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알바인데 치킨 튀기고 택배도 맡는다구요 ?" [김기자 해봤습니다]

김정은 2021. 5. 2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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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핫도그를 튀기기 위해 튀김기를 조작하고 있다. 버튼만 눌러주면 기계가 알아서 기름까지 털어준다.
"이걸 아르바이트생이 다 한다고요?"

20일 서울 강남 한 편의점에서 하루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기 전 가장 먼저 떠오른 말이다. '편세권(편의점+역세권)'이 2030 독립 입지 최적 조건으로 떠오른 바야흐로 '편의점 만능 시대'.

길을 걷다보면 100m마다 있는 편의점은 우리 생활에 '필수템(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편의점에서 치킨·커피·군고구마·베이커리에 이어 택배 서비스와 주류 픽업 서비스까지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편세권'은 대세로 떠올랐다. 실제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국 편의점 수는 4만672곳이다. 2018년(3만8451개)보다 2221(5.8%)개 점포가 늘어났다.

편의점이 만능엔터테인먼트로 떠오른 만큼 '편순이', '편돌이'(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을 일컫는 신조어)들 역시 만능엔터테이너가 돼야 한다. 기자 역시 '편순이'로서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반까지 치킨집·빵집·밥집·문구점·약국·택배사·은행 아르바이트생으로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다. 휴게음식점인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만큼 건강진단결과서(보건증)도 미리 발급받았다. 점포 운영상 짧은 시간이었지만,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의 고충을 조금이라도 직접 체험해보고 싶었다.

베이커리는 미리 만들어져있는 생지를 오븐에 시간 맞춰 굽기만 하면 된다. 오븐에서 나온 뒤 20분이 지나면 포장을 한다.

진열의 기본은 '선입과 선출'

2016년 편순이로 약 1년간 일해본 기자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일에 어느정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5년이란 시간이 흐른 뒤 편순이 기자가 가장 먼저 마주한 건 손님일 때 '최애(가장 좋아하는)'였던 치킨과 찰핫도그, 군고구마, 베이커리를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상품 진열과 계산 등 손님 응대를 하는 동시에 튀김과 군고구마, 베이커리도 만들어야 한다니 겁부터 났다.

오전 9시 50분쯤 도착해 10분간 포스기(계산대)를 작동하는 법을 배웠다. 나름의 과거 경력을 살리니 포스기 작동은 곧잘 할 수 있었다. 또 이 매장에는 든든한 지원군이 돼준 선임 아르바이트생들이 2명이나 더 있어 안심이 됐다. 진열은 상품명이 잘 보이도록 놓고, 선입·선출(먼저 들어온 물건이 먼저 팔릴 수 있도록)이 잘 되도록 놓는 게 중요했다.

기자가 편의점에 도착하니 닭다리, 핫도그 등 각종 튀김과 베이커리가 가득 진열돼있었다. 오전 8시에 출근한 20대 아르바이트생 A씨가 채워놓은 것이라고 했다.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A씨는 "손님이 몰릴땐 힘들지만 다양한 일을 체험할 수 있어 재밌다"고 말했다.

7분 후 알람이 울려 튀김기를 열었더니 핫도그가 완성돼 있었다.

기계가 핫도그 기름까지 턴다고?

오전에는 주로 삼각김밥과 샌드위치, 군고구마, 커피 등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식품이 많이 팔렸다. 초여름 날씨에도 군고구마는 오전부터 꾸준히 불티나게 팔렸다. 출근 30분이 지난 오전 10시30분에는 고구마 5개를 기계에 더 추가해 넣었다. 고구마를 구워주는 기계에 씻은 고구마를 넣고 1시간을 기다리니 경보음이 울렸고, 익은 군고구마를 꺼내 진열대에 놓았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컵라면과 도시락, 튀김류(핫도그·치킨 등), 샐러드가 불티나게 팔렸다. 정오를 넘기자 매콤넓적다리 치킨과 찰핫도그는 모두 품절됐다. 드디어 튀김류를 조리해야 하는 시간. 튀김기는 좁은 조리실에 놓여있는데, 치킨집에서 사용하는 오픈형이 아니었다. 점장 B씨는 "요즘에는 위생과 아르바이트생의 편의를 위해 자동화 튀김기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먼저 튀김기를 예열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튀김 종류마다 튀기는 시간과 온도가 다르다. 기자가 도맡은 찰핫도그는 160도에 6~7분을 튀겨야 한다. 예열이 끝나면 튀김기를 열어 핫도그를 넣는다. 튀김기를 닫은 후에는 화면에 온도와 시간을 설정한 후 시작 버튼을 누르면 된다. 7분 후 튀김기를 여니 노릇한 핫도그가 올라와 있었다. 기름을 터는 것도 기계가 다 해준다.

택배 서비스는 이용자가 직접 무게를 달고 주소, 연락처를 입력하면 전표가 나온다.

택배·주류 예약까지…"진짜 만능이네"

이날 기자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안 손님들은 주로 식료품을 구매했다. 하지만 몇몇 손님들은 비상약을 비롯해 우산, 음식물 쓰레기 봉투, 종량제 봉투, 휴지 등 생필품을 구매해가기도 했다. 또 현금을 출금해가거나 택배를 이용하는 손님도 있었다.

잠시 숨을 돌리려고 하니 이번엔 택배 보관 손님이 찾아왔다. 손님은 익숙한 듯 따로 마련된 태택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걸어갔다. 택배 서비스는 손님이 직접 물건의 무게를 달고 주소와 연락처 등을 입력하면 전표가 출력된다. 전표는 택배 물건에 붙여 별도로 마련된 택배보관함에 넣어 놓으면 된다. 오후 4시쯤 택배기사가 택배들을 가지러 편의점에 방문해 배송에 나서는 식이다.

편의점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예약된 주류 재고도 미리 파악해놔야 한다. 이날은 자체 브랜드(PB) 와인인 '음mmm!(6입)' 주문이 들어왔다. 와인을 창고에서 꺼내와 예약자 이름과 예약번호가 쓰인 영수증을 붙여뒀다. 예약자는 오후 6시 이후에 점포를 방문해 미리 결제를 마친 바코드표를 보여준다. 바코드표를 포스에 입력해 예약자를 확인하고 건네주면 미션 완료다.

씻은 고구마를 기계에 넣고 버튼을 눌러주면 1시간 뒤 노릇한 군고구마가 완성된다.

편순이·편돌이들 "당황했지만…조리 과정 간단해 괜찮아"

실제 편의점에서 근무를 해보니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의 노동 강도가 너무 높진 않을까하는 걱정은 한시름 덜게 됐다. 2021년 최저임금인 8720원을 기준으로 하루 8시간씩 주5일(주휴시간 35시간 포함 209시간)로 계산하면 한달 월급은 약 180만원 정도다.

치킨과 베이커리 등을 판매하는 편의점에서 약 2년동안 일했다는 C씨는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극한직업'이라고 하는데 이정도 안 힘든 아르바이트는 없다"며 "튀김이나 베이커리는 해동하거나 간단하게 튀기는 정도"라고 말했다.

물론 처음에는 직접 치킨이나 핫도그, 베이커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에 당황하는 아르바이트생들도 있다고 한다. 이날 기자와 같이 일한 30대 아르바이트생 D씨는 "예전에 떡볶이랑 어묵을 파는 편의점에서도 일해봤는데, 치킨에 적잖이 당황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날이 더운 여름에는 혹시나 음식이 상하진 않을까 더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업무 강도가 높아진만큼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에 대한 처우도 많이 개선됐다. 과거 편순이와 편돌이들에 대한 처우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것뿐. 그러나 최근에는 모범 아르바이트생을 선발해 편의점 창업을 희망하면 가맹비 일부를 지원해주고, 본사에 입사 지원 시에는 서류전형을 면제해 주는 등의 포상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김정은 매경닷컴 기자 1derlan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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