 소금 쪽파 넣어 잘 섞는다.

②새우살 안에 스트링 치즈를 손가락 한 마디 사이즈로 잘라 넣는다.

③식빵 두 장의 끝부분을 자르고 4등분한 뒤 치즈 넣은 새우살을 샌드위치 만들듯 넣는다.

④140도 낮은 온도에서 3~4분 정도 튀겨야 황금빛이 난다.

☞셰프의 킥 : 튀긴 멘보샤를 에어프라이어에 넣어 180도에서 3~4분간 더 조리하면 ‘겉바속촉’ 치즈 멘보샤가 된다. 고수 꽃을 올려 장식한다.

<문화부> 와인바킥_멘보샤_들기름비빔막국수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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