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교복 입고' '잠깐 짬 내'.. 모두 소중한 한 표 행사 [4·7 재보선]

이종민 2021. 4. 8. 06: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열기 뜨거웠던 전국 투표 현장
출근길 시민 "이렇게 많을 줄은.."
시간 지나자 주부·자영업자 늘어
자가격리 5400여명도 한표 행사
투표소 곳곳에서 소란행위 적발
서울·부산경찰청 '을호' 비상령
투·개표소에 1만6690여명 배치
개표 작업 분주 7일 서울 종로구 경기상고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개표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시민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최대한의 방법이 투표잖아요.”

7일 오전 5시50분 서울 서초구 반포1동주민센터 앞. 투표 시작 시간(오전 6시)까지 10분이 남아 주민센터 문은 닫혀 있었지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10여명은 이미 주민센터 앞에 줄을 서 있었다. 출근을 해야 해 일찍 일어나서 왔다는 신위정(49)씨는 “시민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나왔다”고 전했다. 주민센터의 문이 열리자 차례로 투표소에 입장한 이들은 안내원의 지시에 따라 체온을 재고 손 소독을 한 뒤 위생 장갑을 끼고 투표권을 행사했다.

이날 재·보궐선거가 진행된 서울과 부산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투표소를 찾는 시민의 발길이 이어졌다. 투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 등을 지키며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크고 작은 사건사고도 잇따랐다.
2021 재·보궐선거 투표일인 7일 저녁 서울 강남구 단국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대치1동 제1투표소를 찾은 시민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투표 시작 전부터 투표소 앞 긴 줄
이번 선거일은 공휴일로 지정되지 않아 이른 아침부터 투표소를 찾는 이가 많았다. 오전 6시30분쯤 서초구 반포1동 제6투표소가 있는 원촌초등학교 앞에는 시민 60여명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박모(45)씨는 “출근길에 들렀는데 이른 아침인데도 사람이 많아 놀랐다”며 “대선을 앞두고 치러지는 선거라 유권자들이 의사를 확실하게 표현할 기회로 여긴 것 같다”고 말했다. 송파구 가락1동 제3투표소에도 투표 시작 전부터 20여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직장인 A씨는 “서울이 더 좋게 바뀌길 바라는 마음으로 투표하러 나왔다”고 전했다.
'2021 서울특별시장 보궐 선거' 개표가 진행되고 있는 경기상업고등학교 체육관에서 개표 참관인들이 투표함을 살펴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시간이 지나자 학생과 주부, 자영업자 등 다양한 계층의 유권자들이 속속 투표소를 찾았다. 특히 지난해부터 만 18세 이상 청소년도 투표권이 부여되면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투표소를 찾은 모습도 눈에 띄었다. 부산 연제구에 사는 40대 주부 B씨는 “오전에 집안 정리를 해놓고 잠깐 짬을 내 투표하러 왔다”며 “경기 불황과 코로나19로 살림살이가 팍팍해져 잘 살 수 있도록 해줄 만한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자가격리 중인 5400여명도 한 표를 행사했다. 이들은 임시외출을 통해 일반 유권자 투표소 입장 시한인 이날 오후 8시 이후 한 표를 행사했다. 선거구별로는 서울 3724명(지역 자가격리자의 21.87%), 부산 1621명(20.03%)이다.
부산경찰청이 보궐선거일인 7일 오전 부산 한 투표소에서 술에 취한 40대 남성이 출입문 유리를 파손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부산경찰청 제공.
◆투표소 소란 등 각종 사건사고도

투표소 안팎에서 사건사고도 이어졌다. 부산 사상구에서는 술에 취한 40대 남성이 투표소가 있는 건물 1층 출입문 유리를 파손해 재물손괴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이 남성은 “취직이 안 된다”며 소란을 피운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에서는 이 외에도 투표소 소란행위 20여건이 더 접수됐다. 오전 7시50분쯤 강서구의 한 투표소에서는 70대 남성이 “투표소 안내도 제대로 안 하고 시설도 엉망”이라고 주장하며 난동을 부렸다. 이밖에 기장군의 한 투표소에서는 50대 남성이 기표소 내에서 투표용지를 촬영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서울에서는 마포구 아현동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함에 부착된 특수 봉인지를 떼어낸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봉인지가 제대로 부착돼 있는지 확인하려다 떼어낸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온라인 커뮤니티에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를 암살하겠다는 글이 올라와 용산경찰서가 수사에 나섰다.
4·7 재보궐 선거일인 7일 저녁 서울 종로구의 한 투표소에 별도로 마련된 코로나19 자가격리자 임시 기표소에서 자가격리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오전 한때 쌀쌀해진 날씨 때문에 체온계가 먹통이 되는 일도 있었다. 서울 노원구 중계1동과 가락1동의 투표소 등에서는 체온계가 작동하지 않아 투표 사무원이 부랴부랴 전기난로와 핫팩을 이용해 정상화시킨 뒤 발열 체크를 했다.

한편 경찰청은 이날 서울경찰청과 부산경찰청에 ‘을호’ 비상령을 내렸다. 을호 비상은 대규모 집단사태나 테러·재난 등이 발생해 치안 질서가 혼란해졌거나 그럴 징후가 예견될 때 발령되는 경계등급이다. 서울과 부산 등 투표 지역의 경비·안전 유지를 위해 동원된 경력은 총 1만6696명으로, 투표소 3459곳에 6918명, 투표함 회송에 7028명, 개표소 55곳에 2750명이 배치됐다. 투표함을 투표소로부터 개표소로 옮기는 과정에는 권총·전기충격기 등을 휴대한 무장 경찰관이 노선별로 2명 배치됐다.

이종민·김병관·이정한·조희연 기자,부산=오성택 기자 jngmn@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