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박또박 새긴 5·18 항쟁의 글씨 41년만에 '박용준체'로 부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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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년 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고립된 광주시민들은 침묵하거나 왜곡하는 기존 언론 대신 직접 <투사회보> 라는 민중언론을 만들었다. 투사회보>
광주 시민단체들은 5·18 41주년을 맞아 박 열사의 글씨체를 되살리기로 했다.
광주와이더블유시에이, 들불열사기념사업회, 지역공공정책플랫폼 광주로는 "5·18 41주년을 맞아 박용준체 제작을 위해 시민 모금을 시작한다"고 6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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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년 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고립된 광주시민들은 침묵하거나 왜곡하는 기존 언론 대신 직접 <투사회보>라는 민중언론을 만들었다. 16절지 크기였던 <투사회보>는 시민들에게 참상을 알리고, 항쟁 참여를 독려하는 진실의 창 구실을 했다. <투사회보>에 실린 활자들은 모두 한자한자 또박또박 손글씨로 쓴 것이었다.
프린터도, 복사기도 구할 수 없었던 시절, 등사지에 철필로 글자를 새겨 내려간 사람은 박용준(1956~1980) 열사였다.
고아였던 박 열사는 구두닦이와 신문팔이로 학비를 벌어 야간고등학교를 마쳤다. 그 뒤 광주 신협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들불야학에 참여했다. 들불야학 강학생 시절 그는 교재나 나무도장, 간판 제작을 도맡을 만큼 글씨를 잘 썼다고 한다.
1980년 5월 5·18이 일어나자 박 열사는 들불야학 동료들과 항쟁에 참여했다. 5월21일부터는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열사 등과 <투사회보> 제작에 나섰다. 윤 열사가 초안을 쓰면 박 열사는 등사지에 새겼다.
10호까지 발행했던 <투사회보>는 각호마다 1만~3만장을 만들었는데, 박 열사 등은 등사지가 닳아버리는 탓에 같은 내용을 20여 차례씩 되풀이해 써야 했다. 박 열사는 1980년 5월27일 <투사회보>를 제작했던 와이더블유시에이(YWCA) 건물을 지키다 계엄군의 총탄에 맞아 숨졌다. 박 열사와 <투사회보>를 함께 만들었던 전용호 소설가는 “보육원에서 살았던 박 열사는 고등학생 때 독립한 뒤 생계를 위해 여러 직업을 전전했다. 인쇄소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 글씨를 반듯하게 썼고 자연스레 투사회보 필경 작업을 맡았다”고 회상했다.
광주 시민단체들은 5·18 41주년을 맞아 박 열사의 글씨체를 되살리기로 했다. 광주와이더블유시에이, 들불열사기념사업회, 지역공공정책플랫폼 광주로는 “5·18 41주년을 맞아 박용준체 제작을 위해 시민 모금을 시작한다”고 6일 밝혔다. 정성국 광주로 이사장은 “전국민이 5·18에 대해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박용준 글꼴을 개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단체들은 다음달 5·18 기념주간에 맞춰 박용준체를 무료 배포할 계획이다. 다음달 27일 출간하는 <청년들의 5·18 이야기> 책에도 이 글꼴을 활용할 참이다. 이 책에는 5·18을 경험하지 못한 20~30대 10명의 5·18 단상이 담긴다. 단체들은 지방자치단체들과도 연계해 5·18 사적지 안내문이나 소개글에 이 글꼴이 쓰일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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