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도 종로도 매물이 쌓였다".. 애물단지 된 소형 오피스텔

최온정 기자 2021. 5. 3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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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센트럴푸르지오시티 오피스텔 전경. /최온정 기자

“작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시세보다 1000만원 이상 내려서 급매로 파는 물량이 쏟아졌어요. 저희 부동산에서만 10개 이상 팔았습니다.”

28일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A공인중개사무소. “요즘 전용면적 40㎡(12.1평) 이하 소형 오피스텔 가격이 얼마나 내렸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사무소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작년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6월부터 양도세가 늘어나는 등 세 부담이 커지면서 소형 오피스텔을 매도하려는 이들이 늘어났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강남역 인근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곳은 테헤란로와 강남대로를 접하고 있어 교통이 편리하고 월세를 구하는 직장인들도 많아 한때 임대업자들의 주목을 받았던 곳이다.

◇ 오피스텔 급매 나선 강남·서초 집주인…”3000만원 깎아 거래했다”

강남역 1번 출구에서 도보로 2분 거리인 강남센트럴푸르지오시티 오피스텔. 이 오피스텔은 전용면적 25㎡(7.5평)의 경우 작년 1월에는 3억6900만원 수준에 거래됐지만, 최근에는 2억9000만원(5월·17층)에도 거래됐다. 시세보다 1000만~2000만원 이상 깎아 내놓은 급매물이 쌓인 결과다.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6월 1일 계약한 매물부터 종합부동산세 합산대상에 포함되는데, 이에 앞서 5월 말 잔금처리가 가능한 조건으로 나온 매물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 오피스텔에서는 이 매물보다 조금 큰 전용면적 27㎡(8.1평·10층)인 방이 현재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80만원으로 거래되고 있다. 2.5%의 전환율을 적용해 전세로 환산하면 보증금이 3억94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현재 전용면적 28㎡(8.47평·11층)짜리 방이 2억6000만원에 매매로 나와있다. 전세로 계약이 이뤄졌다면 전세가보다 훨씬 낮은 금액으로 매물이 나온 셈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오피스텔은 전세보단 월세로 거래가 되는 만큼 아파트와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매매가가 다소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테헤란로를 끼고 있는 선릉역 인근 아름빌 오피스텔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2019년 10월에는 3억원에 거래되던 방(30㎡·9평)이 최근 전셋값과 비슷한 2억6000만원에 나왔다. 인근 대우아이빌의 상황도 같다. 지난달 2억8000만원에 거래됐던 방(29.63㎡·18층)이 1000만원 낮춘 2억7000만원에 나왔다.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이 매물들은 5월 말까지 계약하는 조건”이라며 “그때까지 안팔리면 시세에서 종부세까지 합쳐서 팔겠다고 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강남·서초 일대 부동산 관계자들은 작년 12월부터 소형 오피스텔 매물이 계속 늘었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지난해 7·10 대책과 12·16 대책 등 굵직굵직한 정책을 내놓으면서 세부담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작년 8월 12일 이후 공시가격 1억원을 초과하는 주거용 오피스텔은 주택수에 포함시키기로 하면서 다주택자들이 소형 오피스텔을 처분할 유인이 생겼다.

직장인 하시연(38)씨는 “결혼하면서 신혼집에 들어가 살면서 예전에 살던 오피스텔을 그냥 뒀었는데, 세금 부담이 너무 커져서 그냥 처분하려고 한다”면서 “원룸 형식 오피스텔이 주택으로 분류되니 황당하지만 세금 제도가 그렇다고 하니 직전 거래가보다 3000만원 깎아 매도하기로 했다”고 했다.

이대역 푸르지오시티 오피스텔 전경. /최온정 기자

◇ 배후수요 풍부한 신촌·종로 일대도 매도세…”1000~2000만원씩 하락”

연세대·이화여대·서강대 등 대학가가 몰려있는 신촌·이대역 부근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때 이곳은 월세를 찾는 학생들이 많고, 연대 세브란스 병원을 다니는 간호사·의사들이 숙소로 삼는 경우가 많아 좋은 투자처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값을 더 깎고서라도 급하게 매물을 처분하려는 집주인이 늘어나고 있다.

이대역 인근 푸르지오시티 오피스텔의 경우 전용면적 29㎡ 매물(5층)은 올해 3월에는 2억5300만원에 거래됐으나 최근 한 달새 매매가가 1000만~2000만원씩 하락했다. 2억4400만원을 받고 급하게 처분한 집주인도 있다. 이 오피스텔은 대학가와 업무시설을 기반으로 한 배후 수요가 탄탄해 임대가 잘 나가던 곳이었다. 인근 D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구입하는 손님들에게 이익이 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광화문과 가까운 종로3가에서는 분양가보다 낮게 매물을 내놓은 집주인도 등장했다. 작년 9월에 완공된 신축 오피스텔인 종로하이뷰디아트가 그 사례다. 이곳은 청계광장과 가깝고 1·3호선과 인접해 직장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급매가 5건 이상 나왔다.

인근 E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2년 전 이 오피스텔을 분양할 당시 분양가가 2억2000만~2억5000만원이었는데 이후 정부가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를 규제하면서 분양가보다도 매매가가 낮아졌다”며 “취득·등록세와 법무사 비용이 한 1500만원 든다고 하면, 지금은 이 비용과 매매가를 다 포함해도 2억4000만~2억5000만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 전국 소형 오피스텔 매매가격 9개월째 하락…”보유 매력 없다”

이 같은 추세는 서울 뿐만이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나타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및 종부세 강화 방침을 정한 작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전용면적 40㎡이하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는 작년 10월(-0.00%)을 제외하고 계속 하락했다. 같은 기간 40㎡이하를 제외한 중대형 오피스텔 가격지수가 지속 상승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정부가 임대사업자와 다주택자를 규제대상으로 묶어 세제 혜택을 축소하다보니 오피스텔을 보유하는 게 더 이상 큰 의미가 없어졌다”며 “투룸 등 중대형 오피스텔은 소형 아파트의 대체재로서 부각되다보니 유지가 되는데, 원룸은 졸지에 계륵 신세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2009년부터 정부 지원으로 소형 오피스텔이 대거 공급되면서 1인 가구의 주거난을 해결하는 데 기여했는데, 이제와서 다주택자와 함께 묶여 규제대상이 됐다”고 지적하며 “1인가구 주거난을 해소하기 위해 전용면적 40㎡ 이하 오피스텔은 규제에서 제외하는 방법도 고민해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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