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해뜬날'.. 4년만에 뜨거워진 제주 아파트 시장
4년여간 침체를 겪던 제주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제주시의 경우 지난주 아파트 매매·전세 모두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내 관광수요가 제주로 집중되면서 지역 경기가 살아난 데다, 전국적인 분양 열기가 제주에까지 불어닥치면서 불을 붙였다는 분석이다.
2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셋째주 제주시의 아파트값은 1.47%, 전세가격은 1.09% 오르면서 각각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부동산원이 지난 2012년 5월 통계를 집계한 이후 제주시 사상 최고치이기도 하다. 1%대 상승은 2015년 12월 둘째주 이후 5년 5개월 만이다.
제주 부동산 시장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침체기가 그만큼 길었기 때문이다. 제주시 아파트 가격은 지난 2017년 정점을 찍은 이후로 바닥이 보이지 않는 하락세를 보였다. 부동산원의 월간 매매가격 지수는 지난 2018년 4월 이후 지난해 11월까지 32개월 연속 하락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한·중 관계가 경색되면서 제주 부동산 시장을 주도한 중국계 자본이 급감한 영향이 컸다.
지난해 말 약보합세를 이어가며 바닥을 다지는 듯하던 제주시 아파트 시장은 지난 1월부터 달궈지기 시작했다. 2월부터 4월까지 0.20%대 내외의 상승률을 보인 주간 매매지수는 4월 말부터 상승률이 급격히 높아졌다.
역대 최고가 거래도 줄줄이 나오고 있다. 이도2동 이도 주공1단지 전용면적 59.3㎡는 지난해 12월 4억2500만원(5층)이었는데 지난달에는 8억2000만원(4층)까지 올랐다. 4개월 만에 두 배 가까이가 된 셈이다. 지난 1월 5억1000만원(12층)에 거래된 노형동 부영1차 전용 80.65㎡는 지난 22일 7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4개월 새 2억4000만원이 오른 역대 최고가 거래였다. 노형동 e편한세상 전용 125.65㎡도 지난해 2월 6억5000만원(9층)에서 지난 4월 9억7000만원(11층)에 손바뀜했다.
분양 시장 열기도 뜨겁다. 연동 옛 대한항공 사옥 자리에 들어서는 e편한세상 연동 센트럴파크 1·2단지는 84㎡ 기준 9억원대의 높은 분양가가 책정되며 당초 ‘미달’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1순위 청약에서 204가구 모집에 2802명이 신청해 13.7:1의 경쟁률로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 8일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94㎡(15층)의 분양권이 10억2030만원에 거래돼 10억선을 돌파했고, 17일에는 전용 145.68㎡(15층)의 분양권이 14억7410만원에 거래됐다.
부동산원은 제주시의 상승을 두고 “일부 분양단지의 결과가 주변 아파트값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면서 “구도심 재건축도 (집값 상승의)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제주시만큼은 아니지만 서귀포시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마지막주까지 0.10% 안팎의 강보합세를 이어가더니 5월 둘째주 0.17%에 이어 셋째주에는 0.24%까지 치솟았다. 서귀포시 아파트값이 0.20% 이상의 상승률을 보인 것은 지난 2018년 3월 둘째주 이후 3년 2개월여만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제주의 아파트 시장이 바닥을 완전히 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아직도 코로나19와 중국발 수요감소의 여파가 있지만, 지난 2~3년간 어느 정도 바닥 다지기가 됐다”면서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관광수요를 제주도가 흡수해 지역 경제도 회복이 되기 시작한 것이 반영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경기가 살아나니 부족했던 주택 수요가 늘어난 것”이라면서 “큰 무리 없이 (가격) 지지기반을 형성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급등까진 아니더라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제주의 상승은 일부 분양 단지에서 파생된 효과일 수 있다”며 “전국적으로 오르지 않은 지역이 없으니 제주도 오르고 있는데, 특이 케이스를 잘못 해석해 투자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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