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 사다리'와 '희망 고문' 사이..40년 모기지의 '함정'
LTV∙DTI 완화가 실효 변수
단절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어줄 ‘주거 사다리’일까, 그럴듯하게 포장된 조삼모사(朝三暮四)식 계책일까?
정부가 지난달 29일 부동산 담보 대출 및 개인 신용대출 규제 강화를 담은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내놓으며 청년층 주거 지원을 위한 40년 만기 장기담보대출(모기지)을 선보이기로 했다. 부실이 우려되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누르기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더 까다롭게 규제하는 대신 청년층이 내 집 마련에 나설 수 있는 통로는 열어두기로 한 것이다.
청년층의 주택 마련 지원을 이번 가계부채 관리방안의 또 다른 축으로 두긴 했지만, 내 집 마련 꿈이 멀어진 젊은 서민 무주택자들의 주거 사다리가 돼 줄 가능성은 그리 클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월 부담 줄지만 갚을 돈은 더 늘어”
40년짜리 장기 모기지는 현재 청년·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운영 중인 최장 30년짜리 정책 모기지(보금자리론·적격 대출)를 준용해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정책 모기지를 받으려면 만 34세 이하여야 하나, 40년 만기 모기지는 만 39세 미만 청년과 혼인 7년 내 신혼부부가 대상이 된다.
보금자리론의 경우 6억원 이하 주택에 연소득 7000만 원(부부합산 시 8500만원)에 3억원 한도로 2.50~2.85%의 금리 조건으로 대출을 해주고 있다. 적격대출은 9억원 이하 주택에 소득 제한은 따로 없이 5억원 한도로 2.75~3.85%의 금리가 적용된다.
40년 정책 모기지가 도입되면 청년·신혼부부가 매달 내야 하는 원리금 상환 부담이 소폭 줄어들게 된다. 예컨대 연 2.75% 금리로 3억원을 30년 만기로 대출하는 경우 월 원리금 상환은 122만원이다. 만기가 40년으로 늘게 되면 원리금은 104만원으로 15.1%가 준다.
매달 내는 원리금은 18만원 정도 줄지만, 만기가 10년 늘어나는 만큼 전체 기간에 걸쳐 부담해야 할 총 이자는 늘어나는 건 감수해야 한다. 월 부담은 줄지만 갚아야 할 총액은 늘어 조삼모사란 말이 나온다.
‘강북도 10억'이란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9억원이 넘는 집인 경우 40년 장기 모기지를 받을 수 없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이미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0억원을 넘어선 데다 집값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어, 적용 기준을 상향하지 않을 경우 40년짜리 모기지가 적용될 주택은 지금보다 더 줄 전망이다.
⃟대출 한도 늘어도 폭등한 집값과 LTV 규제에 발목
청년을 포함해 지금은 소득이 낮으나 앞으로 소득 증가 가능성이 큰 차주에 대해선 DSR을 산정할 때 장래 소득을 인정해 주기로 했지만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차주가 어리고 장래 소득이 기대되면 대출 만기가 길수록 대출 한도가 커진다고 정부는 설명하지만 실제 적용될 주택이 그리 많지 않을 수도 있다.
예컨대 정부가 사례로 든 월급여 250만원인 24세 무주택 근로자가 연 2.5%의 금리로 예상 소득 증가율 75.4%에 DSR 40%를 적용해 30년 만기 모기지를 받는다면 대출 한도가 기존 2억5000만원에서 최대 3억4850만원으로 늘어난다.
대출 한도는 분명 늘어나지만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0억원을 이미 넘어설 정도로 집값이 폭등한 터라, 대출에 기대 선택할 수 있는 주택에는 한계가 있다.
⃟변수는 LTV∙DTI 규제 완화
이번 청년층 무주택 실수요자 주거 지원에선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는 빠졌다. 전문가들은 기존 담보대출 규제가 완화되지 않으면 미래 소득을 인정하고 40년짜리 장기 모기지를 내놓더라도 청년층 주거 지원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부실화와 기존 정책 기조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지만, 현행 서민∙실수요자들에게 LTV∙DTI를 10% 우대하는 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연소득 기준과 대상 주택을 확대하는 쪽으로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이미 집값이 치솟은 상황에서 청년∙실수요자들을 위한 내 집 마련 지원이 효과를 내려면 기존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손보지 않고는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현대백화점그룹, 100억원대 피소된다…압구정현대 단지 내 주차장 무단 점거
- [똑똑한 증여] “불효자에겐 유산 없다”… 요즘 뜨는 신탁 200% 활용법
- ‘공중분해 위기說’에 출렁인 롯데그룹, 임원 인사 ‘촉각’
- [단독] ‘현대차 기획통’ 김걸 사장 물러난다
- [단독] 강남 한복판서 분양사기 친 간 큰 시행사… 연예인·은행원도 당했다
- [단독] 부실 새마을금고 전국에 131개… 3개월 만에 2배 증가
- “상장 2년 만에 주가 90% 빠졌는데 또 악재?”… 답답한 새빗켐 주주들
- [LA 오토쇼] 현대차, 아이오닉9 이어 수소차 ‘이니시움’도 첫 공개
- 친환경 투자 나선 건설사들… 美 트럼프 정책에도 영향 받나
- 페루로 진격하는 韓 방산… 변수는 초대형 항구 틀어쥔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