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59] 밥도둑, 여수 간장게장

김준 전남대 학술연구교수 2021. 5. 1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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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상에 내기 위해 손질한 간장게장.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사장님, 여기 공기 하나 추가요!” 여수시 봉산동 간장게장<사진> 집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한때 줄을 서서 기다려야 먹을 수 있었지만, 요즘은 비교적 한산하다. 그래도 주말이면 자리를 찾아 두리번거려야 한다. 모두 게장백반을 찾는 식객들이다.

이 게장백반의 주인공을 ‘독게’ 혹은 ‘뻘떡게’라고 부른다. ‘자산어보'에 속명은 ‘벌덕궤’라 했다. 어류도감에 소개된 이름은 민꽃게다. 비린내가 강한 고등어를 미끼로 넣은 통발로 잡기도 하지만 물이 빠지면 돌 밑이나 바다풀 아래에서 집게로 줍기도 한다. ‘자산어보'에 민꽃게는 ‘남해에 산다. 집게발은 가장 날카로워 낫으로 풀을 베듯이 물체를 잘라낸다’고 했다. 잘못하여 집게발에 물리면 손가락이 끊어질 듯 고통스럽다. 적이 공격하면 집게발을 높이 들어 방어한다. 그 모습을 정약전은 ‘춤추는 게’, 무해(舞蟹)라 표현했다. 충청도에서는 박하지라고도 한다.

숙성 뒤 꺼내놓은 손질하기 전 상태의 간장 게장.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게장으로 꽃게장, 돌게장, 참게장, 털게장, 황게장, 범게장 등 다양하다. 이 중 돌게장이 볼품없고, 살이 적고 껍데기가 딱딱하다. 이 게장은 살을 탐하는 것이 아니라 장을 먹기 위함이다. 집집마다 간장을 다릴 때 넣는 재료가 달라 맛도 제각각이다. 양파, 대파, 고추, 마늘, 생강, 청주는 기본이며 여기에 다시마, 버섯, 대추, 호박, 사과, 감초 등 다양한 재료를 더해 달인다. 이 장을 손질한 돌게가 잠길 정도로 부어서 사흘 정도 지나면 감칠맛이 도는 돌게장이 된다. 여수 게장백반의 주인공이다.

돌게장은 값이 착해서 좋다. 무한 제공으로 손님을 유혹하는 집도 있다. 꽃게장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상술이다. 따뜻한 밥을 지주식 김에 싸서 잘 숙성된 돌게장이 찍어 먹는 맛은 꽃게장이 부럽지 않다. 지치기 쉬운 계절이 다가온다. 여수 간장게장을 추천한다.

게장을 담기 위해 준비해둔 민꽃게(돌게).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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