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동물원] "난 특별해. 그냥 청개구리가 아니라고. 개굴~"

정지섭 기자 2021. 6. 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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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종뿐인줄 알았던 한반도 청개구리 3종으로 늘어나
1980년 '수원청개구리' 이어 2020년 '노랑배청개구리' 신종 등록
일반 청개구리보다 몸집 작고 울음소리도 달라
종간 교잡 이뤄지면 멸종될 수 있다는 전문가 우려도

만화주인공 왕눈이의 실체, 화장품브랜드 참존 광고모델, 김민제아동복 캐릭터, 지지리도 말 안듣는 말썽꾸러기 아이를 부르는 말… 이 넷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어쩌다보니 라떼는 말이야(^^;;;)식 퀴즈가 되어버린 것도 한데 정답은 ‘청개구리’입니다. 한국에는 수많은 개구리가 있습니다. ‘개구리 전투복’의 영감을 제공해준 참개구리, 새빨간 배가 인상적인 무당개구리, 상남자 외모의 두꺼비, 청정지역의 상징 맹꽁이, 이제 생태계의 일원이 돼버린 괴물외래종 황소개구리까지…. 그런데 상대적으로 아담한 몸집과 영롱한 연둣빛 무늬, 물보다는 나무에서 주로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유독 청개구리에 대한 호감이 두드러지는 것 같습니다.

기존 청개구리·수원청개구리와는 전혀 다른 신종으로 등록된 노랑배청개구리. /민미숙박사·아마엘보르체박사·국립생물자원관

이 청개구리가 요즘 화제의 중심입니다. 새로운 청개구리가 발견됐거든요. 정확히 말하면 기존에 있던 청개구리인줄 알았는데, 생물학적으로 분석해보니 완전히 다른 종이었다는 얘기입니다. 주인공은 노랑배청개구리입니다. 한반도에 서식하는 세번째 청개구리로 지난해 환경부와 국제양서류학회에 공식 등록됐습니다. ‘Dryophytes flaviventris’는 학명까지 부여됐고요.

◇ 40년만에 확인된 청개구리 신종

기존 청개구리·수원청개구리와 별개의 종으로 공식 등록된 노랑배청개구리. /민미숙박사·아마엘보르체박사·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청개구리는 오랫동안 1종 뿐이라고 여겨져왔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양서류 학자 구라모토 미쓰루가 수원에 있던 농촌진흥청 부근에서 채집한 청개구리가 기존의 청개구리와 외모와 울음소리가 확연히 다르다는 점을 발견하면서 1980년 ‘수원청개구리’라는 신종으로 공식적으로 분류됐습니다. 그로부터 40년 뒤인 2020년 수원청개구리의 일종이라 생각했던 전북 일대 서식 개체들의 특성을 관찰하고 분석한 결과 청개구리·수원청개구리도 아닌 제3의 청개구리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이 같은 내용을 다룬 서울대 민미숙 박사와 아마엘 보르체 박사의 논문이 지난해 공식 발표되면서 노랑배청개구리가 탄생한 것이죠.

◇ 덩치는 작지만 늘씬한 몸에 더 힘차게 울어

노랑배청개구리 한쌍이 나뭇가지에 앉아있다. 이들은 다른 개구리보다 다소 늦은 5월부터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는다. /아마엘 보르체 박사 트위터

노랑배청개구리라는 이름은 번식철 수컷의 몸에 나타나는 진한 노란색깔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번식이 확인된 곳은 전북 군산·익산·부안 등입니다. 수원청개구리가 수원을 비롯해서 김포·파주·아산·당진 등에 사는 것과 구분됩니다. ‘콩밭메는 아낙네’로 유명한 칠갑산을 기준으로 그 이북에는 수원청개구리, 남쪽에는 노랑배청개구리가 사는 셈입니다. 울음소리도 다른 청개구리와 달리 유독 앞부분이 길고 굵습니다. 수원청개구리가 오후 늦게부터 울어내는데 비해 노랑배청개구리는 한낮부터 목청을 터뜨립니다. 몸통과 다리도 좀 더 긴 편이고요. 노랑배청개구리와 수원청개구리 모두 ‘그냥 청개구리’에 비해 덩치는 작은 편입니다.

◇ 사람·황소개구리·왜가리에 ‘잡종화’라는 천적까지

"저는 수원청개구리입니다." 수원시는 지역 이름이 붙은 동물인 수원청개구리를 모티브로 캐릭터 '수원이'를 만들어 알리고 있다. /수원시 홈페이지

한반도 생물도감에 새내기로 이름을 올린 이 양서류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습니다. 노랑배청개구리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한반도 남서부 칠갑산 이남에만 사는 특산종인데, 서식지가 좁다는 것은 개체수가 급감할 위협에 노출돼있다는 뜻입니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인된 개체수는 불과 1000여마리에 불과합니다. 이런 점 때문에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보호될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천적은 황소개구리와 백로, 왜가리 등입니다.

◇ 잡종화 지속될 경우 멸종 가능성 높아져

아마엘 보르체 박사가 자신의 트위터에 동아시아 각지역에 사는 청개구리 종의 서식지와 울음소리의 차이를 도표로 만들어놓았다. /아마엘 보르체 박사 트위터

‘내부의 적’도 있습니다. 바로 다른 종과의 잡종화입니다. 청개구리와 수원청개구리·노란배청개구리는 별개의 종이지만 종간 번식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이런 특성이 절멸의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과 도민석 박사는 “이종끼리 번식이 당장은 순조로워보일 수도 있지만 세대를 거듭할수록 번식능력은 떨어지게 돼고 결국 대가 끊길 수도 있다”며 “생식능력이 결여된 라이거(사자와 호랑이의 잡종)나 노새(말과 당나귀의 잡종)처럼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습니다. 때마침 청개구리의 번식철인 5월입니다. 제주도까지 전국 각지에 분포하는 청개구리, 경기·충청도에 사는 수원청개구리, 전북 일원에 사는 노랑배청개구리까지 저마다 2개~10개의 알덩어리를 낳아 물속 안전한곳에 붙여놓을 것입니다. 모쪼록 이들 청개구리 ‘3대분파’가 각자 번성하기를 바라봅니다. 개구리들은 생태계를 떠받드는 대들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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