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코로나 백신 '이성과 감성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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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코로나19 관련 정부 브리핑 때 단상 앞에 붙어있는 문구다.
오는 27일 시작해 다음달까지 진행되는 만 60∼74세 고령층의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을 독려하기 위한 것이다.
갑자기 이성과 감성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코로나19 백신과 백신 접종이 이성과 감성이 섞여 있는 영역으로 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코로나19 백신의 순조로운 접종을 독려하는 데 과학적 근거 제시를 통한 설득도 중요하지만 감성적인 접근도 신경 써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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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감염, 고령층 100명당 5.2명 사망 / 한 번 접종으로 86.6% 감염 예방 /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백 명당 0.001명’
한 TV 프로그램에서 ‘문과와 이과의 차이’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 “눈이 녹으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에 문과와 이과는 답이 달랐다. 이과는 “물”을 주로 답했다. 문과는 “봄이 온다”, “지구가 아프다” 등 다양한 답을 내놨다. 이과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문과는 보이지 않는 것을 마음으로 그리는 것이 차이라는 설명이었다.
문과와 이과의 차이는 이성과 감성의 차이로도 볼 수 있다. 이성적이라면 논리가 필요하고, 판단을 내리기 위해 근거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에 반해 감성은 반드시 논리적이지만은 않다. 마음이 움직인다면 현상과 무관하게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갑자기 이성과 감성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코로나19 백신과 백신 접종이 이성과 감성이 섞여 있는 영역으로 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백신 자체는 이성의 영역이다. 항체가 몸 안으로 주입돼 바이러스를 막아낸다. 백신마다 다르지만 66∼90% 이상 감염예방 효과를 보인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백신을 접종하는 게 옳다.
그러나 ‘백신 이상반응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발동하면 선뜻 접종하기가 꺼려진다. ‘누가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후 응급실에 실려 갔다더라’, ‘누구는 사지마비로 쓰러졌다더라’는 식의 소식들은 감성을 건드린다.
이상반응이 전체 접종자의 0.5%이고, 중증·사망은 이보다 훨씬 적은 0.001%대로 매우 드물다고 해봐야, 자신이나 가족이 접종 당사자가 되면 그런 숫자는 무의미해진다. 단순한 수치를 뛰어넘는 하나의 사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정부가 코로나19 백신의 순조로운 접종을 독려하는 데 과학적 근거 제시를 통한 설득도 중요하지만 감성적인 접근도 신경 써야 한다는 얘기다.
예컨대 자신뿐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도 접종이 필요하다거나, 오랫동안 못 본 친구들과 백신 맞고 만나자는 등의 메시지도 효과적일 수 있다. 접종 후 이상반응에 대한 불안 해소를 위해서도 이상반응을 경험했지만 괜찮았다는 실제 접종자들의 목소리를 전하면 어떨까. 정부가 접종 후 이상반응에 책임을 진다는 점도 더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집단면역 형성에 도달하려면 5∼6월 고령층 백신 접종과 3분기 일반 성인 접종을 순조롭게 마쳐야 한다. 접종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고민과 노력이 요구된다.
이진경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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