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35.5억·의왕 15억·속초 17억.. "서울이 싸보인다"
경기도 판교의 한 아파트가 35억5000만원에 매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권에서도 압구정과 반포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흔히 보기 힘든 액수의 거래라 부동산 시장은 다소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판교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아파트 가격이 하늘 높이 치솟고 있다. 일부 수도권 단지는 15억원 이상까지 오르면서 오히려 한국 부동산 시장의 중심인 서울 아파트값이 상대적으로 싸보인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경기도 성남시 백현동의 판교푸르지오그랑블 전용면적 139.72㎡는 지난 4월 35억5000만원(19층)에 거래됐다. 지난해 9월 같은 평형이 30억 2000만원(7층)에 거래된 이후 한번에 5억3000만원이 뛴 셈이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현대아이파크 1단지도 244.58㎡가 지난 5월 30억5000만원(34층)에 매매됐다.
30억원대 거래까지는 아니지만 서울 밖에서는 정부의 초고가 주택 기준가인 15억원을 넘는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경기 부천시 위브더스테이트 183.26㎡는 지난달 전고가보다 5억4500만원이나 오른 16억2000만원(14층)에 거래됐다. 성남 위례신도시에서도 위례센트럴푸르지오 94.05㎡가 정확히 15억원(7층)으로 매매됐다.
지방에서도 고가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대구 수성처럼 ‘지방 대장주’가 아니라 오랜 기간 상대적으로 잠잠했던 강원·제주에서의 얘기다. 강원 속초시 동명동 디오션자이 131㎡ 펜트하우스의 경우 분양권이 지난달 16억9008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13억4838만원에 거래된 것을 고려하면 5개월만에 3억4000만원 올랐다. 제주시 연동 옛 대한항공 사옥 자리에 들어서는 e편한세상 연동 센트럴파크는 지난달 145.68㎡(15층)의 분양권이 14억7410만원에, 154㎡의 분양권은 15억5910만원(14층)에 거래됐다.
비(非)서울 15억원 매매가는 대형 평형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4㎡선에서도 15억원이 넘는 금액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경기도 과천 푸르지오 써밋 84.99㎡은 지난 4월 20억5000만원(24층)으로 20억원을 넘겨 손바뀜했다. 수원 광교신도시의 광교중흥S클래스 84.93㎡의 경우 지난 4월 16억2000만원에 두 건(20층·25층)이 거래됐다.
의왕시 인덕원 푸르지오 엘센트로 전용 84.93㎡ 역시 지난 4월 15억 3000만원(3층)에 거래됐다. 이 단지는 월곶~판교선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 정차역이 신설될 가능성이 부각하며 지난해 1월 당시 최고가 기록이었던 8억 9635만원을 6억원 넘게 뛰어넘으며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12월 7억6500만원(12층)에 손바뀜했던 부산 해운대구 우동 경남마리나 84.93㎡는 지난 3월 4개월만에 무려 9억4400만원 오른 17억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지방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다 보니 서울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저렴해보이기도 한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11억2375만원, 중위 매매가격은 9억9833만원이었다. 강남으로 한정해도 평균 가격은 13억3074만원, 중위 가격은 12억2667만원이었다. 지역에 따른 규제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방의 고가주택을 매매할 수 있는 경제력이면 서울 강남 입성도 가능한 것이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궁극적으론 전국적인 공급 부족 현상에 기인한 것”이라고 진단한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기간 정비사업이 막혀 공급 부족이 누적된 서울만큼이나 비(非)서울 지역도 심각한 수급 불균형에 직면해 아파트값이 서울 못지않게 폭등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6년 전국의 주택건설 인·허가 건수는 72만 6048건이었으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17년 65만4431건 ▲2018년 55만4136건 ▲2019년 48만7975건 ▲2020년 45만7514건으로 계속 줄어들었다.
고준석 교수는 “공급 발표만 풍년이지 실질적인 공급은 계속 줄어들다 보니 서울뿐 아니라 온 나라에서 가격 폭등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특히 지방일수록 다른 변수보다 수요·공급 요인이 크게 작용하니 서울이나 강남보다 아파트값 상승이 더 두드러져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신규 공급뿐 아니라 양도소득세 중과·주택임대차보호3법 등의 주택 규제들도 기존 매물 순환을 막아 공급 부족을 심화시켰다며, 특히 경기·인천은 서울 인구가 분산되며 주거 수요가 늘었는데 공급난과 겹쳐 가격 상승 폭이 더 커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고 교수는 다만 앞으로도 비(非)서울 지역 아파트값이 고공행진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하는 데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서울 근교라면 광역교통망이 연결되고 일자리가 몰리는 곳, 비수도권이라면 신축 주택이 꾸준히 공급되고 일자리가 집중된 곳의 경우 가격이 장기적으로도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상승세가 꺾이기 시작하면 본격적인 조정장이나 하락장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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