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선수촌 노원 주공 몇달새 2억↑..재건축 완화 딜레마 빠지나

조성신 2021. 4. 18. 10: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0주 만에 상승폭 키우는 서울 집값
목동 노원 압구정 등 재건축단지 들썩
오세훈 '속도조절' 뉘앙스에 실망론도
"강남보다 강북부터 재건축 매듭 풀어야"
압구정 현대아파트 전경 [사진 한주형 기자]
'2·4 공급 대책' 발표 이후 주춤했던 서울 아파트값이 규제 완화를 공약한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후 다시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미 예고된 수순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선거기간 여론조사에서 오 시장 당선이 유력하다고 나오기 시작한 이후 강남권 재건축 단지부터 양천구 목동, 노원구 상계동 등지의 재건축 아파트값은 이미 들썩였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호가는 더 뛰고, 신고가 계약 건도 속출하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전용 99.38㎡(10층)는 지난 1일 28억원에 매매됐는데 이는 작년 11월 거래가 26억원(8층)보다 2억원 오른 가격이다. 압구정동 현대2차 전용 160.28㎡는 지난 5일 54억3000만원(8층)에 팔렸다. 같은 주택형이 지난해 12월 7일 42억5000만원(4층)에 매매된 것과 비교해 11억8000만원이나 뛰었다.

노원구 상계동 주공7단지 전용 79.07㎡는 지난 달 15일 12억4000만원(13층)에 거래돼 6개월 전인 작년 9월 10억4500만원(4층) 대비 2억원에 육박하는 뜀폭을 보였다.

취임 즉시 재건축 규제를 풀겠다던 오세훈 서울시장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집값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자신의 공약인 민간 주도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하는 반대 성향의 문제를 풀어야할 입장에 놓여서다.

오 시장은 지난 13일 MBN 방송에 출연해 "1주일 내 재건축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얼마 뒤 그는 "도시계획위원회 개최나 시의회 조례 개정이 되려면 한두 달, 두세 달 걸리는 일이며, 요즘 일부 지역에서 거래가 과열되는 현상도 나타나서 신속하지만 신중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서울 집값 10주 만에 오름폭 커져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4월 둘째 주서울의 주간 아파트 매맷값은 0.07% 올라 지난주(0.05%)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서울 아파트값은 올해 2월 첫째 주(0.10%) 이후 꾸준히 상승률이 축소되며 지난주 0.05%까지 낮아졌는데, 이번 주 조사에서 10주 만에 다시 상승 폭을 키운 것이다.

노원구가 지난주 0.09%에서 이번 주 0.17%로 2배 가까이 뛴 것을 비롯해 송파구(0.10%→0.12%)와 강남·서초구(0.08%→0.10%), 양천구(0.07%→0.08%), 영등포구(0.04%→0.07%) 등이 상승을 주도했다. 이들 6개 구는 재건축 추진 단지가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 주택업계 관계자는 "2·4 대책에 공시가격까지 19% 넘게 오르면서 서울 아파트값이 대체로 관망세를 보여왔다"면서도 "강남4구와 노원구, 영등포구 등 최근 규제 완화 기대감이 있는 지역 위주로 가격이 상승하면서 전체적으로 아파트값 상승 폭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서울의 부동산 매매시장 소비 심리는 3월 기준 전달에 비해 크게 수그러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의 3월 부동산시장 소비자 심리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달 서울의 매매시장 심리지수는 129.0을 기록하며 전달 140.8에서 11.8포인트 떨어졌다. 소비자 심리지수는 전국 152개 시군구 6680가구와 중개업소 2338곳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산출한다. 0∼200 범위 안에서 95 미만은 하강국면, 95 이상·115 미만은 보합국면, 115 이상은 상승 국면으로 분류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최근의 재건축 단지 가격 급등세는 규제 완화 시사와 재산세 동결 기대감에 따른 것으로 다주택자 등의 양도세 중과를 의식한 매물은 자취를 감춘 반면, 개발 차익을 노린 매수세는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안정세를 타던 서울 집값을 다시 흔들 수 있는 "매우 심각하고 위중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오세훈 '속도조절' 뉘앙스에 실망론도

오세훈 시장 [사진 = 박형기수습기자]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이 후보 당시 내 걸었던 부동산공약과 관련해 진솔한 발언을 내놓자 실망 여론이 올라오는 분위기다.

오 시장은 일주일 내 재건축 규제 완화를 풀겠다는 공약과 관련해 한 발 물러선 데 이어 "주변 집값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을 경우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묶는 등의 방법이 있다"며 '토지거래허가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동안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여 거래가 뜸했던 강남구 대치·삼성·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 일대에선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었다.

현재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일주일 안에 모든 재건축 규제를 풀겠다는 공약이 일주일 만에 공수표가 됐다", "역시 말뿐인 정책이었나", "저런 공약을 처음부터 믿은 사람이 바보아니냐" 등의 글들이 빠르게 올라고 있다.

반면, "집값은 최대한 자극하지말고 장기적으로 정비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오 시장의 '속도조절론'에 공감하는 이들의 글도 적지 않다.

재건축 단지 급등세에 서울 집값이 다시 흔들리자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직접 오 시장의 규제완화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홍 부총리는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어렵게 안정세를 잡아가던 부동산 시장이 다시 불안해지는 것은 아닌지 매우 우려스럽다"며 "충분한 주택 공급은 부동산시장의 안정을 위한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불안 요인은 철저히 관리돼야 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재건축 사업 추진에 따른 개발이익이 토지주(조합)에 과다하게 귀속될 수 있고 이러한 기대가 재건축 추진 단지와 그 주변 지역의 연쇄적 가격 상승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시장 안정을 고려해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도 "한강 변에 60∼70층 고층아파트가 들어서게 하는 것이 부동산 가격안정에 도움이 될지는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규모 민간 재건축 활성화 역점 둘 듯

오세훈 시장은 당분간 정부와의 대립각을 피하면서 당장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는 소규모 민간 재건축 활성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자신의 공약인 18만5000가구의 민간 주도 재개발·재건축은 집값 안정을 위한 대책이지만, 서울 집값이 급등할 수 있는 양날의 칼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지난 13일 첫 부동산 정책 관련 현장 방문지로 가로주택정비사업 준공지인 서울 강동구 성내동 소재 라움포레아파트를 찾았다. 앞서 그는 '스피드 주택 공급' 공약을 통해 가로주택정비사업, 미니 재건축 등 소규모 정비 사업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저층 주거지의 새로운 정비 모델인 '모아주택' 제도를 도입해 3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잠실주공5단지, 압구정 현대 등 대단지가 아닌 소규모 단지를 선택한 배경을 두곤 여러 해석이 나온다. 자신의 공약인 소형 재개발, 재건축 정책인 '모아주택' 추진에 힘을 실은 행보이지만 대단지 아파트 방문으로 인한 집값 자극 요인도 충분히 의식한 것으로 정부 일각에선 보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오 시장이 첫날 업무보고에서 집값 급등 방지 대책 마련을 주문했는데, 민간 재건축 활성화 뿐 아니라 집값 상승 우려에 대한 균형잡힌 시각을 갖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해법을 찾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여러모로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과거 시정을 한 경험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실상 정체 상태에 빠진 서울 주택 공급은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다. 서울 주택수는 2016년 283만857가구에서 2019년 295만3964가구로 4% 늘어나는데 그쳤다. 주택수를 가구수로 나눈 주택보급률은 2016년 96.3에서 2019년 96%로 되레 감소했다.

올해부터 앞으로 2~3년간 서울 주택공급량도 감소한다.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재건축, 재개발을 통한 입주 물량은 1만7402가구로 작년(3만8451가구)의 절반도 안된다. 서울 올해 전체 아파트 입주물량은 3만471가구로 작년(4만9245가구)보다 대폭 줄어든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35층 층높이 제한은 오 시장이 풀 수 있을지 몰라도 재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초과 이익 환수제, 용적률, 안전진단, 분양가 상한제 등은 법이나 시 조례를 바꿔야 하는 문제여서 재건축이 앞으로 나가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서 "큰 틀에서는 오 시장이 공약한 민간 주도 재개발·재건축이 맞지만, 궤도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한강 변 재건축을 서두를 게 아니라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 주도의 도심 재개발·재건축에서 민간의 영역을 확보하는 한편 강남보다는 강북부터 부작용을 줄여가면서 재건축 매듭을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robgud@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