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에 팬티사업까지.. 게임사들의 변신은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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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BM) 개발에 나섰다. 특히 중소게임 개발사는 시장 포화 속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한 게임으로 틈새시장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터져 나오는 블록체인 사업 투자 소식에도 게임의 실체는 묘연하다. 정부 규제에 사업을 이미 접거나 해외 시장으로 진출한 탓이다. 그렇다면 실제 국내 블록체인 게임은 어디까지 성장했을까.
◆게임사 새로운 BM으로 고려되는 블록체인
게임업계는 새로운 BM의 구체화를 두고 오랜 시간 고민해왔다. 이미 경쟁자로 가득 찬 게임시장에서 사용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다. 특히 최근 일련의 사건들로 대부분 게임사의 수익모델이었던 확률형 아이템을 향한 불신이 커지면서 새 BM 모색은 시급한 과제로 대두됐다.
이 가운데 몇몇 게임사는 새로운 BM 모델로 블록체인 기술에 주목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게임 시장은 이제 막 커지고 있는 블루오션”이라며 “중소 게임 개발사와 신생 개발사는 이 새로운 시장에서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나 토큰 에코노믹 등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장르의 게임과 BM을 만들어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모든 게임 개발사에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 바로 신규 유저 확보”라며 “블록체인 게임은 기존의 유저 외에도 일반 토큰 사용자를 유입시킬 수 있어 신규 유저 확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귀띔했다.
◆게임서 뽑은 인형, 현금화 가능하다고?… ‘디지털 자산화’가 핵심
블록체인은 체인으로 연결된 각각의 블록에 데이터를 분산 저장하는 기술이다. 위조나 변조가 어려워 정보를 투명하게 기록·보관할 수 있다는 이점을 살려 보안 강화 등 다방면에서 활용된다. 이를테면 게임 내에서 적절한 수단만 제공된다면 유저는 블록체인에 투명하게 기록된 아이템 발생 확률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업계는 이 같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게임 아이템을 ‘디지털 자산화’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디지털 인증서 NFT는 게임 아이템에 대한 이용자의 소유권을 저장할 수 있게 했다.
이전까지 게임 아이템에 대한 소유권은 게임사에 속했다. 게임 서버가 종료되면 아이템을 소유한 유저가 교환·판매 등 어떠한 권리도 행사할 수 없는 것이 단적인 예다.
NFT 기반의 게임은 이처럼 과거 게임사가 취했던 아이템에 대한 소유권을 유저에게로 이동시킨다. 무엇보다 서버가 종료될 시에도 유저는 NFT를 가지고 아이템을 판매하거나 교환할 수 있다.
NFT 기반의 인형뽑기 게임 ‘크립토도저’는 뽑은 인형을 마켓에서 언제든지 판매할 수 있다. 획득한 가상화폐를 현금화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글로벌 유명 블록체인 게임인 ‘더 샌드박스’는 유저가 자신이 만든 에셋(아이템)을 자산화해 마켓플레이스에서 가상화폐인 ‘샌드’로 거래 가능하다.
김영진 청강대 교수는 “블록체인 기술은 게임 아이템과 관련된 가상자산화의 가능성과 소유권이 더 이상 게임사가 아닌 유저에게 귀속된다는 새로운 관점을 줄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새로운 형태의 게임 콘텐츠나 사업 모델의 탄생, 게임 내 가상화폐의 도입과 관련 생태계 구축, 타 콘텐츠나 핀테크 산업과의 융합 등 광범위한 변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록체인 게임은 아직인데… 너무 높은 규제에 ‘한숨’
다만 아직 게임 내 토큰 생태계 구축을 논의할 만한 블록체인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게임업계의 숙제로 남았다. 통상 블록체인 게임의 형태가 단순 캐주얼 장르 게임에 그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블록체인 게임 서버에 들어가는 거액의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사업을 접은 곳도 많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에 대한 유저의 눈높이가 굉장하다. 이들을 만족시킬 만한 게임을 블록체인 기술로 구현하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입장을 밝혔다.
이 탓에 업계는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정부의 우려가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는 최근 NFT를 적용한 블록체인 게임에 대해 일괄적으로 등급분류 취소 처분을 내렸다. 사행성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등급분류 문제를 넘어 정부와 게임사 사이에 블록체인 기술 자체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법 개정안과 특정금융정보법으로 게임위나 정부가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적절한 가이드라인과 규제가 생기면 시장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블록체인 게임 개발과 운영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김영진 교수도 “사실상 이런 이슈는 게임위에 한정되기보다는 최근 정치권이나 경제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상화폐에 대한 정의나 제도권 편입 논란과도 맥이 통하는 사안이다”라며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기술적 도전 앞에서 청소년을 포함한 게임 유저 전체를 보호하고 산업을 진흥시킬 수 있는 법적·제도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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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들이 본업 외로 눈길을 돌리는 경우는 다른 산업 분야도 으레 그렇듯 크게 두 가지다. 게임 사업이 ‘잘 나가서’ 곳간이 쌓였거나, 아니면 업종 변경을 고려할 정도로 안 될 때다. 최근 주요 게임사들이 취하는 행보의 배경은 대체로 전자에 해당한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장기화로 ‘집콕’과 함께 게임 이용도 늘었기 때문이다.
국내 게임업계 맏형격인 3N(넥슨·NC·넷마블)의 지난해 실적에도 비축된 여력이 나타난다. 먼저 넥슨은 연결기준 연간 매출 3조1306억원(2930억엔), 영업이익 1조1907억원(1115억엔)을 달성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대비 18% 상승했고 업계 최초로 매출 ‘3조 클럽’에 가입했다.
엔씨(NC)소프트는 연간 매출 2조4162억원, 영업이익 8248억원을 올렸다. 전년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2%, 72% 뛰며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넷마블은 전년 대비 매출은 14% 증가한 2조4848억원, 영업이익은 34% 증가한 2720억원을 기록했다. 해외사업 매출도 23% 성장해 전체 매출의 72%까지 비중이 올라갔다.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는 곳은 넥슨이다. 넥슨의 지주사인 엔엑스씨(NXC)가 투자한 분야는 실로 광범위하다. 이 회사는 김정주 대표와 특수관계인이 지분 100%를 보유한 사실상 개인회사다. 2013년 6월 인수했다가 2019년 말 레고그룹에 매각한 홍콩 레고 거래 사이트 ‘브릭링크’에서부터 비(非) 게임 분야 투자에 발을 담그기 시작했다. 가장 화제가 됐던 것은 2013년 12월 고급 유모차로 유명한 노르웨이 유아용품 업체 ‘스토케’ 인수다.
NXC 관계자는 “투자 시 넥슨 게임사업과의 시너지는 따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면서 “국내·외 스타트업 활성화와 생태계 조성을 도모하고 교육·유통·커머스·콘텐츠·핀테크 등 다양한 영역에서 다음 세대를 위한 임팩트 투자에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과 맞닿아있거나 비교적 가까운 콘텐츠·엔터테인먼트 분야부터 손을 뻗는 기업들도 있다. 콘텐츠에서 신규 IP를 확보하거나 게임 IP를 콘텐츠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어서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신규 고객층을 발굴하고 게임 마케팅 등에 활용할 수도 있다. 올해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는 크래프톤도 자사 게임 ‘배틀그라운드’ 등을 활용한 엔터테인트먼트 분야 진출과 게임화 가능한 원천 IP 확보 의지를 밝혔다.
‘유니버스’는 온·오프라인 팬덤 활동을 모바일로 즐길 수 있는 앱 서비스다. 출시 두 달여 만에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500만을 돌파했다. 엔씨는 아티스트 관련 콘텐츠 및 행사를 확대하고 참여 아티스트도 계속 늘려갈 계획이다. 일단은 기존 포털사·통신사들이 진출해있는 엔터테인먼트 관련 사업영역에 발을 내딛는 모습이다. CJ ENM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연내 합작법인 설립도 예정돼있다.
넷마블 관계자는 “넷마블과 코웨이의 협업 프로젝트가 중장기적으로 긍정적 협업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회사 가치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고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인수합병이라면 게임은 물론 이종 산업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산업 분야 투자나 사업영역 확장까지 시도하지는 않지만 자사 게임 IP를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게임 관련 굿즈(기획상품)가 대표적이다. 게임 이용자들에게는 새로운 재미를 제공하고 게임을 모르는 이들에게는 게임을 알리는 기회가 된다.
요즘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모바일게임 ‘쿠키런: 킹덤’ 개발사 데브시스터즈는 2013년부터 쿠키런 IP 기반 캐릭터 상품을 선보여왔다. 뱃지·마그넷·쿠션·인형·머그·글래스컵·스웨트셔츠 등 다양한 한정 굿즈를 내놨다. 자체 제작뿐 아니라 외부 파트너와 제휴해 각 브랜드 이미지와 쿠키런 캐릭터를 융합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커피 프랜차이즈 엔제리너스와 협업해 선보인 ‘천사맛 쿠키 머그’는 나흘 만에 1차 물량이 소진돼 급히 2차 판매를 준비하기도 했다.
김영진 청강대 게임학과 교수는 “게임 굿즈는 게임사만의 아이디어로 게임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주고 로열티를 높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팽동현 기자 dh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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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동현 기자, 강소현 기자 kang42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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