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쥐어짜고 LTV 높이고..공급으로 민심 끌어안기

김지섭 2021. 5. 2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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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부동산특위 주택시장안정 개선안 발표
실수요자 주거복지에 초점..민간임대는 퇴출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위 위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공급 금융세제 개선안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위원장 김진표 의원)가 27일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개선안을 발표했다. 무주택자와 1주택자 등 실수요자에 초점을 맞춰 주택 공급과 금융 규제 완화, 세제 개편까지 아우르는 개선안이다.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을 공시가격 상위 2%로 축소하고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현재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높이는 방안도 제시했다.


도심·신도시에서 싹싹 긁어 추가 공급

민주당은 지자체가 제안한 도심 내 복합개발부지, 이전공공기관부지에 청년·신혼부부 주택 1만 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지자체 소유부지에는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누구나 집’ 프로젝트 시범 사업도 추진된다. 신혼부부 또는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가 집값의 6~20%로 10년간 장기임대 거주한 후 최초 입주 시 가격으로 분양을 받고 분양가 상승에 대한 시세차익은 사업시행자와 공유하는 방식이다. 누구나 집 1호는 인천 중구 영종미단시티에 건설 중이다.

3기 신도시 자족시설용지 용적률을 높여 주택 공급을 늘리고, 분당과 일산 등 1기 신도시 리모델링 사업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그간 공공택지 후보지로 거론됐던 군 공항, 저수지, 예비군 훈련장, 교정시설 등도 중장기 사업지로 발굴할 계획이다. 아울러 민주당은 내달 중 청년·무주택자가 내 집 마련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시세보다 저렴한 공공자가주택 공급 확대 방안도 내놓을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위 개선안. 그래픽=김대훈 기자

민주당은 2·4 대책 등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 이외에 추가 공급대책을 내놓으면서 부동산 시장 안정 의지를 보였지만 단기 공급방안이 실종돼 당장 불붙은 집값을 잡기에는 한계가 있을 전망이다. 도심 내에 지자체가 확보한 '양질'의 공공부지가 얼마 없다는 점도 실효성을 떨어트린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지자체가 소유한 공공용지는 실질적으로 많지 않고 주거환경이 열악한 곳이 다수”라고 했다.

1기 신도시 리모델링 방안 역시 공급 효과는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리모델링은 대개 수직 증축이 어렵기 때문에 가구수가 별로 증가하지 않는다”며 “재건축 방안도 함께 고려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LTV 90%는 무산...최대 70%까지

민주당은 대출 규제 완화 카드도 꺼냈다. 규제지역 내 서민·실수요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우대 수준은 현행 10%포인트에서 20%포인트로 높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서민·실수요자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에서 집을 구매할 때 최대 LTV는 각각 60%, 70%로 확대된다. 투기지역인 서울에서 6억 원짜리 집을 사면 LTV 한도가 3억 원에서 3억6,000만 원까지 늘어나는 셈이다.

소득 기준은 부부합산 연 소득 8,000만 원→9,000만 원(생애 최초 구입자 9,000만 원→1억 원)으로 높아진다. 적용 주택 범위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6억 원→9억 원, 조정대상지역 5억 원→8억 원으로 넓어진다.

이르면 7월부터 시행될 대출 규제 완화는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안 그대로 수용됐다. 송 대표가 제시한 LTV 90% 허용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정은 서민·실수요자 LTV를 90%까지 상향하면 가계부채 제어라는 금융 정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을 때 집값이 대출금 밑으로 떨어지는 ‘깡통주택’ 전락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은 점도 고려했다.

당정은 적용 대상·주택 가격 기준 완화로 더 많은 서민·실수요자가 내 집 마련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기존에 서민·실수요자 요건을 충족해 LTV를 우대받은 비율은 신규 취급액 기준 7.6%에 머물렀다. 하지만 일각에선 서민·실수요자 주담대 확대로 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몰리게 되면 집값이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간 등록임대 '사망선고'

민간 등록임대주택(민간임대주택)은 사실상 폐지됐다. 민주당은 4년 단기임대뿐만 아니라 장기임대도 신규 등록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정부가 2017년 12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지 약 3년 6개월 만에 민간임대주택제도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기존 민간임대주택사업자의 세제 혜택도 없앴다. 지난해 7·10 대책 발표 전에 등록한 민간임대사업자의 양도소득세 중과배제 혜택도 대폭 축소했다. 현재는 중과배제 시한이 없지만 앞으로는 말소 이후 6개월 내로 제한된다.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도 의무임대기간이 끝나면 추가 연장 없이 사라진다.

자진말소 요건은 완화된다. 기존엔 의무임대기간을 절반 이상 충족해야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세입자 동의만 얻으면 언제든 말소가 가능하다. 만일 세입자가 동의하지 않은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기존 주택을 임대 끼고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큰 우려를 표한다. 장기적으로는 주택 공급부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자문센터 부동산팀장은 "단기적으로는 '갭 투자'를 억제하며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으나, 점차 다세대·다가구주택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며 "민간임대주택 가운데 아파트는 소수에 불과한데, 이들이 집값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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