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은 쏙 빠진 '상가 대출 규제'..자영업자만 눈물

황현규 2021. 5. 17.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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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부동산도 '개인' 대출규제..LTV·DSR 제한
그러나 법인·임대사업자는 제외
법인 명의 꼬마빌딩 50%..풍선효과 우려
개인이 사고 파는 점포 "팔지도 사지도 말란 거냐"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꼬마 빌딩 대출 규제한다고요? 개인만 규제하면서 오히려 법인 명의로 사는 투자자들만 늘어날 겁니다.”(A 빌딩 중개업체 관계자)

“개인 명의로 사려는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의 상가 매매는 줄겠지만, 현금부자들은 더 큰 기회가 생긴 거죠. 진짜 ‘양극화’가 생기는 셈이죠”(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

상가·꼬마빌딩 등 비(非)주택부분에 대한 담보대출인정비율(LTV) 규제가 본격 시행되지만, 법인·임대사업자는 대상에서 제외돼 풍선효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LTV 70% 제한 규제’는 개인이 비주택 부동산을 살 때만 적용되기 때문에 법인 명의로 상가·빌딩을 사는 데는 제한이 없다. 정부의 대출규제를 두고 ‘반쪽 짜리’ 규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 명동거리 비어 있는 상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작 빌딩은 ‘법인’이 사는데…‘개인’ 대출 규제만

17일 금융위에 따르면 이날부터 금융당국은 상가·토지·오피스텔(업무용) 등 비주택 담보대출에 대한 규제를 확대한다. 담보대출비율(LTV)을 70%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상가·오피스 등 상업용 부동산의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비주택 시장의 과열을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울러 정부는 7월부터 총부채원리금 상환비율(DSR) 규제도 추가로 시행할 계획이다. 한국주택토지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와 가계 대출 부담 등이 맞물리면서, 정부가 가계 부채에 칼을 빼든 것이다.

그러나 이번 비주택 담보대출 규제 대상에는 법인과 임대사업자가 제외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번 대책은 가계 대출(개인 대출)을 타깃으로 한 규제이기 때문에 법인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법인 명의나 임대사업자가 상가나 꼬마빌딩을 사는 데는 기존과 다를 게 없다”고 했다. 법인·임대사업자 대출은 가계 대출이 아닌 사업자 대출로 간주하기 때문에 ‘가계 대출’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법인·임대사업자가 제외되면서 ‘반쪽 짜리 규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꼬마빌딩의 경우 보통 개인이 아닌 법인이나 임대사업자들이 매매하기 때문에 이번 규제의 영향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부동산 중개업체 리얼티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꼬마빌딩 매매 307건 중 50.5%가 법인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개인 매수자 중에서도 49.5%가 임대사업자로, 이들은 LTV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김윤수 빌사남 대표는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법인명의’로 꼬마빌딩을 사왔다”고 말했다. 다른 빌딩 중개업체인 원빌딩 관계자도 “어느 정도 매출이 잡히는 법인의 경우 개인 대출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출 심사도 덜 까다롭다”며 “오히려 법인 명의로 빌딩을 사는 ‘풍선효과’가 생겨날 것”이라고 봤다.

개인이 주로 사는 ‘작은 점포’만 피해…“애물단지 전락한 빈 상가”

오히려 이번 규제가 투자자가 아닌 소상공인에게 타격이 갈 것이란 분석도 있다. 법인처럼 투자 목적이 아니라 자영업하기 위해 점포를 매수하는 개인들에게만 규제가 가해지기 때문이다. 대출 규제로 개인 매수자가 선뜻 빈 상가를 살 수도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빈 상가까지 늘어나고 있어, 매도자 입장에서는 상가가 애물단지로 전락한 상황이다.

중개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전용 60㎡의 점포도 몸값을 9억원에서 8억원으로 낮췄지만, 여전히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데다가 권리금까지 없지만, 매수자가 쉽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게 인근 중개사무소의 설명이다. B공인은 “급전이 필요한 매도자들은 상가를 너도나도 내놓으려고 하는데, 개인 매수자를 찾기 어렵다”며 “LTV에다가 DSR 규제까지 가해진다고 하니 개인 매수자들은 선뜻 점포를 살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 잡으려다가 애먼 자영업자들만 죽게 생겼다”고 덧붙였다.

한국부동산분석원에 따르면 서울 내 주요 상권 공실률은 8.3%에 달한다. 약 10곳 중 1곳이 빈 상가라는 뜻이다. 주요 상권으로 꼽혔던 △중구 을지로(11.9%) △강남 남부터미널(20%) △강남 도산대로(12%) 등은 공실률이 10%가 넘는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이번 대출 규제는 사실상 투자자보다는 실매수자에게 더 타격이 가는 정책”이라며 “현금이 있는 개인 혹은 이미 투자를 꾸준히 해온 법인·임대사업자들만이 반사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황현규 (hhkyu@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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