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 90% 올리면 뭐하나"..무주택 서민들 부글부글

조성신 2021. 5. 14.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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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한 시중은행에서 한 고객이 주택담보대출 서류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 한주형 기자]
금융당국이 오는 7월부터 차주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 규제를 확대 적용하겠다고 밝히면서 무주택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천정부지 뛴 집값에 비해 소득 상승률이 미미한 상황에서 내 집 마련 사다리가 끊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실수요자의 주택 매입 부담을 완화할 정책 지원을 공언하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무주택자에 대한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90%까지 올리겠다고 말하는 등 정책 기조의 변화가 감지되지만, 부동산·주택업계는 LTV,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주택 관련 대출규제 추가 완화가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소득이 적은 무주택자의 경우 DSR 규제 적용으로 치솟은 집값을 충당할만한 대출을 사실상 받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1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DSR은 모든 금융권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DSR가 0%에 가까울수록 빚이 없다는 것이고, 반대로 100%에 인접하다면 번 돈을 원리금 상환하는 데 쓴다는 의미다.

현재까지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9억원 초과 주택담보대출을 받거나 연소득 8000만원 이상인 사람이 1억원 이상 신용대출을 받을 때만 DSR 40% 규제가 적용됐다. 비규제 지역에서 대출을 받거나, 연소득 8000만원 미만인 사람이 신용대출을 받을 때는 조건만 맞으면 대출이 나왔다. DSR 40% 규정 적용이 없으니 소득 대비 초과한 금액을 대출받아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현행 일부에만 적용된 DSR 40% 규정이 6억원 초과 주택까지 확대 적용된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서울 아파트의 약 83.5%가 6억원 초과 주택이다. 규제를 피할 수 있는 6억원 이하 서울 아파트가 16.5%에 불과한 셈이다. 경기도 아파트의 경우도 약 33.4%가 6억원 초과 주택에 해당한다. 집값이 꾸준히 오르는 상황에서 DSR 규제는 무주택자에게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7월부터 전 규제 지역에서 6억원 초과 주택을 사거나 1억원 초과 신용대출을 받을 때 DSR 40%를 적용한다. 지금까지 수도권에서 7억원짜리 주택을 산다면 지금은 DSR 40%를 넘겨도 상관없었다. 연소득이 낮더라도 주택담보대출 허용선에서, 즉 투기과열지구라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 한도 내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7월부터는 LTV 40%이더라도 DSR 40% 한도 내에서만 대출이 나오기 때문에 소득이 낮다면 받을 수 있는 대출이 줄어든다.

DSR 규제는 갈수록 강화된다. 내년 7월부터는 총 대출액이 2억원을 넘으면 DSR 40%가 적용된다. 본인이 받은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을 합쳐서 2억원이 넘는 사람은 DSR 40% 한도에서만 대출이 된다. 2023년 7월부턴 그 금액은 더 줄어 총대출액 1억원 초과 시 DSR 규제를 적용한다.

정성진 어반에셋매니지먼트 대표는 "사회적으로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주체들이 주택을 마련해서 재산과 소득을 형성해야 하는데, DSR이 강화하면 주택 마련이 어려워지면서 계층 간 사다리가 사라지는 것"이라며 "정부가 DSR 규제를 통해 부채조절을 하는 것이 금융 안정화로 이어지는 것인지, 오히려 개인의 부실한 재산 운영을 유도하는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이미 분양을 받은 아파트 대출에 대해서도 새 DSR 규제가 적용되는지를 두고 혼란이 일고 있다. 게시자들 대다수는 이미 중도금 대출을 받은 상황인데, 잔금 대출로 넘어갈 때 DSR 40%를 적용하면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며 우려했다.

이에 금융위 관계자는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규제가 시행되는 올해 7월 이전에 청약 혹은 분양이 된 주택의 잔금 대출에는 강화된 DSR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DSR 규제가 처음 도입된 2019년에도 제도가 시행된 12월 23일 이후 신규대출 신청부터 새 규제를 적용했다. 가계부채 대책 시 대출 규제는 소급 적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해왔다"라고 말했다.


무주택자 DSR 완화없다

당정이 무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LTV를 90%까지 완화하더라도 DSR 40% 규제는 예외 없이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이 크게 오른 상태라 소득이 적은 경우 LTV 완화 혜택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부동산특위는 이날부터 무주택자의 적정 LTV 완화 수준과 대상 등을 검토한 뒤 금융당국과 당정협의를 거쳐 조만간 규제완화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무주택자의 LTV를 90%까지 완화하더라도 소득기준 대출규제인 DSR 규제는 무주택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당정 관계자는 "무주택자 LTV 규제 완화 역시 '소득으로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대출해준다'는 가계부채관리방안의 대원칙 아래서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주택자에게 DSR 규제를 따로 완화해 줄 계획이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사진 = 한주형 기자]
현재 서울 등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주담대에는 LTV 40%가 적용된다. 다만 부부합산 연 소득이 8000만원 이하(생애최초 구입자 9000만원 이하)인 무주택자가 6억원 이하 집을 살 땐 10% 포인트 가산해 LTV를 50%까지 허용해준다. 이를 90%까지 올린다는 게 송영길 대표의 공약이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집값·소득기준도 완화한다.

서울 아파트의 약 83.5%, 경기도 아파트의 약 33.4%가 차주단위 DSR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서울에선 사실상 대부분 아파트가 DSR 규제를 받는다.

연봉이 적을수록 대출 가능금액은 더 줄어든다. 연봉 3000만원 직장인은 DSR 40%를 적용하면 연간 원리금상환액은 1200만원을 넘을 수 없다. 30년만기(2.5%금리)를 적용해도 3억원 이상 대출받기 어렵다. LTV 90% 대출한도(5억4000만원)보다 2억400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최근 10억원에 육박한 상황에서 LTV 90%를 완화해줘도 DSR 40%가 묶이면 소득이 낮은 직장인이 살 수 있는 집은 상당히 제한된다"며 "집값 안정이 선행돼야 대출규제 완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청년·실수요자에 대해 DSR 40% 규제를 10%포인트 완화하는 방안이 적용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신용대출, 마이너스 통장 등의 추가 자금 통로가 좁아진다는 큰 틀에선 변화가 없아 LTV·DTI 등 대출문턱을 낮춘다 해도 그 실효성이 크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차주별 DSR 규제가 있는 한 LTV를 70%로 올리든 90%로 올리든 이론적으로는 소득이 많지 않으면 못 빌리는 것 아니냐"며 "정부가 부동산 민심 수습을 위해 대출규제 완화를 언급하고 있으나 현 시점에선 큰 효과를 가져오진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필요하면 7月 전 미리 대출받아야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활용해 주택을 구입하려던 소비자 셈법은 더 복잡해졌다. 전문가들은 향후 내집마련이나 재테크 과정에서 낭패를 보지 않으려면 내 대출 한도가 얼마인지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필요하다면 7월 이전에 대출을 미리 받아놓는 것도 방법이다. 기존 대출을 연장만 할 때는 DSR을 새로 산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 이미 주택담보대출 등 다른 대출이 있는 상황에서 7월 이후 새로 대출받으려면 규제가 적용된다.

DSR 영향을 받지 않는 대출을 활용할 수도 있다. 예적금담보대출이나 보험약관대출은 DSR 40% 규제 적용 대상에서 예외다. 예적금액이나 보험해지환급금의 95% 선에서 대출이 나오는데 예적금담보대출의 경우 예적금 만기 시점까지 대출을 상환해야 한다.

다만 최대한 대출을 당겨 받는다고 해도 '금리'라는 변수가 남았다. 대출 한도를 늘릴수록, 대출 만기가 늦어질수록 은행이 부담하는 위험도 커지기 때문에 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다. 한도 대출액만큼 관리하는 마이너스통장 금리 상승도 불가피하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robgu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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