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비토] 필드의 야생마 김종덕

2021. 5. 3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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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 매경오픈 도중 버디를 잡고 기뻐하는 김종덕 프로. [사진=KPGA]

스포츠에선 전설의 반열에 오른 선수만이 별명을 가진다.

백 상어 그레그 노먼, 황금 곰 잭 니클라우스, 침묵의 암살자 박인비, 타이거 우즈는 골프 황제로 불린다. 한국에도 별명을 가진 선수가 있는데 필드의 야생마로 불리는 김종덕 프로다. 티 샷 후 페어웨이로 걸어가는 그의 모습은 갈기를 휘날리는 야생마를 연상시킨다.

시니어 대회의 연습라운드 중 있었던 일이다.

사용하지 않는 그린에서 일하는 아주머니가 그린을 보수하고 있었다, 그가 중요한 버디 퍼트를 남겼는데 소음이 심했다. 동반자들이 제지하려고 하자 이렇게 말했다.

“저런 소음이 일일이 다 들리면 우승하기 어렵다. 강한 집중을 해 보통의 소음은 들리지 않는 경지로 들어가야 한다. 저 분들 보다 우리가 더 안온한 삶이지 않은가“

오랫동안 잊기 힘든 말이고 아직도 그 태도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

세계 최고 레벨의 선수에게 가장 쉽게 배울 수 있는 것은 골프에 대한 사고와 태도다. 스윙이나 다른 기술적인 요소들은 시간이 걸리고 배우기도 어렵다. 하지만 예절은 금방 배우고 어느 곳에나 적용시킬 수 있다.

그의 장점은 겸손하고 관대하며 긍정적이란 것이다. 그리고 쉽게 동반자의 약점을 분석하고 단점을 고쳐 준다.

맹자는 널리 익히고 깊게 배우는 것은 단순하게 가르치기 위함이라고 했다. 단순하고 간결하게 가르치는 힘은 김종덕 프로가 최고라 생각된다. “그린 주변에서는 가능하면 굴려서 핀으로 보내라, 도저히 굴릴 수 없을 때만 띄워라” 그의 어프로치에 대한 지론은 정말 멋지다.

그는 레전드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을 만큼 우승 경험이 많다.

코리안 투어 9승, 일본 투어 4승, 한국 시니어 투어 11승, 일본 시니어 투어 4승, 대만 시니어 투어 1승, 2020년 골드레이크CC에서 열린 챔피언스 투어에서는 이틀 17언더파란 대기록으로 우승했다. 그랜드CC에서 세운 공영준 프로의 이틀 16언더파를 깬 것이다.

공영준 프로는 아이언의 대가로 정교하고 치밀하게 핀에 붙여 버디를 한다. 반대로 김종덕 프로는 임기응변을 기반으로 세베 바예스테로스와 비슷하게 버디를 양산한다. 보기를 하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파를 만들어내는 불가사의한 힘이 있다.

요즘도 챔피언스 투어에서 대부분의 대회에서 탑 텐에 들고 늘 우승권에 있다. “스윙은 언제나 잘 된다. 골프를 평생 했으니 스윙이 안 될 수는 없고 퍼팅이 어떤가에 따라 우승 여부가 결정된다.”그가 자주 하는 말인데 스스로 실천하는 중이다. 김종덕 프로에게 몇 가지를 물어 봤다.

“최고의 포섬 멤버를 고른다면”

-타이거 우즈.

“이유는”

-타이거 우즈는 잭 니클라우스와 아놀드 파머를 합쳐 놓은 완벽한 선수다.

“타이거 우즈와 시합한 적이 있나”

-던롭 피닉스 오픈의 결승 라운드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는 굉장히 겸손했고 유머러스했다. 15번 홀로 기억되는데 드라이버 거리가 자기와 비슷하게 나가자 내 드라이버를 가지고 한참을 관찰하고 휘둘러 봤다. 그리고 다음엔 드라이버를 조금 자르고 붙어 보자며 미소 지었다. 당시 세계랭킹 1위였던 타이거 우즈는 짧은 샤프트를 가지고 강하게 치는 히터고 나는 긴 샤프트로 쓰는 스윙어였다.

“다른 유명 선수들과 겨뤄본 소감은”

- 그레그 노먼, 닉 팔도, 닉 프라이스 등 많은 선수와 시합을 했는데 대부분 관대했고 여유로웠다. 호텔에서 만나도 포옹을 해주며 엘리베이터를 먼저 타게 하는 매너도 갖췄다. 좋은 교육을 통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거라 생각된다.

“목숨이 걸린 1,5미터의 퍼팅이 남았다면 누구에게 맡기고 싶나”

-내 스스로 하고 싶다.

"외국 시합과 한국시합의 차이점이 있다면”

-외국에서 전야제를 하면 선수들이 앉아 있고 주관하는 스폰서사의 회장이 좌석을 돌며 선수들과 인사를 나눈다. 한국은 회장은 앉아 있고 선수들이 일일이 찾아가서 인사하는 경우도 있었다. 오래전의 일로 지금은 좀 개선되었을 것이다.

“취미는 무엇인가“

-사진 찍기.

“골프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골프는 인생과 비슷하다. 골프하며 속인 사람은 살면서 반드시 남을 속이니까.

“경기 중 압박을 이겨내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즐기는 게 좋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한다.

필자가 챔피언스 투어를 뛰면서 자주 느낀 것은 우승을 많이 한 선수들은 대부분 관대하다는 것이다. 동반자에게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고 자신의 플레이에만 집중한다. 반대로 상위권에 있지만 우승이 없는 선수들은 동반자의 플레이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드롭을 제대로 하는지” “룰은 잘 지키는지” 매의 눈으로 보다 평생 그저 그런 선수로 마감하는 것이다. 고수에겐 놀이터고 하수에겐 전쟁터란 점에서 골프는 인생과 닮았다. 그의 전설이 그의 놀이터에서 계속되길 기대한다.

*어부(漁夫) 비토(Vito)라는 필명을 갖고 있는 김기호 프로는 현재 KPGA 챔피언스 투어에서 활동중인 현역 프로입니다. 또한 과거 골프스카이닷컴 시절부터 필명을 날려온 인기 칼럼니스트로 골프는 물론 인생과 관련된 통찰로 아름다운 글을 독자 여러분께 선사할 것입니다. 많은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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