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행성' 향한 반세기의 도전..닮은 듯 다른 끌림, 포기 못해 [전문가의 세계 - 이종필의 과학자의 발상법 (16)]

이종필 교수 2021. 5. 2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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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은 왜 화성에 가려 할까

[경향신문]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화성도 지구처럼 ‘암석형’ 행성
하루 24시간 남짓에 계절 변화도
일조량 적어 평균기온 영하 80도
대기 적고 대부분이 이산화탄소
실제로 살려면 행성 개조해야 돼

화성은 밤하늘에서 육안으로 관측할 수 있는 행성들 중 하나로 아주 오래전부터 지구에 사는 인간에게 친숙한 행성이었다. 화성은 흔히 ‘붉은 행성’으로 불리는데, 이는 화성 표면 토양에 산화철이 많이 포함돼 있어 붉게 보이기 때문이다. 붉은색은 아무래도 피를 연상시키고 불길한 예감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인지 영어권에서는 로마 신화 속 전쟁의 신인 마르스(Mars)의 이름을 붙였다. 마르스는 3월(March)의 어원이기도 하다.

지구에서 화성의 움직임을 관찰하면 화성의 겉보기 운동 궤적은 한 번 꼬인 줄과도 같다. 이는 화성이 원래 가던 방향과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역행운동의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화성의 겉보기 역행운동은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와 화성의 공전주기가 달라서 생기는 현상이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에 있고 태양을 포함해 다른 모든 행성이 지구 주위를 공전한다는 지구중심설에서도 화성의 역행운동을 설명할 수는 있다. 화성이 주전원이라는 조그만 원의 주위를 돌고 주전원의 중심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가정하면 된다. 프톨레마이오스가 집대성한 이 지구중심설은 16세기 코페르니쿠스까지 지속된다.

화성은 코페르니쿠스가 촉발한 천문학 혁명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 독일의 천문학자 케플러는 17세기가 시작될 무렵 자신을 채용했던 당대 최고의 천문학자인 튀코 브라헤가 남긴 방대한 천체관측 자료를 여러 해 동안 분석해 자신의 이름이 붙은 행성운동의 법칙을 발표했다. 그 첫 번째 법칙은 행성이 태양 주변을 타원궤도로 돈다는 법칙이다. 이 결과를 얻기 위해 케플러는 몇 년 동안 화성을 관측한 자료를 두고 씨름했다. 행성의 공전궤도는 당연히 원이라고 생각했던 케플러는 자신의 신념에 데이터를 꿰맞추려다 실패하고 결국 자신의 신념을 버리기에 이른다. 일화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2절지 수백장 분량의 계산을 손으로 했다고 전해진다. 행성운동의 법칙을 찾아 고군분투했던 케플러의 노력을 사람들은 ‘화성전투’라 부른다.

케플러가 찾은 세 번째 법칙은 일명 조화의 법칙으로, 행성의 공전주기의 제곱이 공전궤도 장반경의 세제곱에 비례한다는 내용이다. 장반경이란 타원 장축의 절반에 해당하는 양이다. 과학에서 ‘법칙’이라고 하는 것들은 대단히 유용하다. 예컨대 화성의 공전주기는 약 1.9년이다. 이는 지구 공전주기의 1.9배이므로 화성의 공전궤도 장반경은 지구 공전궤도 장반경보다 1.9의 제곱의 세제곱근만큼 더 클 것이다. 이 값은 대략 1.5이다. 즉, 화성은 지구보다 약 1.5배 태양에서 더 멀리 떨어져 있다. 태양에서 멀어지면 단위면적당 받는 태양빛의 양도 줄어든다. 그 정도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태양을 중심에 품은 가상의 구면을 상상해보면, 구면의 반지름이 두 배가 될 때 그 표면적은 네 배로 늘어난다. 결과적으로 화성이 받는 태양빛은 약 1.5의 제곱, 즉 약 2.25배 더 적다. 화성의 평균기온은 대략 영하 80도이다. 남극과 북극에는 물과 이산화탄소가 얼어붙은 극관이 있다.

화성의 크기는 지구 크기의 대략 절반이고 질량은 지구 질량의 11% 정도이다. 케플러 다음 세대의 뉴턴이 발견한 만유인력의 법칙에 따르면 질량이 있는 두 물체 사이에는 각 물체의 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두 물체 사이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힘이 작용한다.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는 데에는 케플러의 법칙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화성 표면에서의 중력을 아주 단순화시켜 생각해보면, 행성 표면에서 행성 중심까지의 거리가 지구의 절반이므로 이 효과는 표면중력을 지구보다 네 배 증가시킨다. 반면 질량이 작기 때문에 이 효과가 표면중력을 지구보다 약 열 배 감소시킬 것이다. 결과적으로 화성의 표면중력은 지구 표면중력의 40% 정도일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실제 표면중력을 얻기 위해서는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한 요소들을 고려해야 하는데, 보다 정확한 값은 지구 표면중력의 약 38%이다.

화성이 지구와 가장 비슷한 점은 화성도 지구처럼 암석형 행성이라는 점이다. 화성의 하루는 지구와 아주 비슷해서 24시간을 조금 넘는 정도이다. 또한 행성의 자전축이 기울어진 정도도 약 25.2도로 지구(23.5도)와 상당히 비슷하다. 그 결과 화성에는 지구와 비슷한 계절의 변화가 있다. 다만 앞서 말했듯이 유입되는 태양빛의 양이 지구보다 적어 지구의 약 43%에 불과하다. 게다가 화성은 대기압이 지구의 1% 미만일 정도로 대기가 희박하다. 표면중력도 약한 데다, 지구와 달리 자체 자기권이 거의 없어 태양풍 등 외부에서 날아드는 대전입자들을 막아낼 수가 없다. 이들 입자가 화성 대기의 상당 부분을 외계로 날려버린 것으로 추정된다. 그나마 대기의 대부분은 이산화탄소이다.

혹시나 화성에 거주할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일차적으로 이런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 어떤 이들은 적극적으로 행성을 개조해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바꾸자고 제안한다. 핵무기를 사용해 극관을 녹이자는 극단적인 주장도 있다.

1964년 미 ‘매리너 4호’가 첫 근접
세계 최초로 타 행성 표면 촬영
궤도·착륙선·탐사차 모두 실은
중 ‘톈원 1호’ 채취 샘플 운송 예정

지금까지 인류는 화성에 수많은 탐사선을 보냈다. 최초로 화성을 근접 탐사한 우주선은 1964년 발사된 미국의 매리너 4호로, 화성을 근접 통과하면서 지구로 영상을 전송했다. 이는 다른 행성의 표면을 찍은 최초의 사례였다. 1971년 발사된 매리너 9호는 최초로 화성 궤도를 도는 궤도선, 즉 화성의 인공위성이 되었다. 궤도선은 안정적으로 천체를 관측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행성 표면을 직접 자세히 살펴보려면 착륙선이 필요하다. 1971년 소련의 화성탐사선 마스 2·3호는 착륙선을 싣고 갔다. 2호의 착륙선은 표면에 충돌했고 3호의 착륙선은 표면에 연착륙했으나 20초 정도의 통신이 전부였다. 1975년에는 미국이 발사한 바이킹 1·2호가 화성 표면에 착륙해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했다.

돌이켜보면 대략 반세기 전에 화성 표면에 우주선을 착륙시켰다는 사실이 놀랍다. 화성 표면에 착륙선을 안착시키기란 21세기 기술로도 쉽지 않다. 예를 들면 2003년 발사된 유럽우주국(ESA) 최초의 행성탐사선인 마스 익스프레스의 착륙선 비글 2호는 착륙 도중 통신이 두절되었다. 2016년에는 ESA와 러시아 연방우주국이 엑소마스 궤도선과 스키아파렐리라는 착륙선을 발사했으나 스키아파렐리호는 착륙에 실패해 화성 표면에 추락했다. 2020년으로 예정된 2차 계획은 2022년으로 연기됐다. 1960년대 이후 지금까지 우주선 60여개를 화성으로 보냈는데 성공률은 50% 정도이다.

다른 행성을 탐사할 때에는 이처럼 궤도선과 착륙선의 조합과 역할분담이 중요하다. 보통은 궤도선을 먼저 보내 행성의 전구적인 기후나 표면 등을 탐사하고 지도를 작성한다. 훗날 착륙선을 보내기 위해 적당한 착륙지를 찾는 것도 궤도선이 할 일이다. 달 탐사 계획을 진행 중인 우리도 내년에 달 궤도선을 먼저 보내고 이후 착륙선을 보낼 계획이다.

착륙선에는 행성 표면을 돌아다닐 수 있는 탐사차(로버)가 동반되기도 한다. 미국은 1996년 발사한 화성착륙선 패스파인더호에 탐사차 소저너를 탑재, 이듬해 무사히 착륙시켜 표면 탐사에 성공했다. 2004년에는 쌍둥이 탐사차 스피릿과 오퍼튜니티가 화성 착륙에 성공했고 이들보다 훨씬 덩치가 큰 자동차 크기 정도의 큐리오시티가 2012년 화성에 착륙했다. 그리고 올해 2월 퍼서비어런스가 화성에 착륙했는데, 여기 동반된 헬리콥터 비행체인 인저뉴어티가 최근 첫 비행에 성공했다. 퍼서비어런스는 화성 표면의 토양 샘플을 채취하고 이후 화성탐사선을 통해 지구로 가져올 계획이다.

가장 최근인 지난 5월15일 중국의 화성탐사선 톈원 1호가 화성 착륙에 성공했다. 톈원 1호에는 탐사차 주룽도 함께 탑재됐다. 화성에 착륙선을 안착시킨 것은 미국과 소련에 이어 세 번째이고, 탐사차량을 보낸 것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이다. 놀랍게도 톈원 1호는 궤도선과 착륙선, 탐사차 3종이 모두 포함된 우주선으로 이는 세계 최초이다. 미국이 수십년에 걸쳐 궤도선과 착륙선, 탐사차를 보낸 것을 중국은 한꺼번에 해낸 것이다. 궤도선은 지구와 화성 표면의 통신을 중계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중국 또한 주룽이 채취한 샘플을 지구로 가져올 계획을 갖고 있다.

이 모든 탐사의 종착지는 결국 인간을 화성에 보내는 것이다. 지금은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페이스X 같은 민간회사에서도 화성에 사람을 보내려 하는 시대이다. 누군가는 왜 굳이 그런 험지에 가려 하느냐고 하겠지만 또 누군가는 오래전 유럽인의 아메리카 대륙 진출을 떠올릴 것이다. 화성이든 달이든 인간이 다른 천체에 거주하게 되는 때가 온다면 인류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임은 분명하다.

내년인 2022년에 달탐사선을 보낼 우리는 이제 독자적인 발사체 개발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 남들이 화성 진출에 열심이라고 해서 친구 따라 강남 가듯 우리까지 무리하게 덤벼들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21세기 인류에게 우주는 군사안보나 과학연구의 대상을 넘어 새로운 삶의 영역으로 편입될 것임이 분명하다. 반드시 필요한 순간에 도저히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격차가 벌어지는 일은 없도록 미리 준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왜 우주로 나아가려 하는지 철학과 비전을 공유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국가역량을 어떻게 다시 배분해 우주 진출에 쏟을 것인지 국가적인 차원의 우주전략과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올해 2월 세계에서 5번째로 화성 궤도에 탐사선을 안착시킨 아랍에미리트연합은 15년 전 우리에게 인공위성 기술을 배워간 나라다. 청출어람의 제자를 바라보는 기쁨보다 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되돌아보는 아쉬움이 더 클 수밖에 없다. 400년 전 케플러가 벌인 ‘화성전투’가 과학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듯이 지금 우주강국들이 벌이는 ‘화성전투’ 또한 새로운 세기의 새로운 혁명으로 이어질지 모를 일이다.

▶이종필 교수



1971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1990년 서울대 물리학과에 입학했으며 2001년 입자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연세대·고등과학원 등에서 연구원으로, 고려대에서 연구교수로 재직했다. 2016년부터 건국대 상허교양대학에서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신의 입자를 찾아서> <대통령을 위한 과학 에세이> <물리학 클래식> <이종필 교수의 인터스텔라> <빛의 속도로 이해하는 상대성이론> 등이 있고, <최종이론의 꿈> <블랙홀 전쟁> <물리의 정석> <스티븐 호킹의 블랙홀> 등을 우리글로 옮겼다.

이종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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