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학생들 배우는 세계사..고대중국 지도에 조선이 없다

최민지 기자 2021. 4. 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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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No China, 선넘은 문화공정 커지는 반감(上)

[편집자주] 중국의 '문화 왜곡'에 국내 소비자가 뿔났다. 중국에서 제작된 드라마, 웹소설, 게임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 스며든 중국 중심 세계관에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으로 적극 맞서고 있다. 오랫동안 쌓여온 반중(反中) 정서가 이제야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상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응책도 함께 고민해본다.

"한복은 시녀옷, 삼계탕은 중국 것"… 선넘은 中 '문화 동북공정'


"이 삼계탕은 쉽게 온 것이 아닙니다. 이 탕에 있는 인삼은 백년묵은 인삼입니다. 큰 오라버니가 장백산에 가셔서 장사를 할때 특별히 이십 냥의 은전으로 사온 것 입니다."

최근 종영한 중국 드라마 '금심사옥'에 나오는 대사다. 명을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에서 남주인공에게 여성 출연자가 고기와 국물이 함께 어우러진 음식을 권하며 건네는 장면이다.

여기에는 한국과 중국 간 논란 거리가 여럿 뒤엉켜있다. 신분이 높은 여성출연자는 중국 전통 의상을, 그 뒤에는 한복 풍의 의상을 입은 시녀가 서 있다. 출연자들이 삼계탕이라 칭하는 요리는 토막난 닭고기가 국물에 푹 잠겨있는데, 닭 한 마리에 여러 재료가 들어가는 한국의 삼계탕과 사뭇 다르다.

장백산은 중국인들이 백두산을 일컬어 부르는 이름이다. 이 산은 북한과 중국의 국경을 기준으로 북쪽은 중국 영토의 장백산, 남쪽은 북한 영토의 백두산인데 중국에서는 장백산이라는 명칭만을 권장한다.

한국 문화, 중국 것 포장하거나 비하… 국내 소비자 뿔났다

이처럼 중국 역사물 곳곳에서는 특정 작품 할 것 없이 비슷한 패턴의 왜곡이 발견된다. 의식주에 관한 연출, 대사에 등장하는 지명 등을 보면 한국 문화·역사를 자국의 것으로 포장하거나 비하하는, 극단적인 모습이 보인다.

중국 국경 내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국사로 만들기 위해 진행한 연구 '동북공정'이 문화 분야에까지 확산되는 모양새다. 다만 이제는 한국 소비자도 이러한 왜곡을 지나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불매운동을 적극 개진한다.

지난달 4일 간행물윤리위원회는 역사왜곡 등으로 민원이 들어온 7건의 중국 웹소설에 대한 심의·결정 결과를 별도로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이합화타적백묘사존', '청룡도등' 등 작품 2건은 역사왜곡을 이유로 민원이 제기됐으며 심의 끝에 일부 권수가 유해간행물로 지정됐다.
일부 커뮤니티에서 원문 내용의 역사 왜곡을 꼬집은 작품들도 목록에 올랐다. '고려인들은 시끄럽고 규칙과 법도를 지키지 않는다' 등의 묘사로 문제를 제기했던 '동궁', 조선이 중국의 번속국(속국)으로 등장한 소설 '후궁덕비', 고려가 노비의 나라로 언급된 '비빈저직업' 등은 아예 출간이 회수됐다.

간행물윤리위원회 관계자는 "최근 중국의 역사왜곡을 이유로 유해물 지정을 요구하는 민원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일부 네티즌은 한국 번역본에는 삭제된 원본 내용의 역사 왜곡까지 문제삼아 유해물 지정을 요청하기도 하는데 우리는 번역본을 기준으로 심의하고 있어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 역시 마찬가지다. 고구려 배경의 드라마 '달이 뜨는 강'에서는 중국 본토의 간체자를 사용해 논란이 됐다. 고구려가 자국 역사라는 중국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장면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제작진 측은 이에 대해 사과했다.

tvN에서 올 하반기에 방영 예정인 드라마 '잠중화'는 중국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에서는 당이 시대 배경인 원작에서 삼계탕이 중국 전통음식인 것처럼 오해하게 하는 묘사가 등장해 논란이 됐다.

중국 자본으로 제작되는 작품들 역시 이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중국 연관 드라마 리스트가 돌아다녔고 해당 게시물에 "중국 관련 드라마를 보이콧하자"는 내용의 댓글이 달렸다.

이 리스트에 오른 tvN ‘간 떨어지는 동거’는 네이버웹툰 원작으로, 드라마 제작에 중국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아이치이(iQIYI)가 참여한다. 한국 배우가 출연하고 내용도 한국 원작이지만, 중국 자본이 투자됐으므로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 정부 방관 하에 이뤄져… "섣부른 대응 금물"

중국의 작품들이 문제가 된 것은 여러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의 해외 교류가 많아진 최근의 일이다. 중화사상이 주입된 작품들이 내부적으로 걸러지지 않고 중국 정부는 이를 방관하는 분위기다.

김원동 한중콘텐츠연구소 대표는 "중국 공산당 선전부가 마음만 먹으면 제작 단계부터 배포 직전까지 이중, 삼중의 심의를 거쳐 작품 내용을 거를 수도 있다"며 "한국의 역사왜곡 내용이 여과없이 방영되는 것을 보면 중국 내부적으로 (심의 상) 중요하게 다루는 내용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중 간 문화 원조 논란에서 중국 한 발 빠진 분위기다. 현재까지는 작가나 제작진 개별의 문제일뿐 중국 정부가 나서서 이에 대한 지침을 내린 적은 없다.

이찬우 창원대 중국학과 교수는 "중국 정부가 문화 공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만큼 우리 정부도 섣불리 대응해서는 안 된다"며 "민간 차원의 대응이나 학술적 연구 등이 선제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중화사상 주입하는 中 교과서… "한국은 도둑국"


중국이 한국 문화에 대해 노골적인 침범을 시작한 건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추진한 역사 연구 프로젝트 동북공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북공정은 중국이 추진한 동북쪽 변경지역의 역사와 현상에 관한 연구 사업이다. 중국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국 역사로 만들기 위해 진행됐으며 주로 고구려와 발해사에 대한 왜곡이 이뤄졌다.

동북공정은 공식적으로 종료됐으나 그 시각은 내부적으로 지속될 뿐만 아니라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의 국정 역사교과서(2017년 개정) 내용을 통해 이를 엿볼 수 있다.

교과서에는 △고조선 시기 만리장성의 위치를 평양까지 확대하고 △중국의 관구검이 고구려를 침범한 것을 가지고 중국의 영토를 한반도 중부까지 확대하는 등의 오류가 포함돼있다.

고구려 유민과 말갈 세력들이 건국한 발해에 대해서는 △당나라 주변의 소수민족이 건립한 정권으로 표현하고 △대조영은 속말부의 수령으로 서술하고 있다. △고려시대 정치제도가 중국 당의 제도를 모방했다거나 △청과 조선의 관계를 종주국-번속국의 종속관계로 기술한 부분도 있다.

최근에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 시절 격화된 미·중갈등으로 인해 6·25전쟁 부분이 많이 추가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6·25전쟁을 '중국이 미국에 대항해 한반도를 원조했다(항미원조)'고 설명하는 식이다. △전쟁 당시 연합군의 인천상륙 이후 북진을 북침으로 기술하기도 했다.
동북아역사재단 관계자는 "중국은 한국과의 정치, 경제, 문화교류를 의식해 지난 20여년간 한국과 마찰이 될 수 있는 부분들을 교과서에서 삭제했다"면서도 "삭제만 했을 뿐 문제가 될 용어나 사건들에 대해서는 애매모호한 단어나 문장으로 기술하고 사실상 자신들의 입장에 대해서는 바꾸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자료가 영어로 번역되면서 세계로 퍼져나간다는 것이다.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VANK)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미국 고교생들이 공부하는 AP(선이수학점제) 세계사 교과서 4권을 분석한 결과 30건의 오류가 발견됐다.

맥그로힐에듀케이션이 출판한 세계사(AP World History:Modern) 책에는 '1876년(강화도조약) 한국은 약해진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했다'는 표현이 등장한다.이전의 한국이 중국의 지배 하에 놓여있던 것으로 오인하게 한다. 비슷한 서술은 TPB출판이 만든 세계사 책에도 등장한다.

신라 시대에 대해서는 '당에 저항한 한국인들을 당이 지배했다', '당의 속국이었으며 668년에 당이 철수하면서 신라가 한국을 통일시켰다' 등의 서술이 나온다(맥그로힐에듀케이션). 삼국시대에 관한 서술은 전무했다.

바론스, 프린스턴리뷰 등의 책에는 몽골제국(Khan) 지도에 한반도가 포함돼있다.

중국사에 한국사가 포함된다는 식의 왜곡은 꽤 오래 전부터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옥스포드사에서 2000년에 발행한 고대세계(Ancient Worlds) 책 맨 앞 장에는 아예 한반도 전체가 고대 중국으로 표시돼있다.

김현종 반크 청년리더(글로벌청원팀)는 "2001년~2021년의 미국 세계사 교과서 30권을 분석해보니 80% 정도가 오류였다"며 "대부분의 한국사가 중국사처럼 오인되게 표현돼있어서, 오히려 국내 한국사 책이 가짜인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 리더는 "책에는 고구려, 삼국시대, 고려, 조선이 다 중국의 속국인것처럼 표현돼있는데, 이는 한국의 자료가 전혀 활용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한국 정부에서 인정한 공식 한국사 영어 자료가 없어서 생긴 일"이라고 분석했다.

최근에는 이런 움직임이 한국 인물, 문화에 대한 왜곡으로 이어지고 있다. 반크에 따르면 2018년 중국 바이두 백과사전에는 윤동주 시인의 국적이, 한국이 아닌 '중국'으로 표기돼있었다. 윤동주의 민족 또한 '조선족'이라고 잘못 소개했다. 뿐만 아니라 김구, 이봉창의 민족 역시 조선족으로 소개했다. 심지어 김소월의 국적은 '북조선', 민족은 '조선족'으로 기입했다.

반크는 이런 오기에 대해 수정 요구를 하고 홍보 포스터를 배포하는 등의 활동을 해왔다. 김 리더는 "이러한 사실이 중국 네티즌에게 알려지자 반크 SNS에 중국어로 '한국은 도둑국' 등의 악플이 달렸다"며 "한국 콘텐츠에 대한 위상이 높아질 수록 이런 움직임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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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지 기자 mj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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