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무대를 뛰쳐나온 여주..뮤지컬 '그레이트 코멧'

양은하 기자 2021. 4. 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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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년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무도회장.

전쟁에 참전한 약혼자를 두고 젊은 군인의 유혹에 단번에 넘어간 나타샤가 괴로움에 몸부림치다 나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나에게 당도한 그녀가 나를 지나, 그대로 객석을 돌아 다시 무대로 내려간다.

조금 전까지 무대 위에서 노래하던 배우가 내 옆을 지나고 뒤에서 갑자기 툭 튀어 나온 배우는 코앞에서 연주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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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과 무대 경계 허문 관객 참여형 뮤지컬
5월30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그레이트 코멧'(쇼노트)© 뉴스1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1812년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무도회장. 전쟁에 참전한 약혼자를 두고 젊은 군인의 유혹에 단번에 넘어간 나타샤가 괴로움에 몸부림치다 나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흰색 드레스 치맛자락을 붙잡고 계단을 성큼성큼 오르는 나타샤의 큰 눈에는 금세라도 쏟아질 듯한 눈물이 그득하다. 쿵, 쿵, 쿵, 쿵. 나에게 당도한 그녀가 나를 지나, 그대로 객석을 돌아 다시 무대로 내려간다. 달달한 향이 주변을 맴돈다.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은 이렇게 객석과 무대의 경계를 허물었다. 배우들은 어디에나 있었다. 조금 전까지 무대 위에서 노래하던 배우가 내 옆을 지나고 뒤에서 갑자기 툭 튀어 나온 배우는 코앞에서 연주를 시작한다. 때로는 배우의 옆모습만, 심지어 어떤 장면에선 뒤통수만 보이지만 그래도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관객이 앉은 좌석이 바로 무대기 때문이다.

현실감을 높이는 데는 평범하지 않은 무대도 한몫한다. 도넛 모양의 7개 곡선 무대를 겹쳐서 여러 갈래의 길처럼 이었다. 높이도 제각기 달라 높은 무대에서 낮은 무대로, 또다시 객석 통로로 오르는 길까지 더하면 공연장 전체가 무대인 셈이다. 무대 전환 없이도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지난 3월20일 라이선스 초연으로 개막한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는 소문대로 색달랐다. 관객이 공연에 직접 참여하는 '이머시브 시어터'(immersive theater) 작품이고 무대 구조가 독특하다는 것 외에도 배우들이 직접 악기를 연주하는 '액터 뮤지션 뮤지컬'이자 대사 없이 노래로만 진행되는 성스루(sung-through) 뮤지컬이라는 특징을 두루 지녔다.

수십 명의 배우들은 객석 곳곳에 흩어져서 바이올린, 기타, 아코디언, 클라리넷을 연주하고 춤을 추며 관객들을 극 안으로 끌어들인다. 코로나19 탓에, 배우와 직접 대화까지 했다는 원작만큼 공연에 스며들지는 못해도 충분히 이색적인 경험이다.

극을 이끌어가는 피에로 역의 홍광호와 케이윌은 피아노와 아코디언을, 나탸사를 유혹하는 나쁜남자 '아나톨' 역의 이충주와 박강현, 고은성은 바이올린 연주를 직접 선보인다.

여기에 팝, 일렉트로닉, 클래식, 록, 힙합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27곡의 뮤지컬 넘버들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톨스토이의 대작 소설 '전쟁과 평화'의 제2권 5장 부분을 압축해 19세기 러시아를 배경으로 부유한 귀족들의 고뇌와 사랑을 노래하지만 심심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이같은 연출 때문이리라.

원작자 데이브 말로는 모스크바를 여행하는 도중 들렀던 한 레스토랑에서 뮤지션들이 자유롭게 공간을 오가며 연주하고, 손님들과 함께 먹고 마시고 호흡하는 것을 보고 격식을 차린 귀족들의 디너 파티가 아닌 모두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소란스러운 바 형식의 공연을 구상했다고 한다.

다만 아무리 일부분을 가져왔다지만 '전쟁과 평화'가 등장인물만 559명에 이르는 방대한 양인 데다 전쟁 상황에 대한 인물의 심리 묘사가 핵심인 소설인데 관객이 주요 인물들의 서사와 심리 변화를 따라가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부유한 귀족이지만 삶에 대한 회의로 방황하는 남자 피에르와 약혼자를 그리워하는 순수한 스무 살 여인이지만 유부남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괴로워하는 나타샤(정은지·이해나 분), 아내가 있지만 나타샤를 유혹하는데 전혀 거리낌이 없는 유부남 아나톨의 이야기에 공감하기엔 각자의 고뇌가 덜 그려진 부분이 있다. 여기에 대사까지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줄거리 숙지는 필수다. 공연은 5월30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이어진다.

yeh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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