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늦으리" 토지거래허가 시행 전 막바지 거래 활발
성수동 문의 늘고 압구정 차분
집주인들 '규제' 아닌 '호재'로 해석
주택업계에 따르면 압구정 현대·한양 등 24개 단지, 여의도 시범·삼부 등 16개 단지, 목동 14개 단지와 성수 전략정비구역 등은 1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대지 지분 주거용 18㎡, 상업용 20㎡ 초과 부동산을 매입할 때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지정 구역에서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이들은 이날까지 부동산 매매 계약서를 쓰고 계약금을 입금해야 한다. 실거주 목적의 구입은 이후에도 가능하지만, 추후에 본인이 들어가 살 집을 미리 전세를 끼고 사두려는 이들에겐 딱 하루가 남은 셈이다. 구매 후 2년 동안 실거주 해야하기 때문에 '갭투자'는 불가능해진다.
이로 인해 규제 시행에 앞서 서둘러 거래를 진행하려는 움직임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실제 여의도·목동 등의 재건축 단지에서 규제 전 '막바지 거래'가 속속 이뤄지고 있다. 규제 발효 전 거래를 원하는 매수자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지만, 서울시가 곧 재건축 규제를 풀어줘 사업 추진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에 집주인들은 물건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높이고 있다.
부동산중개업계에 따르면 규제 발표 당일인 지난 21일 영등포구 여의도동 시범아파트 전용 118.12㎡가 신고가인 26억원에 거래됐다. 이 주택형은 지난해 7월 20억원(8층)에 신고가로 거래된 이후 올해 1월 21억3000만원(7층), 2월 22억원(5층), 이달 3일 24억원(3층) 등 신고가 경신을 이어왔다.
인근 B 공인 대표는 "규제가 발효되는 27일 이전에 아파트를 사려는 막판 매수 문의가 늘었다"면서 "집주인들은 물건을 들이고 있고 5000만원까지 올려줄 수 있다는 매수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번에 규제 지역으로 함께 묶인 여의도 수정아파트와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단지에서도 주말 사이 각각 1건과 10여건의 신고가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목동1단지 인근 S 공인 관계자는 "지난주 수요일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발표 후 토요일까지 4일 동안 1단지에서만 2∼3건 거래가 이뤄졌다"며 "2단지도 2건 계약서를 썼다고 하고 뒷단지들도 거래가 1∼2건씩 있었다"고 말했다.
성수동 G 공인 대표는 "규제 발표 후 매매 관련 문의가 늘어 또다시 들썩이고 있다"며 "거래허가구역으로 묶으면서 집주인들이 '빨리 (개발) 진행하려는구나'라는 신호로 보고 있다. 40평대(3.3㎡당) 6000만원에 내놨는데 어제 계약하자고 하니 7000만원으로 불러서 거래가 안 된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에 비해 초고가 아파트가 몰려 있는 압구정동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다. 압구정 특별계획구역은 올해 들어 6개 구역 중 4개가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는데, 이후 거래가 거의 끊긴 상황이다. 작년 '6·17 대책'에서 조합설립 후 아파트를 매수하면 2년간 직접 거주해야 입주권을 주기로 해 조합설립 전까지 매수세가 몰렸고, 조합설립 후에는 거래가 끊겼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다만, 실제 거래 여부와 관계 없이 매도 호가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조합이 설립된 압구정 3구역 구현대 전용 84㎡ 매물은 36억원까지 호가를 부르고 있다. 지난달 말 같은 주택형(4층)이 30억원에 거래된 것에 비해 6억원이 오른 가격이다.
압구정동 T 공인 대표는 "성수, 양천 과 달리 이 동네는 이미 매수할 사람은 대부분 거래를 진행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 발효 전 매수하려는 사람은 있어도 가격대가 맞지 않고 매물도 없어 거래는 잘 성사되지 않고 있다"고 현재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대상 주민들은 당분간 거래가 위축되고 가격도 조정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지만, 재건축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호재가 될 것이란 기대가 더 큰 상황이다.
안중근 압구정3구역 조합장은 "조합원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일시적으로 거래를 묶어 가격을 억제하겠다는 것이지 장기적으로 가격을 억제하겠다는 의미로 보지 않는다"며 "오 시장 취임을 계기로 지구단위계획 고시로 사업이 빨리 진행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비사업이 활성화되려면 풀어야할 숙제가 남아 있다. 10여년 간 서울에서 규제 강화 기조가 이어져 왔고, 정부 또한 고강도 규제를 시행하는 중이다. 그만큼 오랫동안 흐른 물길을 돌리기 위한 오세훈 시장과 정부의 신경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안전진단이 있다. 재건축 사업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같은 방향으로 완화되는 경향이 있어 왔다. 안전진단의 구조안전성 비율은 2009년 40%에서 2015년 20%로 줄었다. 반면 주거환경 부분은 15%에서 40%까지 늘었다. 객관적인 건물의 안전성 여부보다 주관적인 거주민들의 편리성과 쾌적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구조안전성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됐다. 2018년 2.20 대책이 발표되면서 구조안전성 비중은 다시 50%로 높아지고 주거환경은 15%로 낮아졌다. 정부는 작년에도 '6.17 대책'을 통해 부실 안전진단 제재 수위를 높이고, 2차 안전진단시 현장조사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안전진단 규제가 강화되면서 일부 단지들은 정비사업 추진에 발목이 잡혔다. 목동 9단지와 11단지가 정밀안전진단에서 재건축 추진이 좌초된 좋은 예다. 여의도의 경우는 간발의 차이로 단지의 희비가 갈렸다. 2018년 규제가 강화된 뒤 안전진단 검사를 받은 광장 아파트 1, 2동은 검사에서 재건축 불가 통보를 받은 데 비해 3동과 5~11동은 조건부 재건축이 가능 판정을 받았다.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는 등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절차를 밟기 위해선 결국 안전진단 규제가 완화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재건축 규제 완화가 중앙정부·서울시의회에 막혀 지지부진할 경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목동7단지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 거래는 어렵게 해놓고, 막상 재건축 규제는 풀리지 않아 안전진단조차 통과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도 있다"며 "주민들은 기대 반 우려 반"이라고 말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robgu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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