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닥치니 실수요자 대출 걱정하는 여당..정부 '신중론' 뚫을까

김민우 기자 2021. 3. 30.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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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황비율(DTI) 완화 카드를 꺼내든 것은 그동안 실수요자를 위한 대책에는 소홀히 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전세계 주요국에 비해 높은 탓이다. 자칫 대출규제완화가 주택 가격 상승을 자극해 부동산 거품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무주택자 10% 우대해준다지만...LTV·DTI 가산 대상 7% 불과
30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서민·실수요자 LTV·DTI 우대요건 적용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LTV·DTI 가산 우대를 받은 비율은 7.6%(신규대출 기준)수준이다.

현재 투기·투기과열지구에서 6억원 이하(조정대상지역은 5억원 이하)의 주택을 구입할 때는 부부합산 연소득이 8000만원 이하(생애최초 구입자 9000만원 이하)인 경우 지금도 LTV·DTI를 10%p 가산해주고 있다.

하지만 실제 이를 통해 우대를 받은 비율은 8%에도 못 미친다는 얘기다. 지난해 7월13일 이전까지는 가산 우대를 받은 비율이 5.3%에 불과했다. 지난해까지는 가산 우대를 적용받기 위한 소득 요건이 부부합산 7000만원(생애최초 구입자 8000만원)으로 더 엄격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그동안 실수요자를 중심으로한 대책 마련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내 집 마련 꿈 외면해 왔다"…여당 내 반성의 목소리
정부는 그동안 부동산으로 인한 불로소득을 막겠다는 취지에서 세금규제, 대출규제 등을 강화해왔다. 하지만 점차 높아지는 규제 속에서 도 집값을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더 늦기 전에 집을 사겠다는 실수요자들은 '영끌대출'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까지 가로 막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정부는 규제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정부는 대신 임대주택정책에 초점을 맞췄다.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고, 입주 대상을 확대하고, 면적을 넓혀 중산층도 살 수 있는 질좋은 주택을 공급하는 것에 집중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임대주택을 찾아 "굳이 자기 집을 소유하지 않더라도 임대 주택이 충분히 좋은 주택으로 발전해 갈 수 있도록 좋은 '주거 사다리'를 만들라"고 힘을 보탰다.

이 과정에서 소득수준이 높아 대출 이자를 부담할 능력은 있지만 자산은 없어 주택을 구매할 수 없는 계층의 불만이 쏟아졌다. 이들은 소득요건이 안 돼 임대주택에 입주할 수도 없는데 대출 규제로 주택 구매는 어려워 정책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

무주택자만이 아니라 1주택자도 마찬가지다. 출산, 양육, 교육 등을 이유로 이주 수요가 발생했지만 현행 대출 규제로는 비슷한 조건의 다른 집을 살 수 없는 상황이 계속돼 왔다.

규제중심의 대책의 방향성을 바꾼 것은 LH사태가 터지면서다. "부동산을 향한 분노의 본질은 우리의 정책이 서민의 욕망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LH와 같은 기득권의 욕망에 충실했다는 이중적 모습에 있다(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는 반성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지닌 서민의 욕망을 그동안 외면해왔다는 자기 반성이다.

전날 실수요자 대출규제 완화 의지를 밝힌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대출규제 조치가 내 집 마련의 희망을 꺾고 서민·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 형성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 "가계부채 확대·부동산 가격 상승 자극할 우려…신중해야"
정부의 우려는 여전히 크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부동산 시장이 완전하게 안정국면에 들어선게 아니라서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현재 집값이 하방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혹시 금리가 인상될 경우 집값은 떨어지고 이자는 올라 자칫 무주택자들이 뒤늦게 상투잡는 꼴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걱정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2.8%로 사상 처음으로 100%를 넘었다. 주요국 중 압도적 1위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가계부채를 줄이는 것은 부동산 안정 효과가 있지만,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부동산 시장에 상반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며 "가계부채를 줄이면서 동시에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4·7 재보궐 선거를 염두에 두고 '선고용' 규제완화 카드를 던지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무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지원 필요성은 그동안 정부가 밝혀온 정책검토 방향과 다르지 않다"며 "차주의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대출이 이루어지도록 관리하되 청년층·무주택자의 주거사다리 형성에 좀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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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우 기자 minuk@,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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