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 몰린 도자기 대명사..행남 '눈물의 정리매매'

구은서 2021. 5. 2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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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기.' 격식을 갖춰 밥상 하나를 차리도록 구성한 한 벌의 그릇을 말한다.

1942년 설립된 국내 1세대 도자기 기업 행남사가 코스닥시장에 이름을 올린 지 28년 만에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배경이다.

개선기간 1년이 끝나자 작년 말 한국거래소는 행남사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다.

1942년 설립된 행남사는 한국도자기와 함께 대표 도자기 기업으로 꼽혔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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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7일 상장폐지 예정
27일부터 주주들 주식 정리 진행
80년 역사 국내 대표 도자기 기업
수차례 경영권 바뀐 뒤 퇴출 위기

‘반상기.’ 격식을 갖춰 밥상 하나를 차리도록 구성한 한 벌의 그릇을 말한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국·밥그릇에 각종 종지, 반찬그릇으로 채워진 4~6인용 반상기 세트는 필수 혼수품이었다.

하지만 요즘 젊은 예비부부들은 이 단어 뜻조차 모른다. 간편식이나 외식을 즐기는 맞벌이 부부는 반상기에 관심이 없다. 단품 위주로 저렴하고 사진에 담기 좋은 식기를 원하는 1인 가구도 마찬가지다. 1942년 설립된 국내 1세대 도자기 기업 행남사가 코스닥시장에 이름을 올린 지 28년 만에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배경이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지난 25일 장 마감 후 행남사에 대해 ‘주권매매 거래정지 해제(상장폐지결정 등 가처분 기각결정에 따른 정리매매 개시)’ 공시를 냈다. 행남사 측의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으로 인해 잠시 중단했던 행남사 상장폐지 수순을 다시 밟겠다는 얘기다.

행남사의 상장폐지 예정일은 다음달 7일이다. 1993년 코스닥에 상장한 지 28년 만이다. 주주들에게는 27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주식을 정리할 기간을 주기로 했다. 행남사가 26일 항고했지만 거래소는 정리매매 일정을 기존대로 추진할 계획이다.

2019년 코스닥시장위원회는 행남사에 대해 상장폐지를 의결했다. 개선기간 1년이 끝나자 작년 말 한국거래소는 행남사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다. 사유는 “기업의 계속성과 경영의 투명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2016년부터 매년 영업손실을 내는 등 만성 적자인 데다 감리 결과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한 사실까지 드러나서다.

행남사는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상장폐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법원은 지난 24일 기각했다.

1942년 설립된 행남사는 한국도자기와 함께 대표 도자기 기업으로 꼽혔던 곳이다. 한국 도자기산업의 역사 그 자체다. 1953년 국내 최초로 도자기 커피잔 세트를 생산했고 10년 뒤에는 도자기를 처음 수출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는 도자기 식기 부문 공식 공급업체로 지정됐다. 국가대표 도자기업체로 창업자 가족이 대를 이어 경영해왔다.

하지만 4세 승계 과정에서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다. 1인 가구 증가, 외국산 도자기의 공세로 충격은 더 컸다. 행남사는 최근 분기보고서를 통해 “고가의 반상기 세트 제품 등이 주력인 국내 업체들은 저가 시장을 놓친 동시에 고객 수요에 대응이 늦어 외산 제품에 잠식됐다”고 설명했다. 행남사의 국내 도자기 시장 점유율은 현재 약 2%에 그치고 있다.

행남사는 올해 1분기 23억원의 매출에 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연간 실적은 매출 26억원에 영업손실 31억원이었다.

뒤늦게 사업 다각화 노력을 했지만 실적 개선에는 실패했다. 창업자 일가는 2015년 인터넷 방송 서비스 업체 더미디어의 반경수 대표 등에게 경영권을 매각했다. 이후 최대주주가 바뀔 때마다 간판과 사업 포트폴리오를 갈아치웠다. 2019년에는 스튜디오썸머로 상호를 변경하고 영화 사업에 진출하기도 했다.

행남사는 최근에도 고비를 한 차례 넘겼다. 지난해 5월 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올해 1월 종결 결정을 받았다. 당시 행남사는 “안정된 재무구조를 기반으로 매출을 확대하고 수익성 강화를 통해 내실 있는 성장을 이룰 계획”이라고 했으나 4개월여 만에 또다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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