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맞서기 들어간 다주택자..10억 차익 3주택자 집팔면 세금 최고 7.5억

조성신 2021. 6. 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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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양도세 최고세율 75%
다주택자 싸게 파느니 증여 선택
양도세 종부세 개편 이달 중 결론
당정 "후퇴는 없다"
이날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양도소득세 중과와 전월세신고제 시행을 앞두고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시장의 거래절벽 상황이 심화하고 매물도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30일 송파의 한 공인중개소에 다주택자 세무상담안내가 걸려있다. [사진 = 이승환 기자]
정부가 시장에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를 유도하기 위기 위해 내놓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기간이 5월 31일 종료됐다. 이에 따라 2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1일부터 집을 팔 때 양도소득세(양도세) 최고세율이 75%로 오른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정부세) 과세 대상자도 확정된다. 여당은 세법 개정 논의를 이달 안에 결론을 낸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집값을 올리고 주택시장을 교란하는 주범이 다주택자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2017년 '8·2대책'을 통해 비과세 실거주 요건을 '2년 보유'에서 '2년 거주'로 바꾸고, 다주택자의 양도세율을 최대 40%에서 60%까지 올렸다. 2019년 '12·16대책'에서는 1주택자의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조건으로 '거주 요건'을 포함했고, 지난해 '7·10대책'에선 다주택자의 양도세율을 최대 75%까지 상향시켰다.

1일 부동산 및 주택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규제지역 내 2주택자의 경우 기본세율(6~42%)에 붙는 양도세 중과세율이 현행 10% 포인트에서 20% 포인트로 상향됐다. 3주택 이상 보유자는 20% 포인트에서 30% 포인트까지 오른다.

이에 따라 다주택자의 양도세 최고세율은 기존 65%에서 75%로 치솟았다. 차익 1200만 원까지는 일반적인 경우 6%의 세율이 적용되는데, 30%포인트 중과를 더하면 세율이 36%로 뛰게 된다. 예컨대 집을 산 지 1년이 되기 전에 팔면 70%의 양도세를, 3주택 이상을 보유하다 10억원 이상 차익을 거뒀다면 최고 75%의 세금을 물게 된다.

주택·입주권 1년 미만 보유자 등 단기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도 기존 40%에서 70%로 인상됐다. 1년 이상 2년 미만을 보유한 주택에 적용되는 세율은 기본세율(6∼45%)에서 60%로 올라가고,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율도 10%포인트씩 상향됐다.

작년까지는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인지를 판단할 때 분양권은 주택 수에 포함하지 않았지만, 올해부터 취득한 분양권은 주택수에 포함한다. 만약 조정대상지역에 2주택, 1분양권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3주택자가 돼 기본세율에 30%포인트의 세율을 더해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셈이다.

정부의 양도세 중과 강수에도 다주택자들은 보유 주택을 매각하기보다는 증여하거나 버티기에 나서면서 시장에서 매물 잠김이 계속되고 있다. 일단 강도 높은 규제로 압박하면 규제 시행 전 매물을 쏟아내 집값이 내려가면서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는 정부의 기대와는 멀어지는 상황이다.

시간과의 싸움 들어간 정부 다주택자

정부의 기대와 달리 여분의 집을 파는 대신, 자녀들에게 물려 준 다주택자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3월 기준 전국 아파트 증여 건수는 1만281건으로, 이는 한달 전인 2월(6541건) 대비 57.1%나 증가했다. 서울의 경우 아파트 거래는 작년 12월 이후 계속 감소해 지난달 바닥을 찍은 반면, 증여는 크게 늘어 두 달 연속 3000건이 넘었다.

서울시내 한 세무소 상담창구에서 한 민원인이 세금 관련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 = 한주형 기자]
다주택자들이 집을 파는 대신 자식이나 배우자에게 증여한 이유는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란 믿음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주택자가 10억원에 산 아파트를 17억원에 팔면 어제까진 양도세가 3억3000만원이었으나 오늘부터 4억원으로 7000만원 늘었다. 하지만 팔지 않고 배우자에게 증여하면 증여세 2억7000만원으로 오히려 양도세보다 적다. 자녀에게 증여하면 증여세가 4억8000만원이지만, 집 부자들은 어차피 자식에게 물려줄 생각이라 미리 물려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가격을 낮춰 집을 빨리 처분하기보다 증여로 세금 부담을 덜고,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세금 부담을 감수하며 버텨도 추후 집값이 상승하면 만회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한몫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이달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중과와 양도소득세 인상을 앞두고 버티기냐 매도냐 증여냐 세 갈림길에서 서울·강남의 다주택자 다수가 증여로 돌아서거나 버티기에 들어간 것"이라며 "최근 서울 집값이 크게 오르자 부유층이 자녀에게 서둘러 집을 마련해주려 강남 아파트 증여에 나선 경우가 있고, 고령의 다주택자 가운데는 종부세 등 세 부담을 피하려 절세형 증여에 나선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증여할 자녀가 없는 다주택자들은 버티기에 들어갔다. 서초구 잠원동 S공인 대표는 "거래가 전혀 없다. 매물이 한두 개 남긴 했지만, 날짜가 얼마 안 남아 집주인들이 매도를 포기하는 분위기다"라고 전했다. 마포구 성산동 T 공인 관계자도 "급매는 두어 개 있는데 실질적으로 1∼4월에 팔 사람은 다 팔았다. 급매 내놓은 집주인도 '팔리면 좋고, 안 팔리면 말고' 이런 식이다. 매수자는 급매를 찾아다니지만, 매도자는 호가를 내리진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달 이후 오를 세금을 고려해 매매 가격을 올려 부르는 집주인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피한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며 이번 주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부동산원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보면 5월 넷째 주(24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값은 0.10% 상승하며 지난주 상승폭을 유지했다. 지난주 2·4대책 발표 이후 15주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데 이어 0.1%대 상승을 이어간 것이다.

재건축 단지가 집값 상승세가 뚜렷하다. 지역별로 노원구가 0.21% 올라 7주 연속 서울에서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서 빠진 노원구는 상계동과 중계동 재건축 단지와 중저가 단지를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올랐다.

당정 "후퇴는 없다" 향후 집값 추이에 따라 상황 달라져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달 17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주택 양도세와 관련 "5월 말까지 기회를 드렸다. 그런데도 정부의 시책을 안 믿고 좀 버틴 분들이 있다"면서 "저희로서는 이것은 국민과의 신뢰와 원칙 문제"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집값 안정을 위해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풀어놓아야 하고 이를 촉진하기 위해 양도세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으나 이를 일축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도 김진표 의원이 이끄는 부동산특별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으나 결론은 '원칙 고수'였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해 '7·10대책' 브리핑 당시 "조정대상지역의 경우 주택의 시가(합계 기준)가 30억원이면 종부세는 약 3800만원, 50억원이면 약 1억여원 정도로, 전년보다 2배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인상된다"고 밝혔다.

이날 1일 과세 대상이 확정된 종부세는 연말 납부고지서가 나간다. 조정지역 다주택자들이 실제 종부세 폭탄 고지서를 받아들면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금리까지 오르면 부담은 크게 가중될 수 있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의식해 미국 연준(Fed)보다 앞서 연내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금리 인상은 그 자체로 부동산 가격의 하방 요인인데다 빚이 있는 다주택자들은 이자 부담이 그만큼 늘어난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 투자자문센터 팀장은 "다주택자들은 올해 종부세가 얼마 나올지 나름대로 계산하고 있겠지만 집값 합산액의 1∼2%에 달하는 세금은 고소득자들로서도 상당히 버거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9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도 변수다. 부동산 시장 불안이 계속 이어질 경우 다주택자 양도세 문제는 다시 수면 위로 떠 오를 수 있어서다. 정부가 추진 주인 공공재개발과 오세훈 시장의 민간 주도 재개발·재건축이 집값을 밀어 올리는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어 다주택자들의 매물 출회 여부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날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이후 거래 절벽을 넘어 거래가 끊기고, 입주 물량 부족으로 집값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며 "매물 부족에 따른 거래 절벽이 이어지면서 집값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세제와 대출 등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서울 집값 강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집값이 떨어진다면 다주택자들의 버티기는 지속이 어려울 수 있다.

버티기의 최대 관건인 향후 집값 전망은 전문가별로 엇갈린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그동안의 상승 피로감이 상당히 누적돼 있는 데다 신도시 분양도 예정돼 수요자들의 관심이 분산될 여지가 있다"면서도 "작년과 같은 오름세를 지속하긴 어렵겠지만 중저가 주택 위주의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시점을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으나 이젠 상승률이 떨어지고 하락 추세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가격이 많이 오른데다 수요가 감소하고 있고 금리 인상 부담도 있어 상승 흐름이 지속되진 않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한편, 재산세와 종부세 과세 대상자도 이날 확정된다. 6월 1일이 현행 세법상 과세 대상자를 결정하는 시점이다. 종부세는 올해부터 일반세율이 현재 0.5∼2.7%에서 0.6∼3.0%로 올라간다. 3주택 이상이나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에 적용되는 세율은 0.6∼3.2%에서 1.2∼6.0%로 인상된다. 법인에는 6% 단일세율이 적용된다.

더불어민주당 부동산 특별위원회가 내놓은 세법 개정 사안들은 논의를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사안이 많다. 재산세는 감면 상한선을 기존 공시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높이는 방안으로 중지가 모인 상태다. 1세대 1주택자가 보유한 공시가격 9억원 이하 주택에 재산세율을 3년간 0.05%포인트씩 깎아주는 방식이다. 공시가격 6억~9억원 구간 공동주택 59만 가구가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1세대 1주택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기준 금액 상향(9억→12억원) 조치도 아직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 세법 개정을 마쳐야 확정되지만, 특위가 제시한 공시지가 상위 2%에 대한 종부세 과세안도 미지수다. 여당 내부서도 반발이 상당한 만큼 이달 중 공청회 논의 과정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robgu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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