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음악의 미학 - 피터 키비 [최지선의 내 인생의 책 ②]
[경향신문]
흔히 청각보다 시각이 구체적이고 직관적인 감각이라고 한다. 청각 텍스트를 대상으로 하는 음악에 대한 이해와 감상은 그래서 더 어렵게 느껴진다. 사운드 자체 또는 음악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물음은 언제나 난제였다(그래서 더 흥미로운 도전이 된다).
저명한 음악 미학 연구자인 피터 키비의 ‘순수 음악’에 대한 ‘철학적’ 성찰은 해답과 질문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있는 그대로의 음악” 간단히 말해 클래식 연주 음악(그에 따르면 ‘뮤직 얼론·music alone’)이 그 대상이다. 가사가 동반되는 성악은 물론 대중음악은 이 책의 대상은 아니지만 많은 음악에 대해 유효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아무런 정보가 없는 음들이 모여있는 음악을 듣고 우리는 어떤 감정이나 정서를 어떻게 연관짓는 것일까. 가령 ‘슬픈’ 음악은 “청자에게 슬픔을 불러일으키는 음악”이라는 생각을 하기 쉽다. 흔히 ‘음악이 슬프다’라고 말하곤 하는데, 키비에 따르면 이는 음악이 청자에게 슬픔을 환기시키기 때문이 아니라 청자가 음악 속에서 슬픔을 표현적 속성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음악의 ‘슬픔’을 우리가 적극적으로 ‘인지’한다는 것은 능동적인 감상과 이해를 전제하는 것이다. 다행히도 음악적 능력을 보유하거나 음악을 전문적으로 학습한 엘리트의 감상만을 강조하지 않고, 보통의 청자도 자신의 수준으로 표현적 요소를 인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인지주의와 형식주의에 기댄 견해는 협소하고 유연하지 못한 해석(또는 비평)을 낳을 수도 있다. “음악 작품이 슬픔에 대해 표현적이기 때문에 우리를 감동시킬 수는 있어도 우리를 슬프게 함으로써 감동시키지는 않는다”는 문장은 또 얼마나 납득 가능할까. 그럼에도 그의 주장 덕분에 ‘음악 그 자체’를 이해할 수 있는 한 가지 도구를 얻은 것 같다.
최지선 |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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