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목재가격에 먹구름낀 인테리어 업계.. "영세 업체는 직격탄"

유병훈 기자 2021. 5. 2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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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인 목재 공급난이 계속되면서 목재를 사용하는 한국 인테리어 업계도 가격상승 압력에 직면했다.

대한목재협회의 수입목재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3월 34만5000원이었던 러시아재의 3.6m·3.0㎝·3.0㎝ 규격 기준 가격은 지난 3월 54만원까지 무려 56.5%나 상승했다. 지난 2월과 비교해서도 16.1% 오른 수치다. 가구 자재로 주로 쓰이는 뉴질랜드 소나무, 이른바 뉴송 역시 같은 규격 기준 33만9000원으로 지난해 28만5000원보다 18.9% 올랐다. 한국임업진흥원 통계에서도 국산 낙엽송 제재목의 2.7m·3.9㎝·5.1㎝ 규격당 가격은 지난 2020년 12월 24만원에서 지난달 34만5000원으로 넉 달 사이 43.75% 올랐다.

트위터 캡처

목재 대란은 비단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목재 공급이 줄어든 데 이어, 세계 원목의 12%가량을 생산하던 러시아가 오는 2022년 1월부터 원목 수출을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라 공급 불안이 더해졌다. 팩트세트(FactSet)에 따르면, 목재 선물가격은 1년 만에 275%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목재 공급은 점점 더 줄어들 전망인데, 목재 건축물이 많은 미국은 코로나19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목재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지난 3월 미국의 주택 착공 건수는 173만9000가구로 지난 2006년 6월 이후 14년 9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미국 주택건설 시장이 블랙홀처럼 목재를 빨아들이자 미국 시장부터 목재 품귀현상이 빚어졌고, 전미주택건축협회(NAHB)는 지난달 28일 “목재 가격 상승만으로도 주택 건축비가 평균 3만6000 달러 더 올랐다”고 밝혔다.

목재의 씨가 마르자 후폭풍도 감지된다. 지난 18일(현지 시각) 미국 상무부는 지난 4월 단독주택 착공 규모가 3월 대비 13% 넘게 감소해 지난해 4월 이후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는데, 미국 투자자문사 블리클리 글로벌어드바이저의 피터 부크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건축업자들이 목재를 비롯해 자재들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 것이 최대 원인”이라고 말했다.

목재의 80% 이상을 수입하는 한국 인테리어·건축업계도 그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사업 규모가 작을수록 큰 영향을 받는 모양새다. 경기도 고양시의 A 인테리어 업체 관계자는 “최근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많이 늘면서 인테리어·리모델링 문의도 부쩍 늘었는데, 목재 때문에 일감을 마음 놓고 받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가 인상으로 가격이 높아지는 것은 차치하고, 목재를 제때 들일 수 있을지 장담하기가 어려우니 너무 큰 규모의 공사는 ‘어려울 것 같다’고 솔직히 얘기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인근 B업체도 “마루 시공은 학교·체육관의 대형 주문 비율이 높아서 여름이 성수기인데, 지금 추세 같아선 여름에 일감을 아예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구로구의 A목재상 관계자는 “목재 가격이 두 달 전부터 슬금슬금 오르더니 한 달 전부터 50%가량 폭등했다”며 “한동안 가격을 올리지 않고 버텼더니 수익이 반 토막이 나더라. 그래서 가격을 올렸더니 이번에는 찾는 손님이 반으로 줄었다”고 했다. 이어 “얼마 전에는 거래처에서 더이상 팔 목재가 없다고 하더라. 장사를 중단해야 하나 걱정했는데, 원래 우리가 목재를 팔던 목공소에서 남는 목재라도 가져가라고 해서 간신히 버텼다”고 전했다.

서대문구에서 목공소를 운영하는 한 목수는 “한 달 반 사이에 목재 가격이 두 배 정도 오른 것 같다”면서 “일감도 급격히 줄어 이번 달에 일당이 들어온 게 단 두 번이다. 생계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대형 업체와 협력사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인테리어·리모델링 업계의 간판인 한샘의 관계자는 “한샘의 경우 목재 수입량과 재고량이 많아 아직은 괜찮은 상태”라면서 “하지만 목재 부족 사태가 연말까지 계속될 수 있다는 예상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추세가 계속된다면 수입선을 다변화해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한샘의 경우 수입 목재 상당수를 협력사와 나누기 때문에 협력사들도 아직은 괜찮은 편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샘마저도 가구 자재로 주로 쓰이는 목재 파티클보드 1장(0.4㎥ 기준) 가격이 지난해 8000원대에서 올해 1만3000원까지 오르자 지난달부터 일부 가구 제품 가격을 평균 3~7%가량 인상하기로 했다.

다른 대기업 계열 인테리어·리모델링 업체 관계자는 “목재 비중이 크지 않아 체감하고 있는 문제점도 아직은 없다”면서도 “목재 수급 대란이 계속된다면 목재 비중을 더 줄이는 방법도 고민해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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