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vs 애플, 120조 웨어러블 시장에서도 '격돌'
[편집자주]소니 워크맨 등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로 언제 어디서든 음악을 즐기는 모습이 젊음을 상징하던 시절이 있었다. 정보기술(IT)이 급격한 발전을 이루고 있는 21세기에도 표현 방식은 조금 달라졌을지언정 그 모습은 더욱 다양한 형태로 이어져 오고 있다. 그 중심엔 휴대용 IT기기 분야에 혁신을 몰고 온 스마트폰이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성장세가 점차 둔화되면서 IT기업도 다방면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폴더블·롤러블 등과 같은 폼팩터 혁신뿐 아니라 스마트폰 기반으로 생태계를 이루는 이어폰과 워치 등 각종 기기의 영역 확장도 이뤄지고 있다. 웨어러블(Wearable·입을 수 있는) 기기 시장에 본격적인 봄이 찾아왔다. 동시에 2024년 120조원으로 성장할 것이라 예상되는 전 세계 웨어러블 시장에서 스마트폰 양대 기업인 삼성과 애플의 자존심 걸린 맞대결도 본격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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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전 세계 웨어러블 기기 시장은 기지개를 켰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마다 조사 결과는 조금씩 다르지만 높은 성장률을 보였음은 공통된 의견이다. 가트너는 지난해 4억5070만대가 출하돼 690억달러(약 78조원) 규모 시장을 형성한 것으로 관측했다. 전년보다 출하량은 43.6%, 매출은 49.3% 증가한 수치다.
인터내셔널데이터코퍼레이션(IDC) 조사에선 전년 대비 28.4% 늘어난 4억4468만대가 출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의 경우 전년보다 출하량이 37.2% 늘어나 최초로 5억대를 돌파(5억2700만대)했다고 발표했다.
국내 웨어러블 기기 시장 성장세도 글로벌 못지않았다. IDC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시장 출하량은 1277만대로 전년보다 50.7%나 상승했다. 올해는 이보다 낮은 5.1%의 성장률로 1342만대가 출하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혜림 한국IDC 웨어러블 담당 책임연구원은 “글로벌과 국내 모두 코로나19 대유행 장기화가 웨어러블 기기 시장의 핵심적인 성장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난해 위드(with) 코로나 상황에서 홈스쿨링과 재택근무나 하이브리드 모델 채택이 증가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게이밍을 포함한 홈엔터테인먼트도 확산됐고 제한된 공간 내 개인 생활 영위를 위한 이어웨어(ear-wear·귀 착용품)는 꼭 필요한 제품으로 부상했다”며 “전염병으로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면서 스마트워치와 손목밴드 수요를 촉진시키는 결과로도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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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손목 착용형 기기에서 귀 착용형 기기로 웨어러블 시장의 주도권이 넘어간 것은 애플이 콩나물로 불리는 ‘에어팟’을 내면서부터다. SA에 따르면 2020년 전체 웨어러블 시장에서 귀 착용형 기기의 비중은 62%였고 손목 착용형 기기는 36%의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블루투스 무선이어폰의 경우 애플은 ‘아이폰7’,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10’부터 스마트폰에 이어폰 단자를 없애면서 확산이 가속화됐다.
무선이어폰에 주연을 뺏겼던 스마트워치도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재부상하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보건의료 용도로 가장 각광받는 IT기기가 됐다. 최근 스마트워치는 어중간했던 초기 모습에서 벗어나 혈압·수면·심전도(ECG)·산소포화도 등 각종 헬스케어 기능으로 무장하고 있다. 이에 스마트워치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와 애플의 격돌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피트니스·헬스케어 기능을 강화하면서 가격과 성능을 모두 잡은 ‘갤럭시워치3’를 선보이며 회전 베젤 조작의 매력을 이어갔다. 애플은 보급형 ‘애플워치SE’로 진입장벽을 낮추면서 아이폰 없는 가족 구성원도 가족의 아이폰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가족 설정’ 기능을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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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C에 따르면 출하량 기준으로 지난해 웨어러블 기기 시장 점유율 1위는 애플(34.1%)이다. 전년보다 출하량이 35.9% 늘었다. 미국 제재로 화웨이가 하락세를 타면서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중국 샤오미(11.4%)가 2위에 올랐다. 샤오미는 IoT 및 라이프스타일 제품군에 ‘스마트폰×AIoT’ 전략을 앞세우면서 21.7%의 출하량 증가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9% 점유율로 화웨이(9.8%)에 근소한 차이로 뒤지며 4위를 기록했다. 출하량이 전년 대비 27.3% 증가하면서 애플 다음의 성장세를 보였다. 5위는 구글이 인수한 핏비트(Fitbit)가 차지했으나 전년보다 출하량이 18.8% 감소하면서 2.9%의 점유율에 그쳤다.
화웨이의 하락세를 고려하면 앞으로 웨어러블 시장은 ‘삼성전자-애플-샤오미’ 간 3파전이 될 전망이다. 스마트폰 시장 흐름까지 고려하면 결국 다시 삼성과 애플의 진검승부다.
김혜림 한국IDC 책임은 “웨어러블 분야 선도업체 다수는 스마트폰 선도업체이기도 하다”며 “특히 스마트워치의 경우 각종 기능 사용에 스마트폰이 허브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상관도가 높다”고 말했다.
웨어러블 시장이 커지면서 경쟁 제품도 다변화될 전망이다. 위치관리 액세서리의 경우 삼성전자가 올 초 블루투스 기반으로 ‘갤럭시 스마트태그’를 내놓았다. 애플은 그동안 출시가 미뤄졌던 ‘애플태그’를 보다 정확한 위치 추적을 할 수 있는 UWB(초광대역통신) 기반으로 4월에 선보일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에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 스마트태그 UWB 버전을 연내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트너는 전 세계 웨어러블 기기 시장이 2024년에는 총 9억3150만대의 출하량을 기록하며 1091억7400만달러(약 123조6000억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급성장세를 타는 지금부터가 승부의 분수령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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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동현 기자 dh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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