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를 사야하나 청약을 기다려야하나".. 갈림길에 선 무주택자들

연지연 기자 2021. 5. 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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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대출규제가 예고되면서 무주택자들의 셈법이 다시 복잡해지고 있다. 오는 7월부터 ‘규제지역’(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에서 6억원 초과 주택을 살 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한도에서만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대출 규제가 강화된 탓이다. 이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집을 사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는다면 매년 갚아야 하는 원리금 액수가 대출자 연 소득의 40%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YONHAP PHOTO-3865> 금융위, 가계부채 관리 방안 발표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금융위원회가 29일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올해 7월부터 전체 규제지역(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의 시가 6억원 초과 주택에 개인별 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가 적용된다. 과도한 대출 방지를 위해 개인별 DSR 40% 적용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따른 조치다. 개인별 DSR 40% 적용 범위는 내년 7월에는 총대출액 2억원 초과, 2023년 7월에는 총대출액 1억 초과 대출자로 확대된다. DSR은 대출 심사 때 차주의 모든 대출에 대해 원리금 상환 부담을 계산하는 지표다.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과 카드론을 포함한 모든 금융권 대출 원리금 부담을 반영한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의 한 시중은행 개인 대출 창구 모습. 2021.4.29 hihong@yna.co.kr/2021-04-29 15:14:30/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나오자 무주택자들이 서울 빌라 매수와 아파텔(오피스텔), 그리고 3기 신도시 청약 대기 등의 선택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7월부터 규제가 강화되면 대출액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7억원짜리 서울 아파트를 매매하려는 사람의 연봉이 5000만원, 마이너스 통장이 5000만원(연 3% 이자율)이라면 지금은 주택담보대출 2억80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7월부터는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이 2.7%고 30년 상환 계획을 잡았을 때 2억3000만원만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하다. 지금 7억원짜리 집을 사면 3억7000만원의 자기자본으로 해결해야 하지만, 7월부턴 4억2000만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문제는 최근 4~5년새 집값이 급격히 오르면서 웬만해서는 수도권 아파트를 매수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 발표한 월간KB주택시장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4월 수도권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7억564만원으로 처음으로 7억원대에 들어섰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8667만원으로 10억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중위가격은 주택 매매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있는 가격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용자금이 넉넉치 않은 이들은 세 갈래를 고민하고 있다. 매수 대상으로는 빌라와 아파텔이 많이 꼽힌다.

정부의 고밀 개발 소식에 빌라 가격이 11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상승률은 0.41%로 2009년 10월 0.67% 이후 최대다. 공공재개발 정책으로 주목받는 빌라 등 서울의 연립주택은 지난달 ㎡당 평균 가격이 504만4000원까지 올랐다. 2013년 4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연립주택의 ㎡당 가격이 500만원을 넘긴 것은 처음이다. 사진은 지난 2일 서울의 빌라촌 모습.

① 빌라(연립주택)

빌라는 상대적으로 아파트보다 가격이 저렴해 부담이 크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일부는 소규모 가로주택 정비 등을 노리면서 빌라를 선택지로 삼고 있기도 하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2·4 대책 이후 3월 말까지 두달 간 서울 다세대 주택과 연립주택 거래량은 1만4427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 거래량(1만3724건) 대비 5.1%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송파구 삼전동 빌라를 고민하고 있는 예비 신랑 김모씨(39)는 “소규모 재건축이나 가로주택 정비 구역으로 지정만 된다고 하면, 현재 수중에 있는 돈으로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인다”면서도 “아이를 키우는 환경은 아무래도 대단지 아파트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매수를 해야 할 지, 그냥 기다리면서 3기 신도시 청약을 준비해야 할 지 고민이 된다”고 했다.

다만 빌라의 경우 아파트보다 팔기 어렵다는 점 등은 단점으로 꼽힌다. 특히 소규모 가로주택 정비 등을 고려하고 매수한 경우 예상대로 정비사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낭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대단지 아파트 인근 빌라의 경우 비슷한 생활권을 누린다는 점을 우선시한다면 매수해도 좋겠지만, 정비계획이 진행될 것을 예상하고 매수했다가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추후 매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② 중대형 오피스텔(아파텔)

중대형 오피스텔(아파텔)도 무주택자의 선택지 중 하나다. 방 2개 이상 중대형 오피스텔의 경우 주택 대용으로 쓰일 수 있다. 특히 현재 담보대출이 주택가액의 70%까지 나온다는 데 이점이 있다.

예를 들어 3억원짜리 오피스텔을 매입할 때 감정가액 90%를 적용해 LTV 70%를 적용하면 1억89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가계대출 안정화 대책에 포함된 비주택 LTV 규제에 따라 LTV 40%가 적용되면 대출 가능금액이 1억800만원으로 줄어든다.

이달 결혼한 새 신부 하모(38)씨는 “반전세로 신혼집을 얻었는데 대출이 옥죄어진다고 하니 회사 인근의 아파텔이라도 매수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고민하고 있다”면서 “회사에서 가깝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아파트는 아니라 추후 자산가치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 고민”이라고 했다.

최근 주택 대용으로 쓸 수 있는 중·대형 오피스텔을 분양을 받기 위한 경쟁률은 치열했다. 경기 성남시 고등지구 ‘판교밸리자이’는 232 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현재 이 단지의 분양권 프리미엄이 2억원 정도 붙었다. 세종 산울동 ‘세종 리첸시아 파밀리에 H3’은 평균 60.1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울 중구 황학동에서 공급한 ‘힐스테이트 청계 센트럴’은 평균 12 대 1을 나타냈다.

<YONHAP PHOTO-4643> 쾌청한 날씨에 선명하게 보이는 3기 신도시 고양창릉 지구 모습 (고양=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쾌청한 날씨를 보인 26일 북한산에서 바라본 3기 신도시인 고양 창릉지구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인다. 맨 앞이 아파트단지가 삼송지구 뒤편 녹지대가 창릉지구이다. 창릉지구 뒤편에 고양 화정지구와 한강 건너 김포한강신도시가 보인다. 2021.4.26 srbaek@yna.co.kr/2021-04-26 11:38:10/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③ 3기 신도시 청약 바라기

아예 3기 신도시 청약을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워낙 경쟁률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 문제다. 3월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는 2606만4515명으로 2월 대비 17만6738명 증가했다. 신규 가입자 수가 17만명을 넘은 것은 지난해 5월(17만6681명) 이후 9개월 만이다.

특히 3기 신도시가 공급되는 인천·경기 지역의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846만2181명으로 가장 많았다. 3월 인천·경기 주택청약종합저축 신규 가입자는 6만2108명으로 같은 기간 서울 신규 가입자(1만921명)의 3배에 달한다.

다만 걱정은 자금조달여력이다. 3기 신도시 분양는 시세의 70~80% 수준으로 책정될 계획이라지만, 지금처럼 집값이 오르면 분양가도 같이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위례지구(1차)의 창곡동 ‘위례역푸르지오5단지’ 전용면적 84㎡는 이달 14억6000만원, ‘위례호반베르디움’은 15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경기도 하남시 학암동의 위례롯데캐슬은 지난달 전용 75㎡가 약 12억원에 매매됐다. 전용 84㎡의 매매가는 약 13억5000만원이었다. 이런 시세의 70~80% 수준이라면 분양가가 9억원을 훌쩍 넘을 수 있다.

3기 신도시 청약 당첨을 노리는 박윤희(41)씨는 “분양가가 너무 높을 경우엔 당첨이 되고도 자금 조달을 못해서 포기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걱정스럽다”면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입주 때 전세로 잔금을 치룰 수도 없으니 대출 말곤 길이 없는데, 조여진다는 소식만 들려와 걱정이 크다”고 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다양한 조언을 내놨다. 전반적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냐에 대한 전망은 쉽지 않고 주관적 만족도에 따라 결정하라는 조언들이 많았다. 서울이나 서울과 교통망이 편리한 수도권에 실거주할 목적이라면 매수해도 좋다는 조언도 나왔지만, 조건이 여럿 따라 붙었다.

박원갑 위원은 ▲직장 생활이 15년 이상 남았거나 ▲부동산 하락기에도 실거주에 대한 만족도가 높을 경우에 한해 매수하라고 권했다. 박 위원은 “3기 신도시는 자산이나 가점 등의 상황을 두루 살펴봐야 한다”면서 “3기 신도시 당첨권에 들지 못할 것으로 보이고 자본이 많지 않아 빌라나 아파텔을 본다면 근처 아파트와 가격 차이가 많이 나는 곳을 골라야 매도에 나설 때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그래야 아파트 대체제로서 선택받을 확률이 높다”고 했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교통 여건이 아주 나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집값 하락요인이 크지 않다고 보는 상황”이라면서 “특히 서울권인 경우 아파트 급매물을 먼저 보고, 여건이 안 될 때는 2순위로 빌라나 아파텔을 보되, 다음 번 상승기에도 아파트보다는 덜 오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매수 후 만족도까지를 잘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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