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델라 정상에는 봄이 먼저 올라와 있었다

글·사진 임덕용 꿈속의 알프스등산학교 2021. 4. 15.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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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돌로미티 로델라 비아 페레타
프랑스 친구 도미니크가 정상 직전 마지막 구간을 오르고 있고 뒤로 만년설산인 최고봉 마르몰라다가 보인다.
‘땅 속에 꽃씨가 잠을 깨나봐
들마다 언덕마다 파란 숨결 소리에
부스스 눈을 뜨는 예쁜 꽃망울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봄 오는 소리
꿈꾸던 나무가 깨어나나 봐
뿌리로 물을 긷는 고운 맥박 소리에
쏙쏙쏙 고개 드는 밭가에 냉이들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봄 오는 소리’
패러글라이딩 애호가들의 천국인 ‘콜 로델라Col Rodella’는 돌로미티의 중심부에 있는 ‘발 디 파사Val di Fassa’에 속한 셀라Sella 패스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이다. 파사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한 번에 올라오거나 셀라패스로 가는 두 개의 길로 올라가는 방법이 있다. 하나는 볼자노에서는 발 가르데나를 지나 약 40~50분이면 도착하고, 또 다른 길은 파사에서 승용차를 타고 약 20~30분이 걸린다.
하산하는 일행 뒤로 셀라 암군이 펼쳐져 있고 가을 분위기의 초원에는 잔설이 남아 있다.
초보자도 거뜬한 3급 비아 페레타
코로나 때문에 개장하지 못했던 스키장에는 깨끗한 눈이 아직 구석구석 많이 남아 있다. 눈에 덮여 6개월 이상 고개를 못 들고 숨도 못 쉬던 꽃들이 이제 기지개를 켜며 피어오르는 시기이다.
보통 5월 말~6월 중순이 되어야 야생화가 만발하지만 기나긴 겨울을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 이른 봄부터 눈을 비집고 몸부림치며 새 생명의 탄생을 노래한다. 그렇게 태어나려는 꽃망울들은 풀과 초원이 되고, 산과 강을 넘어 백운암으로 뒤덮인 돌로미티산맥을 만들 준비를 한다. 무거운 눈에 짓눌렸던 나뭇가지들도 기지개를 켜며 가지를 허공으로 뻗친다. 산과 깊은 계곡의 눈이 녹으며 힘찬 물기둥을 뿜어내며 솟구치는 물줄기에서 봄이 오는 소리를 듣는다.
‘로델라Rodella’는 멋진 파노라마 조망을 즐길 수 있는 3급 정도 난이도의 비교적 쉬운 비아 페레타이다. 루트를 오르는 중 부분적으로 오버행 구간을 지나는 묘미가 있어 초보자들도 비명을 지르며 대단한 등반가가 된 것 같은 기분을 선사한다.
도미니크의 캠핑카 안에서 이탈리아 컵라면으로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남벽으로 날이 좋은 날에는 하루 종일 해를 보거나 등지며 오를 수 있다. 그 덕에 이른 봄이나 늦가을(날씨 좋은 시기)에도 등반할 수 있다.
루트에는 ‘ㄷ’자 모양의 발 디딤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어 비교적 쉽게 출발할 수 있다. 처음에는 왼편으로 올라가다가 두 개의 바위 틈 안으로 들어간다. 양 옆의 암벽을 손으로 지지하며 로프를 잡고 오르면 쉽다. 마치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 있는 굴뚝을 오르는 듯하다.
턱을 넘어 오르면 약 10m의 철제 계단이 나오고, 오버행 턱을 옆으로 지나면 고도감에 아찔한 기분이 든다. 옆에서 사진을 찍으면 엄청나게 거대한 벽을 오르는 듯한 느낌이 난다. 그 위로는 경사가 조금 완만해지며 오른편으로 비스듬히 올라가면 정상이 가까워진다.
다르코와 도미니크가 직벽 구간을 오르고 있다.
해발 2,485m의 정상은 산장이자 케이블카 역이다. 넓은 정상의 초원에서는 셀라산군은 물론, 멀리 마르몰라다, 코르티나, 카나제이 등 여러 산군의 파노라마 조망을 즐길 수 있다.
이번 등반에는 프랑스인 친구 도미니크와 슬로베니아인 친구 다르코, 그리고 필자의 아들 동근이와 볼자노 회사에서 일하는 친구 예병구가 같이했다. 다르코와 예병구는 아주 쉬운 1~2급의 비아 페레타 경험이 두 번 정도 있었기에 그들에게 로델라 루트는 적당했다.
셀라패스 바로 아래 주차장에서 장비를 점검한다. 넓은 슬로프를 따라 20여 분을 올라 경사가 급해지는 구간을 우회해 출발점에 도착했다.
등반 경력 많은 도미니크가 능숙하게 올라가며 바로 뒤의 다르코에게 발 위치와 몸동작 등을 설명했다. 동근이 역시 예병구의 조교가 되어 침착하게 등반 방법을 알려 주며 올랐다.
새싹이 올라오는 소리 ‘심쿵’

몸짓 하나하나에 신경 쓰며 오르다 보니 어느 새 정상에 도착했다. 등 뒤 셀라 연봉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정상은 따뜻했다. 여름에는 소떼가 풀과 야생화를 먹으며 휴식을 취하고 때론 하염없이 걷기도 하는 곳이다. 이곳에도 새싹이 꿈틀거리는 소리가 아주 작게 들린다. 가만히 그 소리를 들어본다. 살랑 살랑 봄바람에 새싹이 춤 출 준비를 마친 것 같았다.
도미니크가 정상벽을 오르고 있고 뒤에 다르코가 뒤따르고 있다.

로델라 비아 페레타 Tip

루트 95% 강철 케이블, 5% 철 브래킷로 구성

접근 방법 캄피텔로Campitello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콜 로델라로 이동. 셀라 패스에서 도보 약 40분 거리. 주차장에서 ‘n.557’ 등산로(겨울에는 슬로프가 된다)로 오른다. 산 정상의 데스 알페스Des Alpes산장 정상을 끼고 패러글라이딩 활공장 출발점을 돌아 내려가면 등반 시작 포인트다.

등반 시간 약 1시간 소요.

루트 특성 출발점에서 약 110m를 오르는 짧은 루트라 시간이 부족하거나 날씨가 불확실한 경우에 이상적이다. 초보자를 위한 등반 루트로 어린이도 도전할 수 있다.

'본 기사는 월간산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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