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급등에 집단 반발.. 이의신청 건수 역대 최고 기록할 듯
"부동산 안정화 정책의 일환으로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를 강조·추진하지만 작금의 상황은 평범한 입주민들을 투기 세력으로 간주해 징벌성 세금폭탄을 부과하려고 의도하는 것이 아니고서는 상식선에서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공시지가의 하향조정을 요구합니다."
정부가 올해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을 크게 올리면서 집단 반발 움직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3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 래미안길음센터피스 입주자대표회의는 최근 국토교통부에 이같은 공문을 보냈다.
이 단지 입주자대표회의는 "공시 가격은 보유세와 건강보험료, 주택연금 기준 등과 연동돼 가계경제에 가장 민감하게 영향을 준다"면서 "당 아파트 공시가격 상승률은 35%를 넘어, 보통 서울시민인 입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했다.
이 단지 뿐만이 아니다. 서울의 아파트 단지 곳곳에서 공시가격 인상에 반발하는 모습이 감지된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과 상일동 고덕아르테온 등 고덕 일대 5개 단지는 입주자대표회의 연합회를 꾸려 공시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회는 "평범한 주민들을 투기 세력으로 간주해 세금 폭탄을 부과하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이렇게 각지에서 반발이 커지는 것은 올해 공시가격 상승률이 예년보다 상당히 높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국 평균 19.08% 오른다. 이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22.7%) 이후 14년 만 최대치다. 세종은 작년 대비 무려 70.68% 급등한다. 서울은 19.91%, 경기는 23.96%, 대전은 20.57% 오른다.
공시가격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오른 만큼 세종에서도 역시 반발이 크다. 전용면적 146㎡ 공시가격이 올해 81.2% 상승한 세종시 새뜸마을1단지 메이저시티푸르지오에는 연대 서명부가 붙었다. 이 단지 입주자대표회의는 "공시가격이 전년 대비 과도하게 산정돼 연대 서명을 첨부해 국토부에 이의신청하겠다"고 공지했다. 새뜸마을9·12단지, 호려울마을 7단지, 수루배마을 3단지 등 세종 전역에서 공시가격 급등에 따른 집단 반발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 하남에서도 하남감일스윗시티1단지에서도 "공공 임대단지의 공시지가를 올리는 것은 보증금 인상, 임대료 인상과 연결돼 서민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면서 "현 정부 부동산 실패 정책에 오점을 더해 모든 국민을 사지에 모는 것"이라는 반발이 나왔다.
이에 따라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이의신청 건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의신청 건수는 2018년 1290건에서 2019년 2만8735건, 2020년 3만7410건으로 최근 3년 새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 공시가격이 작년보다 더 큰 폭으로 급등한 만큼, 이의신청 건수도 작년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최다였던 2007년(5만6355건)보다 많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여야 서울시장 후보도 공시가격과 관련한 공약을 서로 내걸고 나섰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난 26일 ‘공시지가 인상률을 10% 이하로 조정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자 이튿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작년에 오른 것에 10%가 또 더해지면 얼마나 커지겠냐"면서 "공시가격을 동결시키겠다. 정부의 실책으로 인해 시민들의 지갑에서 세금이 나가는 걸 용서하지 않겠다"고 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시가격을 이렇게 급격하게 올리는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면서 "코로나19로 다른 국가들은 저마다 현금을 풀어 경제를 살리려고 하는데,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세금을 더 올리니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공시가격 이의신청은 다음달 5일까지 가능하다. 관할 시·군·구청이나 한국부동산원에 팩스나 우편을 보내 이의신청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다. 부동산공시가격알리미 사이트에서도 온라인으로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다. 의견서 양식은 부동산공시가격알리미 사이트에서 내려받거나 시·군·구청 민원실에 비치된 서식을 이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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