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아버지와 아들/박홍환 논설위원

박홍환 2021. 6. 3.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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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속 사진 한 장이 희미한 옛 기억을 소환해냈다.

비 내리는 6월 첫날 아침, 등굣길의 부자간 모습인데 어린 아들이 행여 비에 젖지 않을까 온몸으로 감싸고 길을 재촉하는 아버지 모습이 인상적이다.

책가방을 대신 둘러멘 아버지는 쫑알대며 교과서를 줄줄 외는 어린 아들이 흡족한 듯 비를 쫄딱 맞으면서도 미소 짓고 있는지 모르겠다.

먼 훗날 장성한 아들은 또 다른 부자간 모습을 보며 2021년 6월 1일 비오던 날 아침의 기억을 떠올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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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속 사진 한 장이 희미한 옛 기억을 소환해냈다. 비 내리는 6월 첫날 아침, 등굣길의 부자간 모습인데 어린 아들이 행여 비에 젖지 않을까 온몸으로 감싸고 길을 재촉하는 아버지 모습이 인상적이다. 책가방을 대신 둘러멘 아버지는 쫑알대며 교과서를 줄줄 외는 어린 아들이 흡족한 듯 비를 쫄딱 맞으면서도 미소 짓고 있는지 모르겠다. 먼 훗날 장성한 아들은 또 다른 부자간 모습을 보며 2021년 6월 1일 비오던 날 아침의 기억을 떠올리지 않을까.

기억도 흐릿한 아주 어린 시절, 커다란 자전거 짐칸에 앉아 아버지의 허리를 부여잡고 눈앞에 휙휙 지나가는 세상을 공부했던 것 같다. 네 살배기 아들이 길목의 가게들 간판을 줄줄 읽고, 구구단을 끝까지 외는 모습이 대견했던 아버지는 페달을 더 신나게 밟았다고 했다. 당시 작은 뺨에 전해진 아버지 등의 온기가 지금도 느껴지는 것 같다.

얼마 전 대취한 채 아들의 어깨에 기대 집에 들어온 적이 있다. 다음날 아침, 아들은 아무 말 없이 걱정 어린 눈빛만 보냈다. 계면쩍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릴 때는 아버지의 등에 얼굴을 묻더니 지금은 아들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셈이다. 다음날 낚시터에서 아버지와 아들은 소주잔을 기울이며 찌를 바라봤다.

sting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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