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데뷔 50년, 스타보다 개성파·실력파 '아티스트의 길' [오스카 품은 윤여정]

2021. 4. 26.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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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난 가족·돈의 맛·여배우들..
악역 마다않고 '센 캐' 자주맡아
목욕탕집 사람들 등 드라마 인기
윤스테이 리얼리티 예능도 성공
실력으로 승부·투철한 직업정신
후배들과 솔직하고 따뜻한 소통
젊은 세대에도 거부감 없는 배우
윤여정 배우의 영화 데뷔작인 김기영 감독의 ‘화녀’(1971) 포스터. [연합]
‘바람난 가족’(2003년)
‘돈의 맛’(2012년)
‘죽여주는 여자’(2016년)
‘미나리’(202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73)을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전형적인 연기를 하지 않은 배우라고 할만하다.

1966년에 TBC 3기 공채 탤런트로 연예계에 데뷔한 윤여정은 56년간의 연기 인생에서 다양한 배역을 맡았지만 유독 비범한 캐릭터가 많았다.

청춘스타로 데뷔하는 여배우는 멜로 역할을 맡아 주목을 받고 여주인공을 하는 등 어느 정도 역할이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윤여정은 데뷔작인 김기영 감독의 영화 ‘화녀’(1971)에서 한 중산층 가정을 파멸로 몰고가는 가정부 명자를 연기했다. 윤여정은 20대 중반의 나이로 명자의 광기와 집착을 대담하게 표현했다. 같은해 154부작 MBC 일일 드라마 ‘장희빈’에서 장희빈을 연기했다.

두 작품에서 윤여정이 맡은 역할의 공통점은 악녀였다는 점이다. 보수적인 당시 분위기로는 악녀 역할을 하면 리스크가 매우 컸다. 식당에서 대중에게 봉변을 당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윤여정은 스타의 길보다는 배우, 아티스트의 길을 착실하게 걸어나갔다.

1975년 가수 조영남과 결혼하고 미국으로 가면서 10여년간 공백기가 생겼다. 이혼 후 귀국해 두 아이를 키우면서 연예계에 복귀하면서 선택한 작품은 박철수 감독의 ‘에미’(1985)였다. 윤여정의 배역은 딸 나미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인신매매단을 집요하게 추적해 살해한 후 법의 심판을 기다리는 홍여사 역이었다. 이처럼 윤여정은 ‘이유있는 센 캐(센 캐릭터)’를 자주 맡았다.

2016년에는 이재용 감독의 ‘죽여주는 여자’에서 노인들을 상대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65세의 ‘박카스 할머니’ 소영으로 분해 깊은 혼란과 복잡한 사연의 주인공이 된다. 윤여정은 이 작품으로 26회 부일영화상 여우 주연상, 10회 아시아 태평양 스크린 어워드의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이밖에도 윤여정은 ‘바람난 가족’(2003) ‘그때 그 사람들’(2005) ‘여배우들’(2009) ‘돈의 맛’(2012) ‘그것만이 내세상’(2018) 등 영화와 ‘아일랜드’(2004) ‘굳세어라 금순아’(2005) ‘그들이 사는 세상’(2008) ‘내 마음이 들리니’(2011) ‘넝쿨째 굴러온 당신’(2012) ‘참 좋은 시절’(2014) ‘디어 마이 프렌즈’(2016) 등 다양한 드라마에서 개성 강한 연기를 펼쳤다.

지난해에는 독립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감독 김초희)에는 노 개런티로 출연했다. 최근에도 넷플릭스의 미국 드라마 ‘센스8’에 출연했고, 애플TV플러스 드라마 ‘파친코’를 찍고 있는 등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윤여정은 ‘무릎팍도사’에서 특유의 굵은 목소리로 인해 잘 받아주지 않는 감독들도 많았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하지만 김수현 작가의 작품들인 ‘사랑이 뭐길래’(1991) ‘목욕탕집 사람들’(1995)과 노희경 작가의 ‘그들이 사는 세상’ ‘디어 마이 프렌즈’ 등 실력파 작가들이 그를 알아보고 계속 배역을 맡겼다.

윤여정은 젊은 세대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철저하게 실력으로 승부하며 투철한 직업정신을 실천하고 있는 그 자체가 여배우들에게는 롤모델이다.

게다가 나이를 먹었다고 후배에게 대접을 받으려는 꼰대 짓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두루뭉슬하게 넘어가지도 않는다. 자칫 깐깐한 선배로 보일 수 있지만 솔직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후배에게 소통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런 경험 많은 선배의 솔직함을 나영석 PD가 진작에 간파하고 리얼리티 예능으로 활동 범위를 확장시켜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윤여정은 tvN ‘윤스테이’의 사장님답게 꼼꼼하게 필요한 사항들을 체크하고 외국 손님과도 유창한 영어로 소통했다. 외국 손님의 이름을 기억하려고 노력하는 등 디테일도 챙겼다.

56년차 배우 윤여정처럼 영화와 예능을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점에서 노년의 도전이 갖는 의미와 가치는 각별하다. 특히 꾸준히 전형성을 깨는 연기를 해왔던 윤여정이 자연스럽게 도착한 작품이 ‘미나리’였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서병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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