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박용만 회장이 만든 '구르마 십자가' 美 최초 흑인 추기경에게 선물

손덕호 기자 2021. 5. 22.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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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방문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각) 워싱턴DC 한 호텔에서 미국 최초 흑인 추기경인 윌튼 그레고리 워싱턴 대주교를 만났다.

문 대통령은 이날 그레고리 추기경과 면담이 끝난 후 "수십 년 전 동대문시장에서 노동자들이 끌고 다니며 일하던 나무 손수레를 사용하지 않게 되자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박 전 회장이 십자가로 만들었다"면서 그레고리 추기경에게 '구르마 십자가'를 선물했다고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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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노동자 땀이 밴 신성한 상징"
"교황, 北 방문하고 싶다고 해..하루 빨리 그날 오길"
그레고리 추기경, 한국민 평화와 안녕 기원 축복 기도

미국을 방문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각) 워싱턴DC 한 호텔에서 미국 최초 흑인 추기경인 윌튼 그레고리 워싱턴 대주교를 만났다. 문 대통령은 박용만 전 대한상의 회장이 동대문 시장 노동자들이 끌던 나무 손수레(구르마)로 만든 ‘구르마 십자가’를 선물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한 호텔에서 윌튼 그레고리 추기경 겸 워싱턴 대주교와 면담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그레고리 추기경과 면담이 끝난 후 “수십 년 전 동대문시장에서 노동자들이 끌고 다니며 일하던 나무 손수레를 사용하지 않게 되자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박 전 회장이 십자가로 만들었다”면서 그레고리 추기경에게 ‘구르마 십자가’를 선물했다고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 십자가에 대해 “노동자의 땀이 밴 신성한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레고리 추기경은 성스러운 상징이라며 십자가에 입을 맞추었다.

청와대에 따르면 ‘구르마 십자가’는 “오랜 세월 노동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해온 구르마를 해체해, 이를 끌던 이들의 고통까지 바라보던 예수님의 마음을 십자가로 담아낸 작품”이다. 1950~60년대 서울 동대문 시장을 오가던 손수레를 해체해 10점을 만들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2019년과 지난해 ‘구르마, 십자가가 되다’ 전시회를 열었다. 전시회는 박 전 회장이 기획했다. 작품 제작은 목공예 작가인 최기 강원대 교수가 맡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페이스북에 '구르마 십자가'를 소개하는 영상을 올렸다. 화면 속 뒷모습은 박용만 당시 대한상의 회장. /문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가톨릭 신자인 문 대통령은 “저는 ‘디모테오’라는 세례명을 가진 가톨릭 신자이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 가톨릭 신자인 한국 대통령”이라면서 “추기경님 직접 뵙게 되어 영광”이라고 인사했다. 이어 “한국의 가톨릭 교회는 인권, 복지, 남북통일 등의 분야에서 큰 정신적 영향을 주는 지도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레고리 추기경은 “한국의 가톨릭 교회가 사회정의 구현과 가난한 사람을 돕고, 민주주의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화답했다.

그레고리 추기경은 지난 10월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는 처음 추기경으로 임명됐으며, 지난 2019년 4월 이후 워싱턴 D.C. 대교구 대주교직을 수임하고 있다. 지난 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 전날 열린 코로나19 희생자 추모행사에서 코로나19를 함께 극복하자는 내용의 기도를 봉헌했다. 또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서도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 대통령은 그레고리 추기경의 인종 간 갈등 봉합을 위한 노력에 경의를 표하고, “잇따르는 증오범죄와 인종 갈등 범죄에 한국민도 함께 슬퍼했다”고 말했다. 그레고리 추기경은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고 1주기가 화합을 촉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혐오 범죄는 끔찍한 폭력이면서, 민주주의 가치를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윌튼 그레고리 추기경 겸 워싱턴 대주교(왼쪽)가 22일 오전(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한 호텔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구르마 십자가'에 입을 맞추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워싱턴과 메릴랜드에 거주하는 5만 명의 교민들을 잘 보살펴 달라”고 했다. 그레고리 추기경은 “15년간 애틀랜타 대주교로 활동했는데, 한국인들의 친절과 배려, 화합에 대한 열망을 잘 안다”면서 “늘 함께하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10월 로마를 방문해 교황을 뵈었다”면서 “한반도 통일을 축원하는 특별미사를 봉헌해 주시는 등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많은 관심을 보여줬다”고 했다. 이어 “여건이 되면 북한을 방문해 평화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면서 “하루빨리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레고리 추기경은 면담을 마치며 문 대통령에게 한국민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하는 축복 기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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