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 받았다' 버려진 알비노 中 아기, 보그 표지 모델됐다

이기우 기자 2021. 5. 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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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비노 증후군(백색증·신체의 일부 또는 전체에 색소가 없는 현상) 때문에 중국에서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려졌던 여자 아이가 세계적인 패션 잡지 보그의 표지 모델이 됐다. 영국 BBC는 흰 피부와 금발을 타고 난 중국 출신 패션모델 수에리 애빙(16)의 사연을 최근 보도했다.

/수에리 애빙 인스타그램

수에리의 부모는 수에리를 불길하게 여겨 고아원 앞에 버렸다. 중국에서 알비노 증후군은 저주의 일종으로 여겨지고 있는데다, 당시 중국 정부가 산아제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었던 탓이다.

수에리라는 이름 역시 친부모가 아니라 고아원에서 붙여졌다. 수에(xue)는 눈(雪)을 의미하고, 리(li)는 ‘아름답다(丽)’는 뜻이다. 수에리는 3세 때 네덜란드로 입양됐는데, 수에리의 양모는 수에리라는 이름을 듣고 “더 완벽한 이름을 생각할 수 없었다”고 했다.

수에리는 현재 16세라고 밝히고 있지만 정확한 나이는 아니다. 수에리는 BBC 인터뷰에서 “친부모는 나에 대한 어떤 정보도 남기지 않았다”. 내 생일이 언제인지도 모른다”며 “정확한 나이를 알기 위해 1년 전 엑스레이를 촬영했고 그때 의사들이 내 나이가 15세 정도라고 했다”고 말했다.

수에리가 패션모델의 길을 걷게 된 것은 11세 때부터였다. 당시 수에리의 양모는 홍콩의 한 패션 디자이너와 정기적으로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다. 이 디자이너는 구순열(선천적으로 입술이 갈라진 것)을 가지고 있던 자신의 아들을 위해 ‘완벽한 불완전함’(perfect imperfections)이라는 이름의 패션쇼를 기획하고 있었다. 아들에게 화려한 옷을 입혀, 사람들이 아들의 입술만 쳐다보지 않게 하고 싶다는 취지였다.

/수에리 애빙 인스타그램

디자이너는 수에리에게도 패션쇼에 모델로 나서겠느냐고 제안했다. 제안을 승낙한 수에리는 당시 패션쇼에 대해 “놀라운 경험이었다”고 했다. 모델로 나선 수에리를 눈여겨 본 사진작가들은 패션쇼 이후 수에리에게 연락해 그녀의 화보를 찍었고, 이렇게 촬영된 사진 중 하나가 2019년 6월 세계 유명 패션 잡지 ‘보그’의 이탈리아판 표지 사진이 됐다.

수에리는 현재 장애를 가진 이들을 찾아내 배우, 패션모델, 인플루언서 등으로 활동하도록 돕는 ‘세베대 탤런트’ 소속 패션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BBC 인터뷰에서 “여전히 키 크고 마른 모델이 많지만, 장애나 차이점을 가진 모델들도 더 늘어나고 있다”며 “좋은 현상이지만, 이게 당연한 일이 돼야 한다”고 했다.

☞알비노 증후군이란

눈·피부·머리카락의 색깔에 영향을 미치는 색소 멜라닌이 세포에서 생성되지 못하는 유전 질환. 색소가 결핍돼 피부가 흰색으로 변하고 햇빛에 매우 민감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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