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이재용 고개 들게 만든 검찰의 '원기둥 전개도'.."투자자 속였다"

이미호 기자 2021. 4. 22.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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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이 이러한 잘못된 전개도를 본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누구는 원뿔로, 뭐 운이 좋으면 원기둥(실체)으로 볼 수 있겠지만, 심지어 구로 보는 투자자도 있지 않겠어요?"중앙지법에서 가장 좌석수가 많은 곳이자 역대 '거물급 피고인'들이 거쳐간 형사대법정 417호.

22일 오전 9시50분이 되자 '충수염 수술'을 받은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이 법정 구속된지 3개월만에 수척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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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투자자들이 이러한 잘못된 전개도를 본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누구는 원뿔로, 뭐 운이 좋으면 원기둥(실체)으로 볼 수 있겠지만, 심지어 구로 보는 투자자도 있지 않겠어요?"

중앙지법에서 가장 좌석수가 많은 곳이자 역대 '거물급 피고인'들이 거쳐간 형사대법정 417호. 22일 오전 9시50분이 되자 ‘충수염 수술’을 받은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이 법정 구속된지 3개월만에 수척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마침 반대편에는 이 부회장을 기소한 이복현 부장검사를 필두로 11명의 검사들이 속속 자리했다.

검찰측은 이날 오전 이 부회장 등 피고인 11명의 공소사실을 요약하는 프레젠테이션(PPT)을 2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이어갔다. 직전 공판 준비기일에서 이 부회장측 변호인단이 조목조목 관련 혐의를 부인한 것을 하나 하나 되짚으며 ‘재반박’하는 방식이었다.

특히 외감법 공소사실과 관련해 피고인측이 회계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을 ‘원기둥 전개도’ 이미지를 통해 지적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의혹은 자본시장법과 회계법 등 전문적인 지식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법조계에서도 ‘어려운 재판’으로 꼽힌다.

이에 검찰은 자본시장에서 회계처리를 왜 정확히 해야 하는지, 원칙을 중시하면서도 결국 일반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사실에 방점을 뒀다. 반면 변호인들은 에피스 지분에 대한 2015년 가치 재평가를 통해 거액의 자산을 반영한 것은 로직스의 ‘경제적 실질’을 따져 반영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검찰은 "회계 목적은 기업의 경제적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는 유용한 재무적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회계적 측면에서 경제적 실질은 단순히 자산 교환가치 뿐만 아니라 영업 재무활동 내역 등 종합 정보를 뜻한다. 단순히 해당 기업이 얼마짜리인지 보여주는 것은 극히 일부만 제공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시세 차익 목적으로 지분을 매입했을땐 현금화 가능한 자산이라는 점에서 시세가 중요하고, 지배목적 매입은 당장 팔게 아니기 때문에 투자 대상 회사의 순자산이나 영업현황 등 정보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산은 과대평가를 방지해야 하고 피투자회사의 손익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면서 "부채는 과소평가를 방지하고 시가 평가가 필요한 부분이라 피투자회사 주식이라는 동일한 평가 대상이라 해도 각 목적에 맞게 표시하는 것이 회계기준에 부합한다"고 꼬집었다.

▲검찰측이 PPT로 공개한 ‘원기둥 전개도’를 복기한 그림./정다운 디자이너, 이미호 기자

그러면서 ‘원기둥 전개도’를 펼쳐보였다.

검찰은 "직사각형을 자산, 원을 부채라고 한다면 차별적 표시를 통해 기업 실체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피고인 주장대로 기업이 임의로 자산과 부채를 같은 시가로 평가한다면 (그림처럼) 모두 동그라미로 표현된다"면서 "이걸 보는 투자자는 원기둥이라는 실질을 보기 어렵다. 이를 외면하고 시가 정보라는 ‘단편적 정보’로 전달하는 건 기업의 실체 확인을 어렵게 하고 회계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위법성 여부와 함께 최대 쟁점으로 꼽힌다.

검찰은 삼성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을 결정하면서 당시 제일모직의 자회사였던 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과다 계상했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삼성이 바이오로직스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부채를 감춰 4조5000억원대의 분식회계를 했다고 본다.

검찰은 2012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과 공동으로 삼성에피스를 설립할때 콜옵션(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이 부여됐는데 콜옵션 보유 사실이 회계장부에서 빠져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콜옵션 보유는 부채로 처리된다. 이후 2015년 제일모직-삼성바이오로직스 합병 이후 1조8000억원의 관련 부채를 재무제표에 반영했다.

이밖에도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삼성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조직적으로 제일모직 주식 가치를 높였다고 지적했다. 2015년 5월 삼성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발표하면서 합병비율을 1 대 0.35로 결정했다. 제일모직 주식 가치를 삼성물산의 약 3배로 평가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3%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삼성물산 주식은 없었다. 이 합병으로 이 부회장은 그룹 내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의 지분 16.5%를 보유하면서 최대주주가 됐다. 검찰은 삼성이 이 부회장의 그룹 내 지배력 확대와 경영권 승계를 위해 합병 비율을 조작했다고 보고 있다.

한편 이날 오후 2시에 재개되는 재판에서는 이 부회장측 변호인들이 혐의를 반박하는 내용의 PPT를 펼칠 예정이다. 피고인 수가 많은 만큼 변론은 오후 늦게 끝날 전망이다. 재판부는 변호인측 변론이 끝나는 대로 증거 및 증인을 채택하고 향후 기일에 대한 협의도 진행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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