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과 암' 있는 대출 규제 강화, 세심한 논의로 '그늘' 지워야 [안명숙의 차이나는 부동산 클래스]
[경향신문]
지난 4월 말 정부가 발표한 가계부채 대책에 따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오는 7월부터 단계적으로 강화된다. 7월1일부터는 서울 등 규제지역에서 6억원이 넘는 집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을 받거나 1억원 이상 신용대출을 받을 때에는 DSR 40%가 적용된다. 내년 7월부터는 총 대출액이 2억원을 넘어도 DSR 규제 대상이 되고 2023년 7월에는 총 대출액이 1억원 이상인 모든 차주에 대해 DSR 규제가 전면 적용될 예정이다.
DSR은 개인이 받은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을 말한다. 대출에는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카드론 등 모든 대출이 포함된다. 기존의 총부채상환비율(DTI)보다 만기까지 원금 상환능력을 고려하여 소득 대비 상환능력을 결정하는 것으로 대출 심사를 깐깐하게 보겠다는 취지다.
가계부채 관리방안의 취지는 금리 상승에 따른 리스크를 관리하고 급격하게 팽창하는 유동성을 점차 축소하기 위한 목적이지만, 궁극적으로 대출규제 강화는 부동산 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2005년 6월 투기지역 6억원 이상 10년 이하 주담대의 LTV를 60%에서 40%로 축소하고 2006년 3월에는 투기지역 6억원 이상 주택대출의 DTI를 40%로 적용한 이후, 2006년 하반기부터 서울의 중저가 주택이 밀집된 강북 등 외곽의 상승세가 강남권을 능가하는 역전 현상이 빚어졌다.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종부세 등 보유세 강화와 대출 규제 영향으로 2007년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강남구가 -1.1%, 노원구 12.9%로 대조를 보였다. 이 같은 강남 약세·강북 약진 현상은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 및 종부세율 강화를 발표했던 지난해에도 나타났다. 강남구 8.2%, 노원구 32.1%로 강남권에 비해 강북 등 외곽지역의 상승이 두드러졌다.
특히 서울 아파트 매수 주체를 보면 30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대출 규제 강화는 주택시장의 흐름을 바꾸게 되는 단초가 될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연령별 매수자 비중에서 30대는 △2019년 3월 27% △2020년 3월 30% △2021년 3월 36%로 매년 증가하고, 특히 지난해부터는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서울 아파트 매수 주체로 떠올랐다.
이미 집값이 크게 올라 30대의 경우 생애최초나 신혼부부 특별공급 등을 통해 청약을 선택하거나 저가 아파트를 매입하여 자산 소득을 불리는 쪽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청약이 불리한 1인 가구 등 가점이 낮은 젊은층은 적극적으로 저가 아파트 매입에 나서고 있다. 특히 30대의 경우 현재 이미 가격이 오른 서울을 넘어 경기나 인천지역까지 아파트 매수의 큰손으로 부상했고 6억 이상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상대적으로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경기나 인천으로 30대 매수세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경기 광명시는 1분기 거래된 아파트의 52.3%를 30대 이하가 샀고, 경기 안양시 동안구(50.9%)와 인천 중구(42.7%), 연수구(39.7%) 아파트의 30대 이하 매입 비중도 전국 평균(31.4%)보다 높았다.
최근 무주택자 및 청년층 대출 규제 완화를 둘러싼 정부 등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가격 상승기에 대출은 레버리지로 자산 소득을 불리는 역할을 하지만, 하락기에는 자산가격보다 대출금이 커지는 깡통주택이 늘면서 가계에 큰 부담을 지우기도 한다. 지금 시장 상황이 더 상승할 여력이 있을지, 아니면 하락할 가능성이 큰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다만 대출제도가 특정 계층에 유리 또는 불리하게 운용돼 의도치 않은 차별로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보다 세심한 논의와 합리적 결정이 모두에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안명숙 |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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