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불패 20년 더 간다"..8가지 이유[매부리레터]

이선희 2021. 5. 2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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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부리레터] "위례에 실거주 아파트 한 채 가지고 있는 가장입니다. 지난 몇 년간 우리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아내가 집을 팔고 강남 일원동 소형 재건축 아파트로 갈아타자고 합니다. 지금 아파트는 신축이고 살기 좋은데, 아내는 아이 학군, 향후 미래가치를 생각하면 강남이 낫겠다며 갈아타자고 해요. 지금 살고 있는 곳은 거의 새 아파트고, 위례가 앞으로 더 좋아질 것 같은데, 아내는 '무조건 강남'이라면서 격차가 벌어지기 전에 빨리 갈아타자고 합니다. 역시 강남 불패가 맞을까요?" (위례 거주, A씨)

강남 아파트가 다시 들썩이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분이 '강남으로 갈아타기'를 고민하고 있어요. 지난해 상승세가 주춤했던 강남 아파트는 올해 들어 다시 상승세가 뚜렷합니다. 올해 1월부터 이달 둘째주까지 5개월 2주 동안 서울 아파트값이 주간 조사 누적 기준 1.48% 상승했습니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은 강남 3구가 주도했으며, 강남 3구가 노원구(2.17%)에 이어 구별 상승률 2∼4위를 휩쓸었습니다. 송파구가 2.36% 상승해 2위에 올랐고, 3위는 서초구(2.00%), 4위는 강남구(1.97%)였습니다. 정부가 강남 3구 집값을 잡기 위해 재작년 12·16 대책을 통해 초고가 아파트에 대한 대출을 묶은 뒤 상승이 주춤해 보였지만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 재건축 개발 기대감이 커지면서 강남 집값이 다시 들썩이는 분위기입니다.

지금도 부동산 카페나 자산 컨설팅 업체에서는 강남 입성을 고민하는 분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강남 불패신화는 진실일까요? 코로나19 장기화로 주거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는데 강남의 위상은 여전히 굳건할까요? 이번 상승장에 위상이 높아진 지역이 많습니다. 광교, 위례, 판교, 개발이 기대되는 용산과 여의도도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주거 패러다임 변화, 용산·여의도·판교 등의 부상 등을 꼽으면서 강남 불패가 깨질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강남 불패신화는 쉽사리 깨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습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주거 사다리 최상층에 위치한 강남의 위상은 10~20년간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합니다.

고 원장은 최근 저서 '살집 팔집'에서 "강남 아파트 가격이 가장 비싼 것은 강남의 우월한 입지와 편익성 외에도 대체불가성, 문화적 상징성, 심리적 밀도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라며 "압도적 입지와 학군, 고급 일자리를 갖춘 강남을 대체할 지역이 존재하지 않는 한 강남 불패신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가 밝힌 강남이 상승한 이유 8가지는 이렇습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

첫째, 주거 편익 창출 효과

주거 입지, 주거가치가 높다는 얘기인데요. 교육·교통·편의시설·녹지 등 주거환경이 빼어난 도심 생활권이라는 설명입니다. 물론 강남이건 강북이건 거주자들의 주거 편리성이나 주거 만족도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강남권 거주자가 공통으로 체감하는 유용성, 상대적 희소성, 유효수요 등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둘째, 땅값이 비싸다

아파트는 땅 위에 높은 용적률로 주거공간으로 불리는 건축물을 지은 것입니다. 아파트는 토지와 건축물 비용인데 땅값이 3배 이상 높으니 아파트 가격도 비쌀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3.3㎡당 건축비가 600만~700만원 선인데 아무리 고급스럽게 지어도 800만원 선임을 고려하면 결국 강남의 높은 분양가, 매매가격은 결국 땅값 차이에서 발생합니다.

셋째,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수요 공급 요인 측면에서 보면 강남은 서울 중에서도 대표적인 공급 대비 수요 초과 지역입니다. 강남은 개발이 완료된 성숙 지역으로, 택지로 개발할 땅이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재건축을 억제할수록 신축 아파트는 줄어들고 수급 불균형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공급 부족이 강남 아파트 가격을 내리기는 어렵고 오르기는 쉽게 만듭니다.

넷째, 주거 이동 사다리의 최정점

주거 사다리 측면에서 최정점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일명 '필터링 업' 현상입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좋은 주거공간이나 더 나은 주거지역으로 이동을 추구합니다. 주거 사다리 정점을 향해 한 단계씩 올라가는 일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주거 본능입니다. 소득이 높아지면 가족들의 안전과 편리성, 신분 상승 목적으로 더 좋고 비싼 차를 구매하는 욕망과 같습니다. 요즘은 주택이 신분을 상징하는 역할을 하는 점에 비춰 주거자본주의 혹은 주거 계급의 정점으로 부르는 이도 있습니다. 주거를 옮기는 대다수가 마지막으로 안착하고 싶은 곳, 주거 상향 이동을 꿈꾸는 모든 사람의 대기수요, 잠재수요가 되는 곳이 바로 강남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래서 강남에 한 번 정주권을 정하면 주거는 고착화되고 이동성은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한 번 입성하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유통물량 부족을 초래하는 원인이 됩니다. 시장에서 아파트 매물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약간의 수요 증가가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는 이유입니다.

다섯째, 똘똘한 한 채의 대명사

다주택자 규제가 낳은 부작용으로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현상이 더욱 고조되고 있습니다. 세금과 규제를 피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바로 '똘똘한 한 채'가 됐고, 이를 대표하는 상품이 강남 아파트입니다.

여섯째, 블루칩 효과

블루칩은 주식 우량주로서 오를 때 많이 오르고 내릴 때 적게 내리는 자산 특징을 지닙니다. 광화문·여의도가 정치 심장부라면 강남은 대한민국의 경제 심장으로 불립니다. 테헤란로를 끼고 있는 강남은 한국 경제를 상징하는 글로벌 도시로 부동산에서 블루칩과 같습니다.

일곱째, 대체불가성

가까운 장래에 강남만큼 양호한 입지에 교통·교육·편의시설·문화 등 생활 인프라스트럭처를 규모 있게 갖춘 다른 도시를 상상하기는 힘듭니다. 아는 바와 같이 분당·광교·판교·위례 신도시도 조성 당시에 강남을 대체할 만한 신도시 조성을 목표로 추진됐습니다. 고 원장은 "이들 지역은 강남에 버금가는 위상을 차지하기는 했지만 강남권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아직까지 역부족"이라고 말합니다. 강남권 거주자들이 주거 이동의 최정점이나 미래 주거지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죠. 강남이 갖는 최상의 입지 환경과 강남역·테헤란로 같은 글로벌 기업, 대기업, 금융 업무 상업 주거시설이 집적화돼 완전한 자족기능을 모두 갖춘 신도시가 나오지 않는 이상 강남권 거주자들이 이동하지는 않을 것이란 설명입니다.

마지막, 베블런 효과

즉, 명품 효과입니다. 명품은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증가하는 수요 공급의 시장원리를 역행하는 독특한 재화입니다. 이는 주택이 가지는 신분의 상징성과도 직결됩니다. 현대인은 그 사람의 사회적 신분을 주택과 직업을 통해 인식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강남 아파트=부자'라는 공식이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아파트의 명품 효과는 다른 나라에서도 관찰됩니다. 뉴욕과 파리에 있는 상상을 초월하는 '쏘 럭셔리 하이라이징' 주택가격을 참고해보면 좋습니다. 명품은 대를 이어 물려주죠. 강남 아파트를 자녀에게 증여·상속하는 관행도 일종의 명품 효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고 원장은 "강남 예찬론이 절대 아니다"면서 "강남 불패가 지속되는 이유에 대한 사회·경제적 분석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습니다.

비대면 시대의 특성, 은퇴자들의 이동 등으로 도시 외곽에 위치한 대형 주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주거 패러다임 변화는 강남 불패신화에 영향을 줄까요? 고 원장은 "은퇴자 수요, 코로나19로 대형 주택 수요가 늘기는 하겠지만, 주거 사다리 최상층으로서 강남을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발달로 교외 주택 가치가 올라가지만 이 역시 강남을 대체하기는 불가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용산과 여의도 개발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목동도 재건축 훈풍으로 미래가 기대되는 곳인데요. 이에 대해 고 원장은 "용산·여의도 등의 향후 개발 상황에 따라 강남 불패가 깨질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주거 사다리 최정점에 위치한 강남의 위상이 10~20년은 더 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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