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판매 역주행 LG '룸앤 TV', 캠핑가서 실제 써보니.."빔프로젝터보다 낫네"

박진우 기자 2021. 4. 2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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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설치, 적당한 무게…Wi-Fi, 스마트폰 연결낮이나 밤이나 안정적인 화면 구현…가끔 오류도전원 없으면 사용 불가…내장 배터리 장착된다면

최근 캠핑족들의 입소문을 타고 1인 가구를 겨냥해 내놓은 LG전자의 룸앤 TV가 캠핑용 TV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사용해보니 낮에는 다소 반사광이 발생하지만, 빔프로젝터에 비해 영상 콘텐츠를 소화하기에는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지고, 국내여행도 되도록 사람이 많이 모일 우려가 있는 곳은 피하게 되면서 ‘거리두기 여행’이 가능한 캠핑 인구가 최근 크게 늘었다. 각종 캠핑장비와 용품도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데, 인기 제품의 경우 판매와 동시에 품절이 되는 일이 흔하고, 수개월 대기를 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지난 2018년 LG전자가 1인 가구를 겨냥해 출시한 ‘룸앤(Room&) TV’ 역시 최근 캠핑족의 관심을 끌면서 인기 캠핑용품의 반열에 올랐다.

LG전자는 애초 룸앤 TV의 주요 소비 타깃을 1인 가구로 잡았다. 1인 가구의 대다수를 이루는 20~30대 젊은 세대는 디자인을 중시, 이런 성향을 반영해 어느 공간에도 잘 어울리는 디자인을 룸앤 TV에 이식했다.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부드러운 곡선이 드러나도록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했고, 깔끔한 흰색으로 화면 주위를 마감했다. 마치 북유럽 가구가 연상되는 디자인이다.

하지만 출시 초기에는 그다지 인기가 많지 않았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추세이긴 했지만, 집에서 TV를 보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이다. 집에서 TV를 보지 않으니, TV를 굳이 구매할 필요도 없었다. 그렇게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룸앤 TV가 다시 관심을 끌게 된 건 캠핑족의 입소문을 타면서부터다. 캠핑의 주요 용품 중 하나로 여겨지는 영상기기를 룸앤 TV가 맡게 된 것이다.

보통 캠핑족들은 롤스크린과 휴대용 빔프로젝터로 캠핑장에서 영화, 드라마 등을 시청해 왔는데, 빔프로젝터의 특성상 설치가 까다롭거나 거리 문제가 있어 원활한 시청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와이파이에 연결해 넷플릭스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캠핑족들이 주목한 것은 바로 TV다. 룸앤 TV의 경우 전원만 연결하면 선명한 화면을 그대로 볼 수 있어 화면을 조절할 필요 없다. 게다가 무게가 4.5㎏에 불과해 중량이 나가는 다른 캠핑용품에 비해 무게 부담도 덜하다는 점 등도 주목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룸앤 TV가 최근 월 4000대 정도 팔려나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월 1000여대가 판매됐으니, 4배 이상 판매량이 늘어난 것이다. 여타 캠핑용품도 마찬가지지만 룸앤 TV 역시 수요가 늘자 웃돈이 붙는 사례도 나타난다. 20만원대였던 최저가는 최근 30만원 중후반대로 뛰었다.

상단은 좁고, 하단은 넓어 세웠을 때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룸앤 TV의 인기가 캠핑족 사이에서 늘자, TV를 수납해 이동할 수 있는 가방도 등장했다. LG전자 역시 별도 판매하는 가방 등의 부가 상품을 기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V 구성품은 본체와 전원선, 리모컨 등으로 단출하다. 인터넷에서 룸앤 TV를 검색하면 다양한 용품 제작 업체가 만든 가방이나 캠핑 전용 거치대 등을 만나 볼 수 있다.

지난 17일 룸앤 TV를 캠핑에 가져나가 직접 체험해 봤다. 캠핑장에 도착해 텐트, 테이블 등 각종 장비를 캠핑 사이트에 구축하고, 룸앤 TV의 자리도 마련했다. 무게가 부담스럽지 않고, 밑바닥이 넓은 구조를 갖고 있어 경량 테이블 위에 올려놔도 안정적인 자세 유지가 가능했다. 또 텐트 어디에서나 위화감 없는 디자인이 엿보였다. 나무 또는 금속 재질의 다른 캠핑용품과도 조화를 잘 이뤘다.

여러 기기와의 무선 연결을 지원한다는 점도 장점이다.

전원을 연결하면 LG TV를 통해 익숙한 웹OS의 화면이 들어온다. TV 자체가 무선 인터넷 연결을 지원하기 때문에 와이파이 사용이 가능한 캠핑장이라면 ‘넷플릭스’, ‘왓챠’ 등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Over The Top)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본체 후면에는 여러 단자들이 들어가 있는데, 최근 영상 기기에서 주로 사용하는 HDMI 단자는 두 개가 준비됐다. 광 단자 등도 준비해 놨다. 캠핑장에서는 쓸 일이 없지만, 유선 랜(LAN) 연결 단자가 있다. 영상이 담긴 USB도 연결이 된다.

스마트폰 연결도 지원한다. 다만 같은 네트워크에 TV와 스마트폰이 동시에 존재해야만 기기 인식이 가능해 와이파이 사용을 할 수 없는 캠핑장의 경우에는 스마트폰 연결이 원천적으로 막혀 있다. 애플 아이폰(iOS)과 웹OS(안드로이드) 간 운영체제(OS)의 차이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는 몰라도, 화면 미러링 등의 기능을 사용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었다. 인터넷 등에서는 해결 방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TV 설명서에는 그런 내용이 없어 기기가 익숙지 않은 사람에게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기반의 웹OS를 채택한 스마트 TV인 룸앤 TV는 LG전자의 인공지능 홈보드를 지원한다.

또 스마트폰을 연결하려면 LG 씽큐(ThingQ) 앱을 스마트폰에 내려 받아야 한다는 점도 설치의 간편함과는 다르게 느껴지던 운영의 불친절함이었다. 같은 네트워크에 TV와 스마트폰이 동시에 연결돼 있어도 스마트폰 연결이 원활하지 않은 적도 있었다. 앱은 "TV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며 "재시도 버튼을 눌러달라"고 했지만 재시도 버튼을 눌러봐도 TV는 같은 메시지만을 보였다.

룸앤 TV의 제품 콘셉트 자체가 포터블 기기가 아니다 보니 항상 전원선을 연결해야 한다는 점도 단점으로 느껴진다. 오토캠핑장이 아닌 최근 유행하는 노지 캠핑 등에서는 TV가 제 기능을 할 수 없다는 의미다. 물론 220V 인버터를 지원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나 전기차의 경우에는 자동차 전원을 이용하면 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룸앤 TV가 지금보다 인기가 더 많아져 LG전자가 개선품을 준비한다면 배터리를 내장하는 방법은 어떨까라는 생각도 든다.

HDMI 단자를 통해 닌텐도 스위치를 연결해 봤다. 화면 처리는 깔끔하다. 27인치 크기에, 화면비는 16:9를 지원한다. 시야각은 양옆으로 178도까지 확보했다. 해상도는 풀HD다. 30인치 이하 TV로는 화질 면에서 훌륭한 수준이다. 응답속도는 14ms로, 보통 한 자릿수 응답속도인 게이밍 TV, 모니터와 비교하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닌텐도 스위치의 인기 게임인 ‘마리오 카트’, ‘동물의 숲’ 정도는 아주 무난하게 즐길 수 있다. 다만 밝은 낮에는 아무래도 화면이 빛을 반사해 선명도가 떨어졌다. 야외에서 사용할 때는 이런 부분이 다소 아쉬울 수 있다. 그래도 아예 컴컴한 밤이 아니면 쓸 수 없는 빔프로젝터보다는 뛰어난 활용성이다.

리모컨 조작은 약간 불편하게 느껴진다. 혹자는 LG TV 전체의 고질병으로 꼽기도 한다. 버튼을 눌렀을 때는 반응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LG TV의 리모컨은 조작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최대 단점이다.

룸앤 TV를 직접 사용해보니, 왜 캠핑족들이 이 제품에 관심을 갖는지 알 수 있었다. 간단한 사용과 그리 부담되지 않는 제품 부피, 무게 등은 확실한 장점이다. 낮이나, 밤이나 영상물을 야외에서 큰 문제 없이 볼 수 있다는 점도 좋다. 무선 네트워크 지원은 다양한 TV의 기능을 보완한다는 점에서 캠핑을 더욱 즐겁게 만드는 부분이다. 설치와 조작이 어려운 빔프로젝터로 캠핑 영상기기를 세팅했던 캠핑족이라면 룸앤 TV는 확실한 대안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물론 지금 당장 이 제품을 사야 한다고 강력 추천하기에는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다. 먼저 와이파이가 없는 캠핑장에서 룸앤 TV는 스마트 TV의 역할이 전무하다. 스마트폰 테더링을 이용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되면 스마트폰과 연계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거추장스러운 유선 PC 모니터 역할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부피가 그렇게 크지 않고, 무게가 상대적으로 가볍더라도 물리적으로 차지하는 공간이 있다. 평소 장비 수납이 빡빡한 상황일 때, 추가 장비 구비의 번거로움과 적재의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다. 또 모름지기 캠핑족이라면 자연 속 휴식을 위해 캠핑을 하는 것일 텐데, 굳이 TV 시청을 해야 할까라는 의문도 없지 않아 있다.

캠핑용 수납 가방이 있다는 점은 룸앤 TV의 활용성을 높이는 부분이다.
스마트폰 ‘LG 씽큐앱’으로 TV와 연결할 수 있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TV는 끝까지 스마트폰의 간절한 연결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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