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석의 푸드로지>반숙 오므라이스·용암 계란찜.. egg머니! 너희가 보양식이었네~

기자 2021. 6. 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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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와’ 오야코동
위 사진부터 ‘모뎐 연’의 에그타르트, ‘후라토식당’의 오므라이스, ‘운암콩나물국밥’의 콩나물국밥, ‘신승관’의 계란탕, ‘장흥 시골집’의 계란말이.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 ‘스태미나 식재료’ 달걀 요리 맛집

- ‘티엔미미’ 황금 볶음밥

밥에 달걀 물 부어놓았다가 볶아

- ‘모뎐 연’ 에그타르트

달걀찜같은 필링… 부드럽고 고소

- ‘정김밥’ 계란김밥

속 절반이 달걀… 폭신한 식감 ‘굿’

-‘후라토식당’ 반숙 오므라이스

포크 대면 쩍 갈라져 ‘쩍므라이스’

- ‘신승관’ 계란탕

노계 육수 ‘시원’… 게살수프 같아

이제 유월, 제법 더워져 벌써부터 땀이 난다. 순도 높은 단백질과 적절한 비타민 공급이 필요하다. 스스로 단백질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응당 달걀요리를 먹어야 한다. 달걀은 저렴한 비용으로 질 좋은 단백질을 얻을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인 식재료인 까닭이다.

계란(鷄卵)은 단백질(蛋白質)의 어원이다. 영어로 단백질을 의미하는 프로틴(protein)은 희랍어 ‘프로테이오스’에서 나왔다. ‘제일 중요한’이란 뜻이다. 그만큼 신체를 구성하는 중요 영양분이라 인식했다. 그런데 ‘새알의 흰자’가 완벽하게 이 영양소에 해당돼 아예 단백질이라 이름을 붙였다. 독일어 ‘아이바이스슈토프(Eiweißstoff)’를 중국과 일본에서 각각 단백질, 난백질로 번역했다. 독일어도 ‘새알(Ei)의 흰(Weiß) 성분(stoff)’을 말한다.

이름만큼 달걀은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을 많이 함유해 영양가도 높고 맛도 좋다. 조리가 쉽고 다양한 형태로 변형이 가능해 식재료로 가치가 월등하다. 몇 해 전부터 외식업계의 화두가 된 ‘분자요리’의 기본이 달걀이다. 달걀은 그 자체로 물성을 변화하기 좋고 다른 식재료의 형태도 쉽게 바꿀 수 있다. 다른 조류의 알도 식용하지만, 닭이 낳은 알을 따로 일러 달걀이라 한다. 인간이 가금류로 닭을 사육하면서 달걀은 영양의 상징이 됐다. 현대의 인류는 1인당 연평균 약 10㎏의 달걀(한국은 11~12㎏)을 섭취한다. 달걀 무게를 생각하면 얼마나 많은 양을 먹는지 짐작할 수 있다. 단백질뿐 아니라 다양한 미네랄이 피로 해소 및 세포 생성에 도움을 줘 동서양을 막론하고 값싼 보양 식재료로 쓰였다.

할리우드 영화 ‘록키’에서 가난한 복서 록키 발보아(실베스터 스탤론 분)는 아침마다 운동 후, 우유에 날달걀을 5개나 깨 넣고 들이켰다. 한국 영화 중에는 1986년 작 ‘뽕’에서 안협댁(이미숙 분)과 만나기로 한 촌부가 스태미나 보강을 위해 날달걀을 깨 먹는 장면이 나온다.

각국에는 달걀로 만든 다양한 음식이 있다. 중국 시훙스지단(토마토계란볶음), 미국 스크램블드에그와 에그 베네딕트(egg benedict), 프랑스 오믈렛과 머랭, 홍콩 계란면(Cantonese egg noodle), 일본 차완무시(달걀찜)와 오야코동, 포르투갈 에그타르트 등 언뜻 떠오르는 달걀요리만 해도 굉장히 많다. 간단히 삶는 것에서부터 볶음, 부침, 과자, 케이크, 빵, 국수, 소스, 탕 등 대부분의 요리 형태가 가능한 만능 식재료가 달걀이다. 참고로 떡국이나 잡채 등에 올리는 ‘지단’은 사실 중국어다. 닭의 알을 뜻하는 계단(鷄蛋)의 중국어 발음 그대로다. 화교로부터 유입된 외래어로 ‘알고명’이라 순화해서 쓰면 된다. 달걀이 주된 맛집을 소개한다.

◇티엔미미=원래 장안에 소문난 서울 최고 딤섬(點心)집이지만 광둥식 요리와 황금 볶음밥도 잘한다. 황금 볶음밥은 팬에 밥과 달걀을 깨 넣고 웍(팬을 흔드는 작업)으로 섞는 여느 볶음밥과는 조리법이 다르다. 미리 생달걀 물을 밥에 부어놓았다가 볶으면 전체가 샛노란 황금색 볶음밥이 된다. 대파 향과 불향이 잘 스며든 고슬고슬한 볶음밥은 다양한 딤섬으로 잔뜩 일으켜 세운 미각의 완성을 돕는다. 살짝 모자란 탄수화물에 대한 욕구도 채워준다. 정통 대륙식 중식을 전공한 정지선 셰프가 운영하는 집이다.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7길 19 1층. 9000원.

◇전주풍남회관=펄펄 김을 피우며 뚝배기 위로 솟구치는 용암 같은 계란찜.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다. 누구나 상 위에 하나씩 놓고 있다. 전주식 양념으로 제육과 오징어 볶음, 각종 찌개 등 식사와 안줏거리를 파는 집인데 여기에 계란찜을 더하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된다. 서울 중구 세종대로21길 48 광안빌딩 2층. 8000원.

◇오자와=오야코(親子)동이라니, 이런 이름이 어딨나. 닭(부모)과 달걀(자식)이 한데 들어간 덮밥이라고 이처럼 잔인한(?) 이름이 붙었다. 닭다리살에 달걀을 두르고 볶아낸 것을 사발에 담은 밥 위에 얹은 기본적 ‘돈부리’다. 닭고기는 한입 크기로 잘라내 먹기에 좋고 부드러운 달걀이 고소한 맛을 더한다. 슴슴한 양념장(쓰유)이 이미 밥알에 배어 들어 달걀과 살살 섞어 먹는 맛이 좋다. 친절하고 맛있는 정통 일식덮밥집으로 소문나 긴 줄을 드리운다. 서울 마포구 양화로10길 15 1층. 8500원.

◇모뎐 연(淵)=주택가에 숨어 있는 작은 베이커리인데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에그타르트는 포르투갈의 디저트다. 달걀노른자에 설탕을 가미하고 충분히 저어 차완무시처럼 부드럽게 만든 필링을 오목한 타르트 빵에 채워 넣은 것으로 그리 달지 않고 고소한 맛을 낸다. 에스프레소 커피나 밀크티와 잘 어울린다. 이곳 에그타르트는 타르트 빵이 두툼해 보디감이 있지만 필링이 매끈하고 부드러워 목이 메지 않는다. 서울 마포구 동교로19길 52-7. 3500원(1인당 2개 제한).

◇정김밥=얇게 부친 지단을 채 썰어 김밥 속으로 쓴다. 재료 중 거의 절반이 달걀인 계란김밥은 식감이 부드럽고 푹신하며 고소한 맛이 좋다. 충남에서 가져다 쓰는 김이 향기를, 우엉과 당근, 단무지는 아삭함을 담당한다. 짜고 강한 맛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가정식처럼 슴슴해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마포 연남동과 상수동에서 닭튀김 맛집 정닭을 운영하다 김밥집으로 업종을 바꿨다. 부모(닭)에서 자식(달걀)으로 주업종을 바꾼 셈이다. 서울 서대문구 수색로 138 1층. 계란김밥 3500원, 멸추 3500원.

◇연희일품향=‘가정식’을 강조한 중식으로 사랑받는 곳. 달걀과 대파로만 볶아낸 달걀볶음밥 한 접시에는 정통 중화요리사의 솜씨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웍 솜씨가 얼마나 좋은지 밥알 하나하나에 적당히 익은 달걀이 한결같이 붙어 있다. 불향이 배어 있어 아무런 소스 없이도 금세 한 접시를 비워낼 수 있다. 화상이 운영하는 집으로 오랫동안 자리를 지켰던 명동에서 연희동으로 옮겨 일품향을 다시 열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143. 6500원.

◇후라토식당=스테이크덮밥(스테키동)을 파는 집인데 반숙 오므라이스도 인기다. 포크를 갖다 대면 겉면이 쩍 갈라진다고 해서 이른바 ‘쩍므라이스’로 불리는 인기 메뉴다. 잘게 썬 채소를 넣고 밥을 볶아 두툼한 반숙 오믈렛을 따로 얹었다. 달걀을 깨뜨려 흘러나온 노란 속을 밥에 살살 섞어 먹으면 고슬고슬한 밥알과 잘 어울린다. 짭조름하고 새콤한 특제 소스를 곁들여 준다. 처음엔 그냥 먹다가 나중에 소스를 끼얹으면 치즈처럼 눅진한 오믈렛이 당장 새로운 맛으로 살아난다.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5길 19 로얄빌딩 아케이드 B1. 1만1000원.

◇운암콩나물국밥=남부시장 안에는 많은 콩나물국밥집이 있지만, 토렴과 수란(반숙란) 때문에 이 집을 찾는 손님이 많다. 밥공기에 적당히 익힌 반숙란에 국물과 김가루를 부셔 넣고 후루룩 마시듯 떠먹으면 국밥을 먹기도 전에 해장은 이미 끝나는 셈. 달걀에는 메티오닌 성분이 있어 숙취 해소에 좋다. 국밥은 담백하고 칼칼해 배배 꼬인 속을 확 풀어준다. 전주 완산구 풍남문2길 63 남부시장 2동 80호. 6000원.

◇신승관=계란탕이라 하면 보통 볶음밥 주문할 때 곁들여 주는 국물을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아주 오래전부터 중화요릿집에 있던 안주 메뉴다. 새우나 오징어 등 해산물과 버섯을 볶다가 물을 붓고 달걀을 한가득 풀어내는 수프요리다. 게살수프처럼 부드럽고 구수해 볶음 종류 안주와 곁들이면 좋다. 시원한 노계 육수라 남녀노소 꺼리는 사람이 없다. 고소한 계란탕을 차리는 이 집은 종로1가에서 가장 오래된 중식당 노포로 1964년에 개업했다. 서울 종로구 종로 34 알파빌딩 지하 1층. 2만5000원.

◇장흥 시골집=다양한 반찬을 상에 깔아주는 백반집이다. 아는 사람만 주문하는 ‘계란말이’가 있는데 이게 비주얼을 지배한다. 다른 반찬도 많지만 거의 달걀 한 판(요즘은 10알이다)을 깨서 부쳐낸 계란말이를 도저히 외면할 수 없다. 반드시 케첩을 뿌려 먹어야 한다. 달걀에 별로 없는 비타민C, K를 토마토가 보강해준다. 게다가 토마토에 대량 함유된 리코펜 성분은 달걀노른자와 섞이면 흡수와 영양이 증가한다고 한다. 그런데 케첩에 토마토가 얼마나 들었을까. 보통 토마토 페이스트가 50% 정도 들었다. 장흥 장흥읍 토요시장3길 15. 계란말이 1만 원, 백반 6000원.

놀고먹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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