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마다 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지 생각해보세요. 삶에 대한 태도가 달라집니다." [서영아의 100세 카페]
"90 넘게 열심히 살았는데 '이젠 안녕'이라 말할 권리도 없나"
한국에서도 급증하는 '웰다잉' 의향 등록
1980년대를 풍미한 일본 드라마 ‘오싱’의 작가 하시다 스가코(橋田壽賀子) 씨가 지난 4일 만 9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1925년 5월생인 그는 2016년 ‘나는 안락사로 가고 싶다’는 글을 유명월간지 분게이슌주(文藝春秋)에 기고해 큰 파장을 불렀던 인물이다. 기고에서 그는 스위스의 안락사 사례 등을 들며 일본에서도 안락사가 허용됐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문예춘추사가 1년간 독자투고가 가장 많은 기사에 주는 ‘문예춘추 독자상’을 받았을 정도였다. 죽음을 논하는 것이 금기시돼온 일본에서 관련 논의와 연구가 급격히 늘어났다.

○91세 때 ‘나는 안락사로 죽고 싶다’ 기고로 파문…사회적 논쟁 벌어져
신문기사 등에 따르면 하시다 씨는 올해 2월 하순부터 급성 림프종 치료를 위해 도쿄의 병원에 입원했다. 3월에 자택 근처인 시즈오카 현 아타미의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이어갔고 4월 3일 자택으로 옮겨 4일 세상을 떠났다. 임종은 인근에 살던 그의 드라마의 단골 출연자 이즈미 핀코 씨가 지켰다고 한다. 고인의 유지에 따라 장례는 치르지 않았고 5일 화장돼 안장됐다.
하시다 씨는 평소 입버릇처럼 자신의 부고를 매스컴에 알리지 말고 장례식도 치르지 말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그의 사망소식은 하루 뒤 미디어에 알려졌다. 그의 죽음을 알리는 인터넷 기사에는 동시대를 함께 헤쳐왔음직한 독자들의 명복을 비는 댓글이 줄줄이 달려 있었다.
○“내 심장이 멎어도 구급차는 부르지 말아 달라”
당초 그가 원했던 것은 일본에서의 안락사였지만 현실의 벽은 두터웠다. 개인적으로 스위스로 가는 방안도 모색했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도쿄특파원 시절이던 2018년 3월 그를 인터뷰했는데 “스위스에서의 안락사는 포기했다”며 “대신 자택에서 편안한 임종을 도와주는 의사를 만나 세상을 뜨고 싶다”고 했었다. 그의 표현을 빌자면 ‘안락사 가까운 존엄사’다. 주변에는 “내 입으로 밥을 못 먹게 되거든 음식을 잘게 부수거나 갈아서 먹이지 말아 달라, 심장이 멎어도 구급차를 부르지 말아 달라”고 말하곤 했다.
하시다 씨를 만나기 전 인터뷰 신청 자체를 망설였던 기억이 있다. 아무래도 신문기사를 통해 죽음을 논한다는 것이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뷰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보니 그런 망설임이 기우였음을 알 수 있었다. 대부분이 하시다 씨의 안락사론에 강한 공감을 표하는 내용들이었다. 특히 “내가 나일 수 있을 때라는 말이 뼛속 깊이 다가온다”거나 “안락사라는 보험이 있다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글들이 그랬다.
▶하시다 스가코 인터뷰 “남에게 폐 끼치기 전, 죽는 방법 정도는 스스로 고를 수 있어야” ○소수의 나라, 지역만이 적극적 안락사 허용
안락사는 적극적 안락사와 소극적 안락사로 나뉜다.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한국식 존엄사는 큰 틀에서 보자면 ‘소극적 안락사’에 해당한다. 해외에는 적극적으로 의사의 도움으로 약물을 주입해 죽음을 앞당기는 ‘적극적 안락사’를 도입한 나라들도 있다. 스위스,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와 미국의 뉴멕시코, 캘리포니아, 워싱턴 등 일부 주를 꼽을 수 있다. 이 중 외국인의 안락사를 지원하는 곳은 스위스가 유일한데, 디그니타스(DIGNITAS)를 비롯해 3개 단체가 활동 중이다. ○“인간에게는 자신의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문예춘추사는 하시다 씨의 기고를 실은 4개월 뒤 사회 원로급 저명인사들을 대상으로 실명 설문조사를 실시해 특집(2017년 3월호)으로 실었다. 응답자 60명 중 33명이 ‘적극적 안락사’에, 20명이 ‘존엄사에 한해’ 찬성했다. ‘안락사 존엄사 모두 반대’는 4명에 불과했다. 고령자일수록 안락사에 찬성하는 비중이 높았다. 이들은 질문을 자신의 문제로 여기고 답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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