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껍질 맛의 비결? 소금 아닌 설탕에 콕!

이혜운 기자 2021. 4. 9.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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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영화 ‘음식남녀’ 주인공 주사부는 일요일 점심마다 세 딸을 위해 집에서 베이징덕(北京烤鴨)을 만든다. 빈센트 웡 그랜드 하얏트 제주 중식 총괄 셰프에게도 오리 요리는 어린 시절 명절이나 특별한 기념일마다 어머니가 해주던 요리. 그는 미슐랭 1스타인 샹그릴라 홍콩 출신이다.

13세기 원나라에서 시작된 베이징덕은 중국의 대표적인 황실 요리다. 원래 난징(南京) 사람들이 즐겨 먹었으나, 명나라가 수도를 베이징으로 옮기면서 이름도 베이징덕이 됐다. 현재 조리법은 청나라 때 개발됐다. 미식가로 유명한 서태후가 즐겨 먹었다.

베이징덕은 생후 45일 된 오리를 도축, 공기를 주입해 지방과 피부층을 분리하고, 굽기 전 양념한 뒤 자연 바람에 하루 정도 건조한다. 까다로운 조리법 때문에 국내에서는 베이징덕을 하는 곳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엔 파는 식당도 많아지고, 집에서 에어프라이어에 간단히 돌려 썰어 먹을 수 있게 ‘투고(togo)’ 제품을 파는 식당들도 많아졌다. 유튜브에서도 ‘집에서 베이징덕 만들기' 등의 영상이 유행이다.

베이징덕은 껍질에 맛이 농축돼 있다. 제주 제주시 노형동 그랜드 하얏트 제주의 빈센트 웡 중식 총괄 셰프가 만든‘베이징덕’. 작은 사진은 사천식 탄탄면.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웡 셰프는 “베이징덕은 재료, 불, 시간이 중요하다”고 했다.

“생오리를 써야 맛있기 때문에 제주산 오리로 써요. 제주 오리는 다른 지역보다 더 달고 지방이 적어 건강에 더 좋습니다.”

그다음은 불. 직접 제작한 오븐에 대추나무 장작을 넣어 75분 동안 굽는다. 기름이 오리고기에 스며들면서, 대추나무 향이 입혀진다.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이렇게 완성된 베이징덕은 셰프가 테이블로 직접 가져와 먹기 좋게 저며준다. 이걸 ‘카빙’이라고 한다. 웡 셰프가 추천하는 방법은 이 한 점을 먼저 설탕에 찍어 먹는 것. 바삭하고 달콤하고 짭짤한 맛이 제대로 된 ‘단짠’이다. 껍질과 살코기 사이에서 육즙이 팍 하고 튄다.

그다음에는 오리고기를 오이채, 대파채, 다진 마늘, 그리고 춘장과 설탕으로 만든 특제 소스와 함께 전병에 말아서 먹는다.

이렇게 먹고 남은 살코기와 뼈는 두부, 배추 등을 넣어 탕이나 볶음으로 만들어 먹기도 하지만, 웡 셰프의 추천은 매콤한 사천식 탄탄면이다.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오리고기로 볶음밥을 만들어 먹기도 하지만, 이건 한국에서 유행하는 방식이에요. 식사로 매콤한 탄탄면을 먹어보세요. 느끼한 입안이 깔끔하게 정리될 거예요.”

웡 셰프의 베이징덕 만들기를 집에서 흉내 낼 수는 없다. 그러나 베이징덕의 중국 말은 ‘베이징 카오야', 구운 북경 요리다. 웡 셰프가 집에서 맛있게 오리를 구워 베이징덕과 비슷하게 먹는 법을 알려줬다.

ㆍ집에서 오리를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에 구울 땐 소금과 후추만으로 간을 하세요.

ㆍ살코기는 너무 익히면 금방 질겨져요. 육즙을 촉촉하게 가둔다는 생각으로 불과 시간을 조절하세요.

ㆍ껍질 부분은 바삭하게 구워 설탕에 찍어먹고, 살코기는 샬롯(미니양파), 오이채, 부추, 대파채를 곁들여 밀전병에 싸먹으세요. 시중에 파는 토르티야를 사용해도 괜찮아요.

ㆍ소스는 다진 마늘과 춘장 소스. 다진 마늘 소스에는 물만 넣어 농도를 조절해요. 춘장 소스는 춘장에 설탕을 넣어 단맛을 조절하세요. 토르티야에 싸기 전에 춘장 소스를 한 번 바른 후 고기를 올리면 더 맛있어요.

ㆍ구운 오리고기를 먹을 땐 레드와인이나 중국 백주를 곁들여 보세요. 달콤한 오리고기의 풍미를 더욱 느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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