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낮춰달라" 5만건 쇄도에도 수용된건 5%뿐
올해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의 과세기준이 될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이 확정됐다. 지난해보다 19.05% 올랐다. 3월 발표 때보다 전국적으로 0.3%포인트 떨어졌지만 2007년 이후 최대 상승폭은 그대로 유지됐다.
특히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세종특별자치시는 0.43%포인트 낮춰진 70.25%로 결정됐다. 또 세종시와 서울시 등을 포함한 9개 시도의 공시가격 상승률이 당초안보다 소폭 낮춰졌다. 반면 대전과 전북, 제주 등 3곳은 오히려 높아졌다.
이번 공시가격은 3월에 공개된 초안에 대해 소유자 등이 제출한 의견 등을 반영해 결정된 것이다. 내일(29일)부터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 사이트(www.realtyprice.kr)와 해당 주택이 위치한 시군구청 민원실에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이에 대해서도 이의가 있다면 다음달 28일까지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를 통해 이의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또 국토교통부, 시군구청 또는 한국부동산원에 우편이나 팩스를 보내거나 직접 방문해서 제출해도 된다.
이의 신청이 접수된 곳에 대해서는 재조사 등을 거쳐 6월 25일에 최종 확정 공시된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부동산 공시가격 전화 상담실(1644-2828)을 이용하면 된다.
공시가격이 19.05%나 오름에 따라 보유세 부담이 크게 오르는 것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이처럼 오른 공시가격 상승률이 고스란히 재산세나 종부세에 반영될 지는 미지수다. 정부와 여당이 다음달 증 보유세 인하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 서울 등 9곳 소폭 감소…대전·전북·제주는 증가
국토부는 28일 이런 내용으로 2021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결정 공시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17개 시도 가운데 서울 세종 등 9곳은 3월에 공개된 초안보다 공시가격 상승률이 소폭 낮춰졌다.
서울이 19.91%에서 19.89%로 떨어진 것을 비롯해 △부산(상승률(%)·19.67→19.56) △대구(13.14→13.13) △울산(18.68→18.66) △세종(70.68→70.25) △경기(23.96→23.94) △충북(14.21→14.20) △경북(6.30→6.28) △경남(10.15→10.14) 등이 모두 하향 조정됐다.
반면 대전(20.57→20.58)·전북(7.40→7.41)·제주(1.72→1.73) 등 3곳은 오히려 올랐다. 나머지 인천(13.60)·광주(4.76)·강원(5.18)·충남(9.23)·전남(4.49) 등 5곳은 초안 그대로 유지됐다.
현실화율도 초안대로 70.2%가 적용됐다. 이는 지난해(69.0%)보다 1.2%포인트 높여진 것이다.
● 울산 이의신청 55배 폭증…전국 최고 상승률 세종도 14배 급증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예상대로 이의신청도 크게 늘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3월 공시된 공동주택 초안에 대한 제출의견은 4만9601건이었다. 이는 전체 공시대상 주택(1420만 채)의 0.35%에 해당한다. 또 지난해(3만7410건)보다 늘었다. 다만 역대 가장 많았던 2007년(5만6355건)보다는 적었다.
제출의견 가운데 절대 다수인 4만8591건(98%)이 가격을 낮춰달라는 요구였다. 이 가운데 62% 정도가 6억 원 초과 주택이었다.
시도별로는 서울과 대전 제주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모두 이견이 크게 늘었다. 특히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70% 급등한 세종시의 제출의견은 올해 4095건으로 지난해(275건)보다 14배가량 급증했다. 울산은 337건으로 지난해(6건)에 비해 무려 55배 폭증했다.
반면 서울시는 2만2502건으로 건수는 전국 시도에서 가장 많았지만 지난해(2만6029건)보다는 줄었다. 또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20% 넘게 오른 대전(1032건→360건)과 제주(115건→46건)에서도 이의신청은 지난해보다 적었다.
● 이의신청 반영 건수도 크게 증가
이의신청이 반영돼 공시가격이 수정된 건수도 크게 늘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제출된 이견에 대해 부동산원의 검토와 감정평가사 등 외부 전문가를 통한 검토 결과 2485건이 수정됐다. 전체의 5.0%에 해당하는 것이다. 지난해는 수정비율이 2.4%에 불과했다. 올해 이의신청이 상대적으로 많이 반영됐다는 뜻이다.
제출된 의견과 지역적으로 인접해 있는 등 관련된 공동주택 4만373건과 자체 조사 등을 통해 이상이 발견돼 수정한 6805건도 있다. 이를 모두 합치면 공시가격이 조정된 공동주택은 모두 4만9663채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2만8447채)보다 1.7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또 조정된 전체 공동주택 가운데 88%(4만3718채)는 가격이 낮춰졌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에서 865건(3.8%)로 가장 많았고, 경기(638건·4.2%) 세종(470건·11.5%) 부산(392건·9.5%) 경남(54건·12.4%)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 공시가격 산정방식 첫 공개
한국부동산원 통계 기준 아파트값이 지난해 44.93% 올라 전국적으로 상승률 1위를 차지한 세종시 전경.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국토부는 29일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공개하면서 결정 과정에 사용된 기초자료를 함께 처음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공시가격 산정에 대한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이다. 여기에는 주택특성정보와 가격 참고자료, 산정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의견) 등이 들어갈 예정이다.
특성자료에는 주변환경 단지특성 세대특성 등에 대한 정보가 담긴다. 우선 주변환경은 교육시설과 공공·편익시설·지하철역 등 교통시설 등이 소개된다.
단지특성에는 △단지이름 △용도 △용도지역 △건물구조 △동수 △세대수 △사용승인연도 △건폐율/용적률 △전체 주차대수 △최고/최저 층수 △공시면적 종류 등에 대한 정보가 공개된다.
세대특성과 관련해서는 공시면적과 해당세대수 향에 대한 내용이 정리된다. 가격 참고자료로는 주변의 거래사례와 부동산테크 시세정보(상한가/하한가) 등이 포함된다.
● 보유세 부담 급등 불가피…하향 조정 가능성 있어
공시가격 급등에 따른 보유세 부담 급등도 불가피해졌다. 다만 세 부담 규모는 다소 낮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와 여당이 보유세 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결정된 공시가격이 고스란히 반영된다면 재산세(부과시기·7,9월)와 종부세(11월) 등 보유세의 급등은 불가피하다. 국토부도 3월에 공동주택 공시가격 초안을 발표하면서 공개한 보유세 모의분석 결과에서 30% 이상 급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또 초안 발표 이후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보유세가 최대한도인 50% 이상 급등하는 지역이 적잖고, 종부세 대상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그 결과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집값 상승에 따른 부담을 납세자에게 떠넘긴다는 불만이 쏟아졌고, 여당의 ‘4·7 보궐선거’ 참패로 이어졌다.
이런 결과는 내년 3월로 예정된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여당이 보유세 인하 대책을 5월 안에 내놓겠다고 밝히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종부세와 재산세 과세 기준일(6월 1일)을 한 달 남짓 앞두고 ‘부동산 민심’이 폭발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에 화답하고 있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가 잇따라 보유세 인하와 관련된 발언을 쏟아내고 있어서다. 특히 홍 직무대행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신속하게 (당정이) 조율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번 주에 대략 부처 간 협의는 조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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