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비슷한데 지하철역은 강남구 33개·노원구 16개

성유진 기자 2021. 5. 2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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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 르네상스 열자] [下] 교통 인프라 불균형

20일 낡은 저층 빌라가 밀집한 서울 중랑구 망우3동 한 주민에게 근처 지하철역을 묻자 “한참 멀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동네에서 가장 가까운 경의중앙선 망우역이 재래시장을 가로질러 20분 넘게 걸어야 나온다. 경전철 면목선 건설 얘기가 2007년부터 나왔지만, 10년 넘게 지지부진하다. 인근 부동산 업소 관계자는 “주민들도 거의 포기 상태”라고 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북 지역 모습. /연합뉴스

서울에서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은 강북에 몰려있다. 강남구는 33개 지하철역(환승역 중복 집계)이 있지만 비슷한 인구의 노원구는 16개뿐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받은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도보 10분 안에 전철역 접근이 어려운 동은 서울 424개 행정동 중 170개(40%)지만 도봉(79%)·동대문(57%)·성북(50%)·서대문(50%)·노원(47%) 등 강북 지역이 특히 열악하다.

도로 사정도 마찬가지다. 서대문·은평구 주민의 주 통근로인 통일로는 20여 분 거리가 출퇴근 시간엔 1시간 이상 소요된다. 2007년 은평새길(제2통일로) 건설 논의가 시작됐지만 진척이 없다. 노원·도봉구 주민이 이용하는 동부간선도로는 2007년 3차선 확장을 시작해 작년 말 겨우 하행선 공사를 끝냈다.

강북에 짓는다던 경전철 4개, 14년째 첫 삽도 못떴다

서민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도봉구 쌍문4동에는 지하철역이 하나도 없다. 인근 쌍문2동과 방학2동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달 서울시가 발표한 ’2020 서울서베이'에 따르면 도봉구에 사는 4명 중 1명은 1시간 이상 걸려 직장에 출근한다. 도봉구 내에 일자리가 적어 다른 지역으로 통근하는 주민이 많은 데다가 대중교통 불편까지 겹친 결과다. 쌍문동에서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최모씨는 “출근 시간에 버스를 타고 가까운 지하철역까지 가는 데만 20분이 걸린다”며 “이사 오기 전 생각했던 것보다 교통이 더 불편하다”고 말했다.

노원구, 도봉구 등 서울 동북권에서 강남 방향으로 가는 주요 도로인 동부간선도로는 ‘동부 주차장’이라고 불릴 만큼 교통 체증이 심하다. 월계1교 지점은 지난해 하루 평균 차량 11만7986대가 이용, 서울 시내 주요 간선도로 중 통행량이 가장 많다. 정부가 지난해 8·4 공급 대책을 통해 태릉골프장 부지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을 내놓자 지역 주민들이 “지금도 ‘교통지옥’인데 아무런 대책 없이 집만 더 지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반발하기도 했다.

◇강남에만 집중된 지하철 인프라

강북과 강남의 대중교통 인프라는 지하철역 수부터 차이가 난다. 강남구가 총 33개로 가장 많은 지하철역을 보유하고 있고, 송파구(29개)가 그다음으로 많다. 지하철역이 여러 개 몰려 있는 동네도 강남에 집중돼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울시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서초구 18개 동(洞) 중 12곳(67%), 강남구 22개 동 중 14곳(64%), 송파구 27개 동 중 9곳(33%)에 지하철역이 3개 이상 있다. 서울 전체에서 전철역 3개 이상인 동이 103개인 점을 고려하면, 지하철 인프라가 좋은 동네 셋 중 하나는 ‘강남 3구’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구도심이 많은 강북과 달리 강남은 격자형으로 만들어진 계획도시라 도로나 지하철을 갖추기 쉬운 조건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에 신도시 등 수도권 주요 택지 개발이 분당·수원·용인 등 남부권 위주로 진행된 점도 강남권 교통 집중을 가속화했다. 2010년 이후 새로 개통된 지하철역을 보면 3호선 수서~오금 구간, 9호선 확장, 신분당선, 수인분당선 확장 등 대부분 강남권을 지나는 교통망이다. 강남은 기존 고속버스터미널에다 2016년 SRT까지 개통하며 지방으로 가는 교통까지도 더 좋아졌다.

공사 중인 경전철 동북선 서울 노원구 하계동 대진고 인근 동북선 경전철 공사 현장 모습. 성동구 왕십리역과 노원구 상계역을 잇는 동북선이 개통되면 서울 동북 지역의 교통 접근성이 크게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지호 기자

◇2007년 나온 경전철 7개, 개통은 ‘제로’

서울시는 2007년 ‘서울시 10개년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에서 “균형 발전이 필요하다”며 노원구와 중랑구, 은평구 등을 지나는 7개 경전철 노선을 발표했다. 하지만 14년이 지난 현재 개통한 노선은 단 하나도 없다. 영등포구 샛강역과 관악구 서울대 앞을 잇는 신림선이 내년 개통 예정으로 그나마 진척이 빠른 편이다. 성동구 왕십리역과 노원구 상계역을 잇는 동북선은 중간에 사업이 한 차례 중단된 끝에 작년에야 첫 삽을 떴다. 면목선(청량리~신내), 목동선(신월동~목동) 등은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조차 통과하지 못했고, 우이신설 연장선(우이~방학)도 아직 착공을 못한 상태다.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민간 사업 추진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들 노선을 2019년 발표한 ‘2차 계획’에 다시 반영했다. 면목선과 우이신설연장선 등을 재정 사업으로 바꾸고, 청량리~목동을 잇는 강북횡단선을 새로 포함했다. 서울시는 철도 교통 수혜자가 40만명 늘어나고, 통행 소비 시간이 7분 단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사업들이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넘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수도권 사업의 경우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 배점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조혜림 서울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과 달리 강북은 경제성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단순히 경제적 논리로만 접근하면 강북의 열악한 교통망을 개선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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