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안타까운 ‘마꾸’ 열풍
최근 결혼한 신부 김나란솔씨는 결혼식 당일 친구에게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단체 사진을 촬영할 때도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신랑·신부를 위해 친구가 직접 만든 ‘웨딩 마스크’였다. 신부 마스크엔 하얀 레이스를 입히고, 신랑 마스크는 턱시도처럼 나비 넥타이를 붙여 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한 마스크를 만들었다. 웨딩 마스크를 선물받은 김씨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결혼식 준비 스트레스가 컸는데 친구 선물 덕에 기분 좋은 추억으로 남길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마스크 꾸미기’의 줄인 말인 일명 ‘마꾸’가 새로운 유행이 됐다. 거리에서 하트 모양이나 캐릭터 모양 스티커를 붙인 마스크, 화려한 구슬 장식을 한 마스크 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마꾸’ 열풍에 맞춰 스티커 종류도 다양해졌다. 마스크 스티커를 판매하는 한 업체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더니 아이들 이름으로 주문 제작할 수 있는 ‘네임 스티커’부터 어버이날·스승의날을 기념해 감사 문구와 카네이션이 그려진 ‘기념일 스티커’까지 아이디어가 넘쳐 났다. 아이를 둔 엄마이기도 한 이 업체 대표는 “마스크 끼는 걸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예쁜 스티커로 꾸며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이 업체는 요즘 많게는 하루 택배만 1000건 이상 발송할 정도로 바쁘다고 한다.
네덜란드 인류사학자 요한 하위징어는 인간과 다른 동물의 차이점을 놀이와 유희에서 찾았다. 우리는 마스크를 쓰기 어려워하는 아이를 보며 ‘마꾸’ 스티커를 만들고, 코로나 시기에 결혼식을 올리는 친구를 위해 웨딩 드레스와 턱시도를 본뜬 신랑·신부용 마스크를 디자인한다. 온종일 마스크를 써야 하는 불편 속에서도 재미를 찾는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가 경이로우면서도 안타깝다.
가까운 미래에 닥칠 디스토피아를 그린 BBC 드라마 ‘이어즈 앤드 이어즈’에서 10대 주인공은 홀로그램 이모티콘을 가면처럼 뒤집어써서 얼굴을 가리고 다닌다. 부모는 그에게 아침 먹을 때만이라도 얼굴을 보고 싶다며 이모티콘을 벗어달라고 부탁한다. 자유자재로 꾸민 마스크들을 보면 자신의 얼굴을 이모티콘처럼 쓰는 세상이 예상보다 빨리 도래한 듯하다. 한편으론 어린 아이들이 표정이나 입 모양을 보지 못하니 언어 학습이 느리고 소통 능력 발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아무리 마스크를 예쁘게 꾸민다 해도 마스크를 완전히 벗는 것만은 못할 것이다. 예쁜 마스크만으로 충분했다면, 백신 접종에서 앞서가는 나라 젊은이들이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된 자유에 그토록 열광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집에서 혼자 하는 ‘마꾸’보단 마스크를 벗고 교실이나 놀이터처럼 더 넓은 세상을 자유롭게 꾸밀 날이 하루빨리 와야 한다. 마스크 꾸미기는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세상을 버텨내는 놀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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