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5억 집을 4억에 전세?..허점투성이 공직자 재산공개

유준호 2021. 3. 3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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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반영 못하는 재산등록관보
집은 공시가로 신고하고
전세는 실거래가로 올려
김민석 1.5억 집..2.8억에 전세 세입자 받아
공시가로 신고해 착시효과 커
전문가 "매매일시라도 기재를"

◆ 내로남불 부동산 논란 ◆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 이어 임대차 3법을 주도했던 여당 의원들까지 '전셋값 내로남불'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정작 이들 고위 공직자의 재산 내역을 공개하는 관보와 공보가 허점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고위 공직자들이 주택가액은 공시가격으로, 전세 보증금은 실거래가로 신고하면서 현실과 동떨어진 엉터리 정보가 속출하고 얼마든지 자신의 재산을 줄이거나 속일 수도 있는 것이다.

30일 매일경제가 국회 공보를 통해 확인한 결과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본인 명의의 서울 도봉구 방학동 신동아아파트 전용면적 84㎡의 전세 보증금이 4억원이라고 신고했다. 함께 신고된 이 주택의 가격은 2억5400만원으로 전세 보증금 대비 1억원 이상 낮다. 신고 내용만 봤을 때는 2억5400만원짜리 집에 세입자가 4억원을 주고서 전세로 거주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단지 내 같은 전용면적의 매물은 지난 1월 6억원(5층)에 거래됐다.

국회 공보에는 주택가격을 웃도는 전셋값 신고가 잇따랐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모친 명의의 서울 양천구 목동 한강빌라 전용 69㎡의 주택가격을 1억5800만원으로 신고했는데, 전세가격은 2억8000만원으로 2배에 육박한다. 같은 당 기동민 의원 역시 서울 성북구 돈암동일하이빌 전용 84㎡의 전세 보증금(5억원)이 주택가격(4억9500만원)을 넘어섰고,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도 주택 가격(3억6100만원)을 웃도는 전셋값(3억9000만원)을 신고했다. 청와대와 정부 고위 공직자, 국회의원은 실거래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재산 신고를 하고 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서울 서초구 반포아파트 전용 196㎡의 주택가액을 39억6100만원으로 신고했는데, 호가는 60억원을 넘는다.

현재 공직자윤리법상 고위 공직자들은 주택 공시가격과 주택 매입 당시 취득가격을 비교해 높은 가격을 신고한다. 과거 취득가격이 공시가격보다 낮으면 결국 공시가격으로 신고해 시세 반영을 피할 수 있는 구조다. 이마저도 적용 대상은 2018년 7월 이후 고위 공직자가 된 사람이다. 그 이전부터 고위 공직자였던 기존 등록자들은 공시가격으로만 신고한다. 사실상 재산 신고에 실거래가가 전혀 반영되지 않는 구조라는 얘기다.

보유세 부담 등 일반 국민의 부동산 규제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축소 신고가 가능한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 공개 방식에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25일 공개된 정부와 청와대, 국회 등 고위 공직자 재산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올해 가파르게 오른 공시가격이 반영조차 되지 않았다. 아파트 실거래 가격은 일반인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정보다. 정부와 정치권이 의지만 있으면 가능한 일을 손 놓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 축소 신고 의혹은 청문회 때마다 도마에 오른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변 장관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시절 재산 공개를 통해 현재 사는 아파트 가격을 5억9000만원으로 신고했다. 청문회 당시 야당은 재산 축소 신고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실제 올해 1월 전용면적이 118㎡인 변 장관의 옆집은 14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변 장관은 올해 재산 공개에서 6억5300만원으로 지난해 공시가격 인상을 반영해 주택 가격을 신고했지만 여전히 실거래 가격과 격차가 크다.

국회 공보와 정부 관보에는 주택 취득일조차 나오지 않는다. 2018년 취득한 주택에 대해서는 공시가격과 취득 가격 중 높은 금액이 신고돼야 하지만 외부에서는 정확하게 신고가 됐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고위 공직자가 허위 혹은 오기로 신고해도 잡아낼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얘기다. 실제 2018년 서울 용산구 신동아아파트 전용 210㎡를 취득한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21억100만원에 신고했다가 올해 24억4000만원으로 주택 취득 가격을 반영해 신고했다.

결국 공시가격으로 신고하면 일반 국민에게는 '착시효과'가 일어나게 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아파트만 해도 실거래 가격을 다 확인할 수 있는데도 고위 공직자 본인들 규제에는 인색한 게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부동산 매매 일시를 함께 명시하면 고위 공직자들의 부동산 시세 차익에 대한 명확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 교수는 "자금조달계획서, 전월세신고제 등을 하며 일반인들의 부동산 거래 행위에 대해서는 정부가 모두 들여다보려고 하면서 본인들 정보 공개엔 인색한 것이 일반인들의 박탈감을 더 키우는 요인이 된다"며 "정부와 청와대, 국회 등 고위 공직자의 내로남불 행위가 크게 불거진 상황에서 재산 공개 시스템이 더 촘촘히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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