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코너] “백령도 주민은 백신 맞으려면 2박3일”

인천/고석태 기자 2021. 5. 6.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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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운반 어려워 영흥도까지 나와야

인천 백령도 주민들이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서해 5도에 있는 백령·대청·소청도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육지로 가려면 낡고 협소한 여객선을 이용해야 하는 탓에 기본적인 교통권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글은 최근 서해 5도 주민들 사이에서 불편한 교통 사정 때문에 코로나 백신 접종을 제대로 못 받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는 상황에서 올라왔다.

주민들은 “불의의 사고로 내 부모 형제가 죽음 속에서 사경을 헤매도 이동할 수 있는 배편이 없다”고 주장했다. 인구 5000여 명의 백령도는 인천항에서 228㎞ 떨어진 서해 최북단 섬이다. 하루 여객선 3척이 왕복 운항하지만, 결항이 잦다. 가장 큰 하모니플라워호(2071t급)는 2023년이면 선령(船齡) 25년을 채워 더 이상 운항을 못한다. 옹진군이 향후 10년간 12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조건을 내걸고 여객선을 운항할 선사를 모집하고 있지만, 응모한 업체는 한 곳도 없다. 백령도에 소규모 공항을 건설하겠다는 계획도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지난해 5월과 11월에도 주민들이 청원을 제기했지만, 교통 여건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해 5도 지역이 ‘백신 접종 사각지역’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화이자 백신 접종 대상자 834명 중 동의한 사람은 43명(5.2%)에 불과하다. 접종하려면 육지와 다리로 연결된 영흥도 ‘옹진국민센터’에 가야 하는데, 백령도나 연평도 주민들은 인천항까지 배를 타고 와서 다시 버스를 타야 한다. 한 백령도 주민은 “날씨가 좋아도 백신 맞고 돌아오려면 2박 3일이 걸린다”며 “농사일도 바쁜데 며칠씩 허비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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