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앞바다 품은 원력..동양최대 규모의 약천사 대적광전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2021. 3. 24.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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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기행] 콩비지 얻어먹으며 8년만에 세운 현대불교 대표 건축물
조계종 공찰 등록에 창건주 권한마저 승계..혜인큰스님의 무소유
동양 최대규모의 단일법당 제주 약천사 대적광전 전경 © News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제주=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제주 중문에 있는 약천사(주지 덕조스님). 이곳은 올레길 가운데 풍경이 가장 뛰어나다는 8코스의 출발점이다. 또한 한국 현대불교 대표 건축물인 대적광전과 넓은 잔디밭 앞으로 서귀포 바다의 풍광을 자랑한다. 이 모든 것이 창건주 혜인 큰스님의 원력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놀랍기만 하다.

대웅전인 대적광전은 대지 3380㎡(1043평)에 지붕까지의 높이가 아파트 10층에 해당하는 29.5m에 이른다. 팔작의 기와지붕이나 다포식 공포, 추녀의 날렵한 굴절각 등 전통 건축양식대로 지어졌다. 이런 외관은 화엄사 각황전과 김제 금산사 미륵전의 3층 기와지붕이 바탕이다.

이렇게 웅장한 법당의 내부는 화려함을 더했다. 천장까지 터져 있는 통층구조인 법당 안에는 목조 비로자나불이 주불로 모셔졌다. 약천사 비로자나불은 높이가 4.8m 좌대까지 합하면 6.8m에 이르는 대형 불상이다. 이곳에 서면 사람이 까마득히 작은 존재임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동양 최대규모의 단일법당인 제주 약천사 대적광전의 내부 전경이다. 주불 비로자나불은 높이가 4.8m 좌대까지 합하면 6.8m에 이르는 대형 불상이다. 2021.3.24/뉴스1 © News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비로자나불 좌우에는 청동으로 제작한 보처불이 있으며 왼편에 약사여래불, 오른편에 아미타불상을 안치했다. 불상 뒤에 설치하는 불화인 후불탱이 목각으로 된 점도 특이하다. 대적광전은 법당 내부의 모든 탱화를 목각으로 일괄 제작해 그 정성이 대단했음을 드러냈다.

대적광전의 단청은 아름다움의 백미에 해당한다. 법당 안팎, 위와 아래를 둘러싸고 빽빽하게 단청을 입혀 놓았는데 색감이나 모양도 섬세할뿐더러 전통적인 품격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는 단청장 전창우 선생께서 "신명을 바치겠다"며 1992년에 시작해 2년만에 작업을 마친 유작이다. 전 선생은 지나치게 혹사한 나머지 단청 완성 후 1년여 뒤에 별세했다.

혜인 큰스님이 전국 제방에서 수행하다 고향 제주로 내려온 때는 1981년이었다. 당시 제주 사람들은 이곳을 '돽새미'라고 불렀다. 돽새미는 좋은 수질의 약수가 흐르는 약수터를 뜻하는 말이다. 이곳에는 450평 규모의 절터에 18평 남짓한 제주초가집 형태의 약수암이 전부였다.

동양 최대규모 약천사 대적광전 비로자나불의 모습이다. 이 불상은 높이가 4.8m 좌대까지 합하면 6.8m에 이르는 대형 불상이며 약천사 대적광전은 단일법당으로 동양 최대 크기를 자랑한다. 대적광전은 대지 3380㎡(1043평)에 지붕까지의 높이가 아파트 10층에 해당하는 29.5m에 이른다. 2021.3.24/뉴스1 © News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혜인 큰스님은 1943년 제주 남제주군 안덕면 화순리에서 태어나 2016년 세수 75세 법랍 62세 나이로 원적에 들었다. 그는 1971년 해인사 장경각에서 매일 5000배 수행을 시작해 약 200일만에 108만배를 성취했다. 이후 1981년 약천사 대작불사의 원력을 세워 1988년 착공에 들어가 8년만인 1996년 9월 낙성식을 가졌다.

혜인 큰스님이 대가람을 지겠다고 원(願)을 세우자 스승 일타 스님이 불사를 잘 도모해 중생을 제도하라는 '원만불사도중생'(圓滿佛事渡衆生)'라는 글귀를 내렸다.

그가 건축업자들에게 약천사를 짓겠다고 조감도를 가져가자 다들 고개를 내저었다. 일부 업자들은 건축의 '건'자도 모르는 종교인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화려한 절을 짓는다고 마뜩찮은 눈길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혜인 큰스님은 제주의 특성을 잘 알았기 때문에 큰 법당이 필요하다고 확신했다.

제자와 후배들의 증언에 따르면 "바람이 심하고 비도 수시로 내려 야외에서 법회를 치르기 어렵기 때문에 대중을 수용하는 큰 법당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셨다"며 "한라산 정상이 보이고 한없이 넓은 바다가 펼쳐져 있는 것도 중요한 이유였다"고 했다.

동양 최대규모의 단일법당인 제주 약천사 대적광전의 비로자나불© 뉴스1

혜인 큰스님이 불사를 위한 돈 외에는 모든 것을 아꼈던 것도 유명한 일화다. 그는 "입으로 들어가면 다 똥 될 것인데 먹는 것에 집착하지 말라"고 제자들을 가르쳤다. 이에 혜인과 제자들은 먹을 것이 없어서 인근 두부공장에서 콩비지를 얻어다 먹었을 정도였다.

약천사는 큰스님과 스님들의 이런 노력으로 제주를 대표하는 사찰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대적광전의 장엄미에 압도당한 여행객들은 하귤나무가 줄지어 선 정원과 넓은 마당 너머로 보이는 서귀포 바다를 음미하는 행복감에 취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약천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0교구 은해사의 말사다. 승려 개인의 사찰이 아니라 종단 소속의 공찰이라는 뜻이다. 혜인 큰스님은 대적광전이 완공된 2년 후 약천사 토지와 건축물을 종단에 이전·등록했으며 2015년에는 창건주 권한마저도 덕조스님에게 승계했다. 사찰 창건주가 사부대중 앞에서 권한 승계식을 가진 것은 종단에서 흔하지 않은 일이다.

서귀포앞바다가 제주 중문단지 인근 약천사 앞에서 펼쳐져 있다. 약천사 대적광전은 단일법당으로 동양 최대 크기를 자랑한다. 대적광전은 대지 3380㎡(1043평)에 지붕까지의 높이가 아파트 10층에 해당하는 29.5m에 이른다. 2021.3.24/뉴스1 © News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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