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 전염시킬까봐.." 75살 이상 일반인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김지훈 2021. 4. 1.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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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세계 대유행]75살 이상 고령층 코로나19 백신 접종 현장
"가시로 찌르는 것보다 못하다"
주민센터 찾아와 백신 접종 문의도
만 75살 이상(1946년 12월 31일 이전 출생자) 대상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시작된 1일 오전 서울 중랑문화체육관에서 한 시민이 화이자 백신을 맞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1일 오전 서울시 송파구 체육문화회관에 마련된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센터. 따뜻한 봄 날씨 속에서 아침부터 발걸음을 재촉한 노인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이날부터 만 75살 이상 고령자(1946년 12월 31일 이전 출생자) 350만9천여명을 대상으로 시작된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을 하기 위해서 찾아온 이들이다. 오전 9시인 접종 시작 시간 보다 30분 일찍 온 고령자 11명이 발열 체크를 마친 뒤 대기실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보호자와 함께 오거나, 휠체어를 타고 온 사람도 눈에 띄었다. 센터 앞에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구급차와 경찰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접종 시작 5분 전이 되자, 접종 대상자들은 예진표를 작성하고, 직원들의 부축을 받아 예진실로 이동했다. 혼자 움직이기 어렵거나 예진표 작성 등에 어려움 겪는 고령자들은 행정도우미들이 일대일로 붙어서 전 과정을 도왔다. 모두 6개가 마련된 예진실에서 의사들이 접종자들에게 접종 뒤 주의 사항 등을 알려줬다.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설명이어선지 소리 지르듯 큰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했다. 접종실에선 간호사들이 바로 옆 냉동고에서 해동과 소분을 마친 화이자 백신을 꺼내와 접종 준비를 완료했다. 영하 75도 안팎에서 보관해야 하는 화이자 백신은 이날 오전 접종을 위해 전날부터 해동한 것이다.

첫 번째 접종자인 거여동 거주자 박양성(84)씨가 오른팔을 내밀자, 간호사는 “긴장하지 마시고 팔에 힘을 빼주세요. 팔을 늘어뜨려 주시면 됩니다”라고 안심시킨 뒤 백신을 접종했다. 접종을 마친 이들은 접종등록실에서 접종 사실을 전산에 등록한 뒤 접종확인서를 받아서 나왔다. 확인서에는 3주 뒤인 재접종 날짜도 적혀 있었다. 이후 이상반응 관찰구역에서 30분으로 맞춰진 타이머 알람시계를 받아 대기한 뒤에 귀가했다.

귀가한 뒤에도 안내 문자 메시지를 발송해 이상반응 여부를 확인한다. 한 접종자는 접종 뒤 대기를 하다가 “몸이 좋지 않다”며 손을 들어 집중관찰실로 옮겼지만, 곧 이상없는 것으로 확인돼 귀가했다. 강미애 송파구 보건소 건강기획팀장은 “가족이 없으신 분들은 동주민센터에서 통반장이 이상반응을 확인하는 안부 전화를 하고, 안 받으면 집으로 직접 찾아가도록 철저히 대비했다”고 말했다.

만 75살 이상(1946년 12월 31일 이전 출생자) 대상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시작된 1일 오전 서울 중랑문화체육관에서 시민들이 화이자 백신을 맞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평소 관내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많이 한다는 첫 접종자 박양성씨는 “당뇨와 고혈압이 있지만, 오늘 컨디션이 좋다. 어제 긴장해서 대여섯 시간 정도만 잤다”며 “(백신 두고) 말이 많아서 염려했다. 자꾸 시끄러우니까. 화이자 백신 안전하다고 해서 더 안심된다. 아내도 오전 10시에 맞으러 온다”고 말했다.

두 번째 접종자인 거여2동 거주자 서정옥(86)씨는 접종 뒤 “멀쩡하다. 가시로 찌르는 것 보다 못하다”고 말했다. 이어 “고혈압에 당뇨와 고지혈증이 있고, 허리도 아프다. 전날부터 열이 나서 오늘 아침에 혈압약에 해열제도 먹고 왔다”며 “그래도 손자, 손녀, 자식들에게 전염시킬까봐 접종했다. 경로당에선 백신 위험해서 안 맞는다는 사람도 있는데, 화이자 백신이라고 해서 맞았다”고 말했다. 박성수 송파구청장은 “어르신들의 이동 편의를 위해서 버스 4대를 준비했고, 돌발상황에 대비해 안전요원도 버스마다 한 명씩 배치했다”며 “거여2동에 사는 어르신 가운데 80% 정도가 접종에 동의했는데, 아직 연락 안 된 분들도 있어서 앞으로 동의율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만 75살 이상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이 시작된 1일 오전 경기도 안양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에서 접종 대상 시민들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이날 오전에는 접종 대상이 아닌 고령층들이 주민센터에 와서 백신 접종에 관해 문의하기도 했다. 서울 은평구의 한 주민센터에는 이날 오전 9시 문을 열자마자 접종 대상 고령층 10여명이 찾아와 백신 접종에 대해 문의했다. 이들은 “뉴스를 보니 오늘부터 백신을 맞는다는데 우리는 언제 어디서 백신을 맞느냐”, “지금 어디로 가서 맞으면 되느냐”고 물었다. 비슷한 내용의 문의전화도 이어졌다. 한 70대 접종대상자는 뒤늦게 접종 동의서를 작성하러 와서 “오늘 바로 맞을 수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주민센터 쪽에서는 “접종 일정을 정해서 개별 통보를 한다”, “4월 둘째 주부터 순차적으로 접종 일정 문자 메시지가 갈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4월에 모두 맞는 거로 아는데 왜 말을 바꾸느냐”고 항의하는 이도 있었다.

김지훈 김혜윤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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