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비즈니스'로 소매업 혁신 이끈다 [이형석의 미러링과 모델링]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KB국민은행 경영자문역 2021. 4. 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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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기술 활용한 디지털 전환은 선택 아닌 필수..'위드 코로나 시대' 소매업 필승 전략

(시사저널=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KB국민은행 경영자문역)

강인한 근육질의 트레이너가 피트니스 스튜디오에서 러닝머신을 타고 있다. 이 라이브 영상은 전국 구독자 가정에 32인치 터치스크린을 통해 스트리밍되고, 사운드바에서 흘러나오는 리듬에 맞춰 구독자들도 함께 뛴다. 나아가 구독자들끼리 서로 얼마나 오래 뛰는지 경쟁을 하고, 대화도 할 수 있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펠로톤(Pelo ton)의 비즈니스 모델 얘기다. 여기까지만 보면 펠로톤은 미디어 기업, 즉 구독 서비스 업체다. 하지만 기업 소개를 보면 '운동장비 및 미디어 기업'으로 소개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목적사업으로 크게 두 가지 모델이 있는데 구독 서비스보다 우선하는 사업이 바로 운동장비 소매업인 것이다.

펠로톤이 판매하는 소매상품은 크게 세 가지다. 앞에서 언급한 러닝머신(Treadmills)은 2495달러, 고정식 자전거는 1895달러에 판매하고, 스파이크 운동화(cleats)도 함께 판다. 자체 개발한 러닝머신은 소모된 칼로리를 계산해 주고 운동 중 흘린 땀을 분석해 건강상태도 체크해 준다. 결론적으로 펠로톤은 미디어 구독 서비스로 고객을 견인하고, 주된 수익은 장비 판매를 통해 얻는 것이다.

요가복으로 유명한 룰루레몬도 지난해 5월 피트니스 브랜드 '미러(mirror)'를 5억 달러에 인수했다. 미러는 고급 카메라 기술과 기계학습으로 구동되는 대화형 스마트 체육관이다. 최적화 알고리즘을 통해 최소 운동시간으로 최대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목표와 선호도에 맞춰 실시간 피드백을 해 주는 것이 펠로톤과의 차별화 전략이다. 월 구독료는 가구당 39달러. 이미 예상했겠지만 룰루레몬 역시 미러를 인수한 배경이 바로 요가복과 레깅스 소매를 견인하기 위함이었다.

업종 파괴가 계속되면서 소매업에서도 IT 기술을 접목한 하이브리드 비즈니스 모델이 각광받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피트니스 스타트업 비스트플래닛 모습ⓒ시사저널 최준필

소매업과 IT 기술의 '콜라보'

지난해 9월에는 애플이 월 구독료 10달러의 '피트니스플러스'를 론칭했는데, 애플 디바이스와 애플워치 등의 판매로 연결하기 위함이다. 향후에는 애플워치를 통해 수집된 구독자 건강정보를 IoT(사물인터넷)로 연결해 헬스케어 서비스로 확장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이처럼 소매업이 서비스업과 통합한 새로운 하이브리드형 비즈니스 모델로 '위드 코로나 시대'를 이끌고 있다. 전자상거래를 위한 비디오 플러그인(Plug-In) 서비스 콜리스트(Call list)가 소매업 혁신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모델이다. 뉴욕에 본사를 둔 이 스타트업은 여러 고객과의 실시간 화상통화를 통해 고객 경험을 공유하고,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음성대화 플랫폼 '클럽하우스'와 화상통화 소프트웨어 '줌(Zoom)'을 결합한 모델로 보면 된다. 모바일 앱(App)을 다운받지 않고 데스크톱만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해 고객의 접근성을 높였다.

콜리스트와 유사한 소매업 지원 스타트업으로 리메쉬(Remesh)가 있다. 이 플랫폼은 AI와 NLP(자연어 처리) 기술을 적용해 최고 1000명의 고객과 동시에 대화가 가능하다. NLP는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이용자의 의도를 컴퓨터가 파악해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활용되는 신경언어 프로그램이다. 이는 고객과의 디지털 스킨십을 늘려 물리적 경험을 얻고자 하는 시도다.

반품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지그재그(Zigzag)는 소매업을 지원하는 사스(Saas) 기반 스타트업이다. 모든 소매업, 특히 온라인 쇼핑몰은 반품 문제에 대한 솔루션이 마땅치 않다. 지그재그는 바로 이 같은 맹점을 파고들어 소매점들의 반품 관리만을 대신해 준다. 고객이 반품을 요구하면 회수해 주고 환불 처리, 재고 정리, 수선, 재판매, 파기 등 모든 문제를 대행하기 때문에 소매업체들은 반품으로 인한 리드타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여기에다 반품 처리 과정에서 얻은 고객 경험을 축적해 고객사에 제공함으로써 혁신을 돕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과 입지 기반 소매업이 결합한 BOPIS(Buy Online Pickup In Store) 모델도 눈길을 끈다. BOPIS는 온라인쇼핑 고객이 배달 후 분실, 배송지 변경, 배송료 부담 등의 이유로 온라인 주문 상품을 매장에서 직접 픽업하는 서비스다. 미국의 최대 가전 소매업체인 베스트바이는 고객이 BOPIS를 선택하는 비율이 40%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소매업체는 BOPIS 서비스를 통해 온라인(click) 및 픽업매장(collect)의 고객 경험을 얻어 상품 개발은 물론 빠르고 안전한 쇼핑 방법을 제공하는 데 필요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인구 감소에도 소매업 영향은 미미" 전망

특히 의류의 경우 사이즈나 색감 등 반품 요인뿐 아니라 배달 중 도난과 같은 사고를 줄일 수 있어 라스트마일 배송 수단으로 선호하는 추세다. 실제로 미국 소비자의 68%는 BOPIS를 선호하며, 배송일이 휴일인 경우 40%가 BOPIS를 선택했다. 이러한 소매업체들의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미국의 택배업체 UPS는 물류 기술업체 허브박스(HubBox)의 click&collect 솔루션을 채용해 소매 고객사와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였다.

소매업 사업자들에게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다. 좋은 소식은 인구가 줄어드는 대한민국에서도 소매업은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쁜 소식은 하루가 다르게 소매 방식의 변신을 시도해야 한다는 점이다. 변덕스러운 소비자들과 동행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혁신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제 소매점도 단순히 물건을 파는 수준을 넘어 고객의 불편(pain point)과 고객 경험을 확인하고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이를 위해 전통적인 소매점에 차세대 기술을 융합한 이른바 '디지털 전환'이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시점이다. 앞으로는 사물과 사람에 대한 일상적인 경험과 정보를 캡처하고 저장하고 묘사하는 기술, 이른바 라이프로깅(Lifelogging)을 통해 가상세계인 메타버스(Metaverse)에서 소매하는 시대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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